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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 : 노정완 소설집
몽유 : 노정완 소설집 / 노정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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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 : 노정완 소설집
자료유형  
 단행본
 
211211064418
ISBN  
9788982182907 03810 : \14000
KDC  
813.7-6
청구기호  
813.6 노278ㅁ
저자명  
노정완
서명/저자  
몽유 : 노정완 소설집 / 노정완 지음
발행사항  
서울 : , 2021
형태사항  
280 p ; 20 cm
키워드  
몽유 한국문학 한국소설
기타서명  
노정완 소설집
가격  
\14,000
Control Number  
yscl:162271
책소개  
가족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그렇기에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그 어떤 공동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가족은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노정완의 소설에서 가족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해당한다. 『몽유』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단정한 문장과 빈틈없는 구성 등의 전통적 소설 규율에 충실한 명편들로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온갖 고통과 폭력을 리얼하게 전시해놓고 있다.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몽유」에서 경미는 끊임없는 희생만을 강요받는다. 어머니를 포함하는 오빠와의 관계는 일종의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의 차원에서 그려진다. 경미는 어린 시절부터 오빠만을 편애하는 어머니와 오빠 사이에서 고통을 당하며 성장했다. 어머니가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젖을 떼었다고 자랑하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오빠와 어머니의 사이는 병적으로 일체화된 관계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온전한 성인이 된 지금도 그러한 과거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몸이 아프다는 오빠의 전화에, 경미는 “내 생의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가는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오빠를 돌보러 간다. “말뚝에 매인 염소처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그곳에 오빠와 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오빠는 똑같”으며, “어쩌면 나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또한 경미는 아직 어머니를 떠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이전과 똑같다. 반복강박은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뚫고 나오는 무의식의 지속으로서, 무의식이 처리할 수 없었던 외상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외상은 경미가 “살아 있는 무덤 같다고 생각”하는 섬 몽유와 그곳에서 벌어진 오빠와의 일과 관련되어 있음이 암시된다. 이처럼 노정완의 소설에서 가족은 별다른 긍정적 기능도 없이 한 인간의 삶을 고통 속에 머물게 하는 부정적인 기능만 발휘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반복강박이라고 할 만큼 그 부정성이 지속적으로 지금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보늬」에서 은조의 남편은 넘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이러한 성욕은 물욕에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은조의 남편은 서른두 평 아파트에 입주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온갖 악취가 가득한 단칸방으로 이사를 한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살고 있던 이층 독채 전세를 빼고 약간의 대출을 보태서 개인택시를 장만한 후에 남은 돈으로 부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단칸방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그토록 소원하던 서른두 평 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의 5년 동안, 그 단칸방에서 은조에게 주어진 일은 밤의 보늬(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를 벗기는 일과 더불어 남편의 무지막지한 성욕을 받아내는 것이다. 남편은 은조가 아무리 거절해도 자신의 성욕을 채워야만 하는 인물로서, 심지어 “낭자하게 흘러내리는 생리혈을 닦아가면서도 은조의 배 위에서 헐떡이던 인간”으로 묘사된다. 은조는 그 단칸방에서 “남편의 섹스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몽유」에서 반복강박이라고 할 만큼 지속적이었던 가족의 힘은 현재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늬」에서는 시간대를 옮겨 현재의 부정적 힘이 미래에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은조의 아들인 성수는 이웃에 사는 여학생 윤지를 성추행하고, 은조의 남편은 “그만 일”이라며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은조는 의사에게 남편을 가리키며 “저 짐승이 제 아들이 보는 앞에서 저를 강간”했다며,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다. 이 작품은 굶주린 까마귀 떼로 인해 배가 터져 죽은 두꺼비들의 이미지로 시작되었는데, 이 이미지야말로 작품의 전체를 일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남편은 까마귀에, 은조는 결국 배가 터진 두꺼비에 대응되며 작품은 끝나는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그나마 주인공이 노인이기 때문에, 생명으로부터 비롯된 그 과잉의 힘이 상식의 범주 내에서 균형을 획득하는 작품이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과잉된 성욕이 지닌 문제성이 한층 약화되는 것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노인은 결코 낯선 형상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어가는 사회 현상을 반영해서이든, 한국 문학 나름의 성숙을 반영해서이든 한국 소설에서 노인은 꽤 많이 등장했다. 이때의 노년은 대부분 쇠약해가는 육체와 사라져가는 사회적 지위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의 노인들은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생명력으로 인해 버거워하는 청춘의 형상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가족의 부정적인 힘은, 가족 구성원의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노정완의 소설에서 가정 내의 부정성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대상은 주로 자식들이다. 「나중에」의 초점화자인 ‘나’는 제대한 후 복학을 앞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젊은이이다. 그의 가정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생활비는 남아 있지 않고, 연체된 대출금 이자 때문에 가압류 통지서까지 날아오고, 전화와 가스, 수도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꿈을 위해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개인택시를 팔아치우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어머니 역시 생활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혼자 힘으로 등록금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벌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나’는 젊은이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나중’이라는 미래로 미룰 수밖에 없다. ‘나’는 돈이 없어서 친구를 만날 수도, 영화를 볼 수도, 담배를 피울 수도 없는 것이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나중에”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오로지 자신의 꿈만 생각”하는 아버지로 인해, ‘나’는 현재를 온통 차압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걸어 다니는 섬」의 미호도 「나중에」의 ‘나’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이다. 미호는 나날이 늘어가는 체중으로 고민하며 알바나 하면서 간신히 삶을 버티는 청춘이다. 그녀를 둘러싼 기성세대로는 어머니, 아버지, 알바식당 사장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미호에게 커다란 부담이자 고통일 뿐이다. “우두커니 서 있네, 어쩌네 지금 저렇게 간섭이 늘어진 사장, 텔레비전 볼 때 멍청하게 앉아 있지 말고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라며 소리 지르는 하 여사, 얼마 되지도 않는 용돈을 내밀며 아껴 써라,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노준태 씨”가 바로 알바식당의 사장,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호는 “자신이 습기 밴 천장 구석에 피어난 곰팡이 같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가족 내의 문제는 그 자식 세대인 젊은이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다.
노정완의 소설집 『몽유』는 매우 진지한 자세로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비극적 사건과 정념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그려낸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가족의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해 가해지는 가족의 폭력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은 섬세한 고찰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가족 서사는 사사화(私事化)된 미시 담론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사회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노정완의 원숙한 문학적 기량과 가족 서사가 지닌 정치성의 만남이야말로 한국 문학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의 한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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