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유학사상적 배경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유학사상적 배경
저자 : 조긍호
출판사 : 지식산업사
출판년 : 2007
ISBN : 9788942330706

책소개

사상적 배경이 실제 행동을 낳게 되는 심리적 기제(機制)를 밝히는 작업은 매우 힘들다. 특히 문화의 영향같이 한 사회 전체가 관련되는 거대 주제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스24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흔히 동아시아 사회의 특징은 집단주의이고, 그 배경에는 유학사상이 놓여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1980년대 중반 심리학도의 눈으로 유학 경전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필자의 생각은 이런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학 경전과 현대심리학을 접목하려면 유학 경전의 독서와 함께 문화비교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개관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문화비교심리학의 연구 성과들에서 드러나는 동아시아 사회의 집단주의적인 특징에 대해 선택적으로 취합하여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성과를 {한국인 이해의 개념틀}(2003년, 나남출판)로 종합 정리하느라 현대 한국인에게 끼친 유교의 영향에 관해 앞서 발표된 문헌들을 접하면서, 필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대체로 이 문제를 두고 논자들은 현대 한국인의 부정적 행동 특징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유교 문화의 영향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자유보다 권위를 앞세우는 자아 말살, 가부장적인 가족중심주의, 계층의식, 사대주의와 당쟁의 격화, 관존민비, 체면 중시, 과거지향성, 눈치보기, 의존심, 허명(虛名)을 숭상하는 상명주의(尙名主義), 추리력과 창조력의 결여, 기술 천시 같은 행동들이 모두 유교 문화의 영향 때문에 나온 특징들이란 식이다. 이들에 따르면,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으니 이러한 부정적 행동들의 배후에는 부정적인 원인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동아시아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유학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까지 생겨났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적인 귀결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주장의 논거는 아주 단순하여, 차라리 허망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들의 논거는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라는 점, 그 이상도 또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현재는 항상 미래의 결과를 잉태하게 마련이므로, 동아시아인들의 현재는 공통의 과거가 만든 것이고, 그 공통의 과거가 바로 유학사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대해 그들은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동아시아인, 특히 한국인들의 부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이러한 분석이 안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유학의 어떤 측면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현재의 행동을 낳게 되었는지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첫째는 유교 문화가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일관되는 기본틀이 없이, 논자 나름대로 유학 경전의 이 구절 저 구절을 이런 저런 행동 특징과 단순히 연결지어 해석하려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현대 동아시아인의 행동과 심성의 특징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수집함이 없이, 대부분 근거도 희박한 일상적인 편견에 기대어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는 인간 심성과 행동에 관한 유학적 이론체계에 대한 철저한 탐색이 없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현대 문화비교심리학에서 실증적으로 밝혀낸 연구 결과들을 개관하여, 인지, 정서와 동기의 측면에서 현대 동아시아인이 드러내는 심성과 행동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인의 현재의 특징에 관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것이다.둘째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순자(荀子)} 같은 선진유학의 경전과 퇴계(退溪)와 율곡(栗谷) 같은 조선조 성리학자들의 저술을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철학적으로 읽지 않고, 이들 경전을 심리학적 안목에서 읽어, 이로부터 인지 정서 동기 같은 실제 인간의 심성과 행동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체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학의 경전은 인간 본성에 관한 선악의 관점과 이에 근거를 둔 당위론의 관점에서 읽혀왔으나, 필자는 가능하면 이러한 선악의 관점을 탈피하여, 인간 심성을 구성하는 인지 정서 동기(지 정 의)에 대해 선진유학자들이 어떻게 개념화했는지 있는 그대로 찾아내고자 하였다. 이는 동아시아인이 인간의 심성과 행동을 이해하는 사상적 배경에 관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책머리에 셋째는 이 두 작업의 결과를 관련시켜, 과연 이 두 가지 자료(동아시아인의 인지 정서 동기의 현재적 특징과 유학 경전에서 도출되는 인지 정서 동기에 관한 이론체계) 사이에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이 두 자료 사이에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면, 2,000여 년 전에 구축된 유학사상이 현대 동아시아인의 심성과 행동의 특징을 형성한 모태로서 작용해 왔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전체의 서론에 해당하는 제1장에서는 현대 동아시아의 문화가 과연 집단주의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이어서 중국 한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에서 유학사상이 차지하고 있던 위상과 현대 동아시아인이 아직도 강한 유학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동아시아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전통 사상은 유학의 체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현대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배경에 유학사상이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다음 제2장에서는 문화비교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에서 밝혀진 바와 같은, 현대 동아시아인의 심성과 행동의 집단주의적 특징을 서구 개인주의 사회인과 비교하여 정리해 보기 위한 문화차 개관의 기본틀을 정립하려 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문화차 개관의 기본틀을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권의 기본적인 인간관과 자기관의 특징에서 끌어내려 했다. 이어서 두 문화권의 특징적인 인간관과 자기관이 그 사상적 배경으로 추정되는 자유주의와 유학사상의 인간관 자기관에서 직접 유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말하자면, 서구 개인주의의 배경인 자유주의의 이념과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유학의 체계에서
도출되는 인간관과 개인관의 차이로부터, 다양한 현대 문화비교연구들을 종합하여 두 유형(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문화차를 개관하는 기본틀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게 두 사상체계에서 도출되는 인간관과 자기관의 차이가 곧바로 두 문화 유형의 특징적인 차이로 연결된다면, 자유주의와 유학사상은 곧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사상적 배경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장의 내용은 다음 장들의 전개를 위한 이론적 바탕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화차 개관의 기본틀에 따라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각각 인지(제3장) 정서(제4장) 동기(제5장)의 측면에서 우선 현대 동아시아인의 심성과 행동의 특징을 개관하고, 이어서 유학의 경전에서 도출되는 인지 정서 동기의 이론을 정리하고자 했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서 이 두 자료들을 비교하여 정리함으로써, 유학사상이 동아시아인이 보이는 집단주의적 심성과 행동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제3, 4, 5장의 내용은 이 책의 핵심적인 본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6장은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우선 제2장부터 제5장까지의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사상적 배경이 유학의 체계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전개하고 있는 바와 같은 문화차 연구가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의 시대에 가지는 심리학적인 함의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끝으로 서구인들과는 다른 행동 심성의 특징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동아시아인들의 삶의 배경, 곧 유학 사상의 바탕 위에 세울 수 있는 새로운 심리학에서 다루어야 할 몇 가지 가능한 연구 문제에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동양심리학은 현대 서구심리학과 대립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보완적으로 서로 접근함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통합적인 보편심리학을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심리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스24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책머리에



제1장 동아시아 사회와 유학사상

제2장 문화 유형에 따른 인간관의 차이

제3장 동아시아인의 사회인지와 유학사상

제4장 동아시아인의 정서와 유학사상

제5장 동아시아인의 동기와 유학사상

제6장 종합 고찰



참고문헌

찾아보기
[알라딘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