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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브런치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세계사브런치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저자 : 정시몬
출판사 : 부키
출판년 : 2015
ISBN : 9788960515024

책소개

45권의 고전을 통해 세계사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다!

『세계사 브런치』는 인류의 수천 년 역사 가운데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27가지 명장면을 불멸의 고전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역사는 재미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증명하고자 기획된 이 책은, 도표나 연표식 정리 같은 지루한 통사식 서술을 지양하고,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역사》, 로마사의 으뜸이라 할 만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중국 고대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사마천의 《사기》, 혁명의 긴박감을 생생히 펼쳐 보이는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등 45권의 역사 고전에서 가려 뽑은 글들을 소개한다. 역사 속 결정적 장면을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묘사하고, 어지러운 사건과 인물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핵심을 단번에 짚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제공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사건이 줄줄이 나열된 교과서식 역사책은 그만,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 볼까!


역사책은 정말 많고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책은 아무리 요령껏 정리하고 컬러 삽화를 잔뜩 곁들여도 왠지 모르게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피할 길이 없다. 근대 인류사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인 저 유명한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 볼까. 국왕 루이 16세의 삼부회 소집에서부터 바스티유 함락, 국왕의 단두대 처형,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쿠데타, 뒤이은 몇 차례의 시민 혁명, 파리 코뮌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는 사건들이 죽 나열된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 혁명의 전개 과정과 그 의미를 아무리 목청 높여 읊어 봤자 우리에게는 어디까지나 그저 200여 년 전 머나먼 유럽 땅에서 일어났던 낯선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역사를 좀 더 실감나게 체험할 방법이 없을까?
『세계사 브런치』의 저자 정시몬이 제안하는 방법은 바로 불멸의 역사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역사의 현장으로 다가가, 짜릿한 흥분을 직접 만끽하게 된다. 다음 글을 한번 감상해 보자.

9시부터 아침 내내 사방에서 바스티유로 가자는 외침이 들렸다. (…) 정오쯤 [제헌 의회] 대의원 튀리오 드 라 로지에르(시민 측 협상 대표)는 경내 입장을 허락받고 들어가, 드 로네(바스티유 수비대장)가 항복할 의향이 있기는커녕 차라리 그곳을 폭파할 태세임을 알아차린다. (…) 도로 포장석 더미와 낡은 포탄이 쌓여 있고, 대포는 모두 적절히 조준되어 있다. 모든 총안(銃眼)마다 하나씩 놓인 대포가 다만 뒤쪽으로 약간 물러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튀리오가 바깥을 내다보니, 수많은 군중이 계속 밀려들어 거리 구석구석까지 넘쳐 나고, 경종이 맹렬하게 울려 대며 온갖 북소리가 대중을 고동치게 하고, 생앙투안 구역 전체가 이편으로 일제히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 바스티유는 포위되었다! _ 본문 453쪽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낭만주의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묘사한 토머스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중 한 대목이다. 칼라일의 펜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현장이었던 바스티유 요새의 안마당으로 직접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 고전 외에도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등장한 다양한 장르의 기념비적 문헌을 함께 소개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전달해 준다. 절대 왕권을 무너뜨리며 구체제를 뒤엎은 프랑스 혁명은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사건이었다. 열광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던 반면,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인물도 적지 않았다. 현대 보수주의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이라는 팸플릿에서 급진적인 혁명이 초래할 부작용을 예측하며 신중론을 전개했다.

한 종류의 권위가 약화되고 만사가 요동치는 가운데, 군 장교들은 당분간 불복종 상태에 머무르면서 심각한 내분에 휩싸이다가, 마침내 군인들을 회유할 줄 알며 진정한 지휘력을 갖춘 어떤 인기 있는 장군이 나타나 모든 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군대는 그의 개인적 능력 때문에 복종할 것이다. (…)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군대를 실제로 통솔하는 인물이 바로 당신들의 주인 그대들 국왕의 (미천한) 주인, 의회의 주인, 공화국 전체의 주인 이다. _ 본문 459쪽

이 팸플릿이 발표된 1790년이면 아직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기는커녕 폐위되기도 전이었다. 버크는 놀랍게도 새로운 주인님, 바로 나폴레옹의 등극을 이미 10여 년 전에 족집게처럼 예언한 셈이다.
이후에도 나폴레옹의 실각과 부르봉 왕조의 부활, 1830년과 1848년의 민중 봉기 등으로 프랑스 정국은 쉴 새 없이 요동쳤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나폴레옹의 조카가 쿠데타를 통해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르며 구체제가 복원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날마다 그 사랑하는 천사들을 향해 솟아오르는
저주의 물결을 신은 어찌하는 것인가?
요리와 술에 탐닉하는 폭군처럼 신은
우리의 끔찍한 독설이 달콤한 소리인 양 잠드는구나.

순교자와 고문받는 죄인들의 울부짖음은
단연코 매혹의 교향곡이라,
이 쾌락의 대가로 그토록 피가 흘렀음에도
천국은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나니! _ 본문 468쪽

민중이 피로 일궈 낸 혁명의 과실이 정작 반혁명 집단에게 돌아가고 마는 기막힌 상황을 묵인하는 신이란 대체 뭐하는 존재란 말인가 하는 원망을 절절히 토해 내는 보들레르의 「성 베드로의 부인」이라는 시는 당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느꼈을 크나큰 좌절감을 통렬히 전해 준다.

불멸의 고전 45권이 증언하는
시대의 정신


저자가 이 책에서 역사의 명장면을 이야기하면서 곁들이는 고전은 모두 45권이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오리엔트와 지중해 전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각 나라의 역사, 풍속, 지리 등을 상세히 전하는 『역사』, 로마사의 으뜸이라 할 만한 동시에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히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견뎌 내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중국 고대사의 대작 『사기』 같은 널리 알려진 저작은 물론, 리턴 스트레이치의 『엘리자베스와 에식스』,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아인하르트의 『샤를마뉴 일대기』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걸작들을 망라한다. 이 작품들은 물론 문헌학적 의미도 비할 데 없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같이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가득한 명작이다.
1649년 영국 내전에서 승리한 의회파가 재판을 통해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후,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혼란상을 방지할 방안으로 ‘공동의 권력’, 즉 왕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면, 존 밀턴은 「국왕과 위정자의 재임권」이라는 정치 팸플릿을 통해 “각 개인이 왕을 상대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 합법적일진대, 도대체 똑같은 법이 한 국가나 인민 전체가 왕에게 정의를 행하는 것을 더욱더 정당화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왕 살해의 정당성을 옹호함으로써 당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던 청교도 세력의 순수성과 포부를 드러냈다. 서로 상반된 이 두 저작을 읽으면서 우리는 왕권이 무너지고 시민들이 힘을 길러 가던 격동기에 첨예하게 대립한 왕당파와 공화파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본문 403~409쪽)
그 밖에도, 인도 무굴 왕조의 황제 샤 자한이 17세기에 저 화려한 타지 마할을 세울 당시 이미 영국은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인도를 식민 지배하기 위한 초석을 다져 가고 있었다는 사실,(본문 519쪽) 한때 장서가 60만 권에 달했던 고대 지식의 보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깡그리 파괴되었던 종말의 사례(본문 42~43쪽) 등은 영화보다, 소설보다 기묘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 기묘한 현실이 인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과거의 역사가 바로 지금의 사회를 변혁하는 데 필요한 지침서 내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상적인 작은 에피소드가 전쟁 같은 대사건보다도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서기 1세기의 인물 페트로니우스가 쓴 일종의 풍자 소설 『사티리콘』에서 묘사된 어느 흥청거리는 파티 장면을 통해 우리는 전성기 로마의 지배층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마저 넘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한 채 향락을 만끽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첫 번째 요리는 큼직한 돼지였는데, 그 위를 화환으로 장식한 데다 주위에는 푸딩이며 거위 내장, 양의 고환, 송아지 췌장, 새의 모래주머니를 둘러놓았더군. 사탕무와 일상적인 식빵도 있었네. 다음은 따뜻한 스페인 산 고급 꿀을 끼얹은 차가운 타르트였지. _ 본문 208쪽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로마에서 황제와 귀족들만 즐길 수 있었던 귀한 별미 가운데 하나가 얼음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당시에 얼음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져오는 것이었다. 로마의 지배층은 노예나 하인을 전차에 태워 보내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산 중턱에서 얼음을 가득 실은 채 로마까지 달려오게 했다. 물론 얼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녹는다. 그래서 얼음 상자에 눈금을 매기고 일정량 이상의 얼음을 가져오지 못하면 처벌을 받게 했다고 한다.(본문 209쪽) 이런 사소한 일화들이야말로 세계 제국 로마의 쇠퇴와 멸망에 대한 어떤 이론보다도 구체적인 단서를 우리에게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우리의 이야기다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의 고전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 말은 그의 저작을 읽어 본 사람에게든 그러지 않은 사람에게든 ‘역사’라는 주제를 떠올릴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화두다. 하지만 왠지 저자의 명성이나 그 질문이 담고 있는 무게감 때문에 선뜻 무어라 답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사 브런치』의 저자 정시몬은 이 문제를 좀 더 쉽게 접근한다. 역사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게는 ‘개인이 살아온 이야기’, 크게는 ‘우리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어찌 보면 카의 대답, 즉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멋들어진 정의와도 맞닿아 있다. 개인이 혹은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라는 것은 결국 지금의 우리와 만날 때 새로운 의미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보다도 훨씬 극적인 역사를 이해하면서 우리는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 내고,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자양분을 얻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역사란 무엇인가』, 『토인비가 말하는 토인비』, 『세계사 편력』등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으로 마무리한 것도 그와 맥락이 닿아 있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이야기와 만날 때는 필연적으로 해석과 의미의 부여, 나아가 성찰과 반성의 과정이 따라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역사의식’이란 어떤 준엄하고 고차원적인 인식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의 이야기를 눈여겨보고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사 브런치』를 통해 역사의 현장을 만나 보는 것이 유의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책속으로 추가

로마 제국의 쇠락과 멸망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과 저술가들이 여러 가지 이론을 제시해 왔다. 자유 시민 계급의 붕괴, 북방 민족의 유입에 따른 국가적 정체성의 상실, 특히 후기로 갈수록 심각해졌던 재정 적자 및 통화 가치 하락 등의 다양한 이론들이 거론되었는가 하면, 그저 시스템으로서의 수명이 다해 망했을 뿐이라는 일종의 자연사 이론도 등장했다. (중략) 에드워드 기번의 경우, 로마의 쇠퇴를 문화적 쇠퇴와 연결한 것이 흥미롭다. 로마가 그 성공과 성취에 도취된 바로 그 순간 쇠락의 싹이 잉태되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다음의 문장은 인상적이다.

이 기나긴 평화와 로마인들의 늘 변함없는 통치 체제는 천천히 은밀하게 작용하는 독약을 제국의 신체 기관 속에 주입했다. 사람들의 정신은 점차 똑같은 수준으로 감퇴했고, 천재성의 불길은 꺼져 버렸으며, 심지어 무인 정신마저 증발했다. (…) 그들은 통치자의 뜻에 따라 법률과 총독을 받아들이고, 국방은 용병 군단에 의탁했다. 지극히 용맹한 지도자의 자손도 시민과 종복이라는 지위에 만족했다. 그나마 큰 포부를 가진 젊은이들조차 궁전에서 일하거나 황제의 근위대에 가입했다. 그리고 정치적 세력이나 결속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버려진 속주들은 서서히 나른한 개인주의의 무관심 속으로 침잠해 갔다.

기번은 개척 정신과 상무 정신이 실종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 일신의 안위를 좇아 궁전과 황제의 깃발 아래로, 즉 근위대에나 들어가려고 하던 세태를 슬쩍 꼬집고 있다.
_ 본문 213~214쪽 ‘그리스도교가 로마를 쇠락하게 했을까’ 중에서

역사책인 정사 『삼국지』는 팩션인 『삼국지연의』를 읽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조조의 재발견’만 해도 그렇다. 정사 『삼국지』의 첫 권은 「무제기武帝紀」, 바로 조조의 일대기인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조조의 면모는 『연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중략)

여포는 유비를 공격하여 하비를 취했다. 유비가 [조조에게] 도망 왔다. 정욱이 공[조조]에게 이르기를, “유비를 보건대 크게 민심을 얻을 만한 영웅의 자질이 있사옵니다. 다른 사람 밑에서 끝낼 인물이 아닙니다. 빨리 서두르느니만 못합니다.” 했다.

“빨리 서두르느니만 못하다.(不如早圖之)” 에둘러 말하기는 했지만 조조의 참모인 정욱은 속히 유비를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충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조조의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다.

공이 말하기를, “지금 당장은 영웅을 거둘 때다. 한 사람을 죽여 천하의 민심을 잃을쏘냐. 아니 된다.(不可)” 했다.

‘불가(不可)’ 한자를 잘 모르는 독자라도 이 말 한마디의 단호한 느낌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 대화에 따르면 조조, 확실히 대인배다. 유비를 일부러 살려 둔 조조는 우물쭈물하다가 실기하여 할 수 없이 유방을 살려 준 항우와는 멘탈이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조조는 천하 민심의 흐름상 유비 같은 영웅을 거두어 보호해야 할 때라고 결론을 내린다. 또 유비가 공을 세우고 업적을 이뤄 봐야 결국에는 모두 자기 품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여유도 느껴진다. 남들보다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분명 리더의 자질이다.
_ 본문 311~312쪽 ‘『삼국지』 vs. 『삼국지연의』’ 중에서

프랑스 혁명의 역사에 조예가 깊었던 마르크스는 원조 나폴레옹 및 그 조카 루이 나폴레옹의 정권 탈취 과정을 비교 분석한 팸플릿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The Eighteenth Brumaire of Louis Bonaparte」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헤겔이 어디선가 언급하기를 모든 세계사적 중요 사실과 인물은 말하자면 두 번씩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 등장한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 문장에서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으로, 이어서 희극으로 되풀이된다.(History repeats first as tragedy, then as farce.)”라는 명언이 탄생했다. 마르크스가 원래 말하고자 한 바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쿠데타 및 정권 쟁취가 프랑스 혁명을 무위로 만든 비극이라면, 그 조카인 루이 보나파르트가 숙부를 본떠 일으킨 쿠데타 및 황제 즉위는 아예 기가 막히다 못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라는 것이었다.
_ 본문 467쪽 ‘기나긴 혁명의 메아리’ 중에서

『토인비가 말하는 토인비』의 말미에 아널드 J. 토인비는 인간사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밝힌다. (중략)

악마란 불가피한 자극자 또는 도발자라는 말은 인간의 삶에 관한 심오한 진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악마는, 비록 조개에게는 고약한 것이겠지만 그 속에서 진주를 만들어 내는 한 알의 모래 같은 존재입니다. (…) 아이스킬로스는 그것을 두 단어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파테이 마토스’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는 뜻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고통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죠.

바로 이 대목에 토인비 문명론의 에토스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악마는 인류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필요악(necessary evil)’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악의 존재, 그로부터 파생한 긴장과 공포는 인간을 자극하여 더욱 생산적, 창조적으로 만든다. 에덴 동산에는 문명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전이 없다면 응전도 없으며, 발전도 없다.
_ 본문 505~506쪽 ‘문명을 추동하는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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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Chapter 1 오리엔트, 빛의 고향

· 메인 브런치: 고대 이집트 문명 / 메소포타미아 문명 / 고대 인도와 카스트 제도
· 원전 토핑: 『콩코드와 메리맥 강에서 보낸 한 주』 / 『역사철학』 / 『역사』 / 『투탕카멘 무덤의 발견』 / 『구약 성경』 / 『마하바라타』

1st Brunch Time 고대 이집트 문명
빛은 ‘동방’에서 / 로제타 석, 고대 이집트로 가는 시간 여행 / 나일 강의 선물 이집트 문명 / 피라미드, 왕의 무덤인가 외계인의 작품인가 / 나그네의 시험관 스핑크스 / 파라오에게 불어넣은 영원한 생명 / 잃어버린 고대 지식의 보고, 알렉산드리아

2nd Brunch Time 메소포타미아 문명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류 최초의 법전 / 페니키아와 이스라엘 / 솔로몬의 노래 / 바빌론의 유수와 페르시아의 등장

3rd Brunch Time 고대 인도와 카스트 제도
인더스 강가의 사라진 두 도시 / 인도인, 신분제의 굴레에 갇히다 / 불교의 도전과 쇠퇴

Chapter 2 고대 그리스

· 메인 브런치: 신화에서 역사로 / 두 도시 이야기 / 페르시아 전쟁 / 펠로폰네소스 전쟁
· 원전 토핑: 『그리스인 조르바』 / 『신화』 / 『일리오스, 트로이인들의 도시, 그들의 나라』 / 『신통기』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고귀한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생애』 / 『모랄리아』 / 『역사』 / 『페르시아인들』

4th Brunch Time 신화에서 역사로
그리스 신화의 역사적 은유 / 신화와 마법의 섬 크레타 / 트로이를 불러낸 소년

5th Brunch Time 두 도시 이야기
폴리스의 시대 / 올림픽과 신탁 / 민주주의의 발상지 아테네 / 스파르타의 군국주의 / 짧지만 강한 스파르타 식 화술

6th Brunch Time 페르시아 전쟁
테르모필레 전투와 ‘300용사’의 전설 / 살라미스 해전

7th Brunch Time 펠로폰네소스 전쟁
델로스 동맹 vs. 펠로폰네소스 동맹 / 페리클레스,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끌다 / 장례식 연설 혹은 아테네 찬가 / 진정한 용기의 원천이란 / 알렉산드로스, 그리스 문명의 마지막 광채

Chapter 3 아, 로마 제국!

· 메인 브런치: 로마의 시작 /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 팍스 로마나ㅡ제국의 황금기 / 로마 제국의 멸망
· 원전 토핑: 『나의 젊은 시절』 / 『로마 제국 쇠망사』 / 『로마사』 / 『시리아 전쟁사』 / 『고귀한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생애』 / 『사티리콘』 / 『게르마니아』 / 『로마사』

8th Brunch Time 로마의 시작
원조 ‘로마인 이야기’ / 늑대 소년이 세운 나라

9th Brunch Time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으로 /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과 맞붙다 / 카이사르의 등장과 공화정의 붕괴

10th Brunch Time 팍스 로마나ㅡ제국의 황금기
황제정을 발명한 아우구스투스 / 황제와 제국 / 오현제의 태평성대 / 로마의 휴일 / 폼페이 유적, 로마의 타임캡슐

11th Brunch Time 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스도교가 로마를 쇠락하게 했을까 / 게르만족과 훈족의 침입 / ‘고대’가 끝나다 / 로마인의 벤처 정신 / 영원의 제국과 21세기 신질서

Chapter 4 중국의 탄생

· 메인 브런치: 은, 주 시대 / 춘추전국시대 / 시황제와 초패왕 / 한 제국의 부상 / 『삼국지』의 시대
· 원전 토핑: 『사기』 / 『병법』 / 『전국책』 / 『삼국지』

12th Brunch Time 은, 주 시대
Middle Kingdom의 정체 / 상(商), 갑골 문자와 순장의 나라 / 주지육림 / 주나라의 개국 / 주나라의 봉건제도와 작위

13th Brunch Time 춘추전국시대
춘추오패와 전국칠웅 / 오나라와 월나라의 대결 / 전국시대의 역학 관계 / 왕과 자객ㅡ진왕과 형가의 이야기
14th Brunch Time 시황제와 초패왕
최초의 황제가 남긴 유산 / 귀족 항우와 농민 유방의 대결
15th Brunch Time 한 제국의 부상
유방의 리더십 / 비극적 영웅 한신 / 사마천의 거대 역사 프로젝트

16th Brunch Time 『삼국지』의 시대
『삼국지』 vs. 『삼국지연의』 / 「출사표」와 촉한 정통론의 허실 / 다시 ‘중국’을 생각하며

Chapter 5 중세와 르네상스의 명장면

· 메인 브런치: 샤를마뉴의 추억 / 십자군의 기사 / 오를레앙의 성처녀 / 『군주론』 바로 알기 / 여왕의 남자들
· 원전 토핑: 「하트의 세븐」 / 『샤를마뉴 일대기』 / 「별」 / 『로마 제국 쇠망사』 / 『로빈 후드의 유쾌한 모험』 / 『철학 사전』 / 『군주론』 / 『엘리자베스와 에식스』

17th Brunch Time 샤를마뉴의 추억
샤를마뉴라는 이름 / 신성 로마 제국의 탄생 / 『롤랑의 노래』, 「별」

18th Brunch Time 십자군의 기사
십자군 운동, 침략인가 방어인가 / 다시 기번으로 / 사자심왕의 활약 / 리처드와 로빈 후드

19th Brunch Time 오를레앙의 성처녀
백년 전쟁의 배경 / 잔 다르크의 행적 / ‘성처녀’에 대한 다양한 시각

20th Brunch Time 『군주론』 바로 알기
『군주론』을 읽으면 대박? / 군주의 자질 / 혼란과 창조의 시대

21st Brunch Time 여왕의 남자들
잉글랜드의 황금기 / 여왕의 남자들ㅡ프로필 / 갑옷을 입은 여왕

Chapter 6 혁명의 시대

· 메인 브런치: 영국의 의회 혁명 / 미국 혁명 / 프랑스 혁명
· 원전 토핑: 『청교도 혁명 문집』 / 『리바이어던』 / 『밀턴 문집』 / 「상식」 / 『미국 혁명 문집』 / 『프랑스 혁명사』 /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 /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22nd Brunch Time 영국의 의회 혁명
革命 vs. revolution / 마그나 카르타, 왕 입에 물린 재갈 / 왕과 의회의 기 싸움 / ‘반역자’ 찰스를 처형하라 / 왕당파 홉스와 공화파 밀턴 / 왕정복고와 명예혁명

23rd Brunch Time 미국 혁명
아메리카, 제국의 ‘봉’이 되다 / 티 파티 사건, 독립 전쟁의 서막 / 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한 「상식」 / 독립 선언서ㅡ생명, 자유, 행복 추구 / 독립 전쟁에서 연방 헌법까지 / 건국의 아버지들, 그 신화와 실상 / 노예 해방으로 완성된 혁명

24th Brunch Time 프랑스 혁명
혁명의 전개, 1789~1794 /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 버크와 페인의 신중론 / 기나긴 혁명의 메아리

Chapter 7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 산책

· 메인 브런치: 『역사란 무엇인가』ㅡ역사가의 매니페스토 / 『토인비가 말하는 토인비』ㅡ역사가의 지혜 / 『세계사 편력』ㅡ미래에 보내는 편지
· 원전 토핑: 『역사란 무엇인가』 / 『새로운 사회』 / 『역사의 연구』 / 『토인비가 말하는 토인비』 / 『세계사 편력』

25th Brunch Time 『역사란 무엇인가』ㅡ역사가의 매니페스토
‘history’는 역사가 아니었다 / 역사는 대화다 / 영웅이 역사를 만드는가 /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

26th Brunch Time 『토인비가 말하는 토인비』ㅡ역사가의 지혜
도전과 응전의 기록 / 오늘날 서구 문명은 쇠락하는 단계에 있는가 / 노학자의 식견 / 문명을 추동하는 힘

27th Brunch Time 『세계사 편력』ㅡ미래에 보내는 편지
감옥으로부터의 역사 사색 / 동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사 / 제국주의와 식민지 수탈 / 다시 태어난 노제국 / 역사와 미래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