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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식전
<strong>식전
저자 : 장인용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출판년 : 2010
ISBN : 9788964620052

책소개

한국인의 밥상문화 오천 년을 돌아보는 밥상견문록!

팬더곰 장인용이 차려낸 우리 밥상 오천 년 이야기『식전』.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 즐기는 입맛이 언제부터 생겼고 시대와 문화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우리 '밥(食)'의 긴 역사를 돌아본다. 음식에 관심이 많아 실제로 직접 요리도 해보고, 음식의 역사와 효용에 관한 책과 자료를 찾아본 저자가 그동안 음식에 관해 보고 들은 것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 문화 전반을 살펴보며, 한국인의 밥상문화 오천 년의 흐름을 되짚어본다. 곡식부터 고기, 생선, 김치, 된장, 간장, 나물, 숟가락과 젓가락, 술과 차, 그리고 MSG와 GMO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밥맛, 입맛, 손맛으로 돌아보는
한국인의 밥상문화 5,000년


우리에게 ‘밥’의 의미는 각별하다. “밥 먹었니?”로 인사하고 “밥이나 같이 먹자”로 사람을 만나며 백일상, 돌상, 생일상 등으로 날을 기념한다. 심지어 죽어서도 망자와 후손이 제삿‘밥’을 사이에 두고 만난다. 『식전』은 바로 이러한 우리 밥(食)의 장구한 역사를 그린 전기(傳)다.
우선 이 책은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 즐기는 입맛이 언제부터 생겼으며 시대에 따라 문화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 거기에다 인류가 처음 등장한 사바나의 초원, 로마제국, 십자군전쟁, 몽골제국, 신대륙 발견, 산업혁명 등 다양한 역사의 시공간을 연결하여, 그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우리 음식 문화에 어떤 과정을 통해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를 그려낸다. 그리하여 우리 밥상에 오른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전 인류적 역사의 흔적을 찾아냄으로써 결국 음식의 진화가 곧 인간 문화의 진화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 지호출판사의 대표인 글쓴이는 한때 요리사를 꿈꿀 만큼 음식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음식의 역사와 효용에 관한 온갖 책과 자료를 찾아보았고 실제로 직접 요리도 해보았으며, 때로는 몇몇 음식 관련 책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긴 ‘음식 여행’에도 여전히 자신의 “허기를 다 채우지 못해” 직접 글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간의 여정 동안 음식에 관해 보고 들은 지식 모두를 이 한 권의 밥상 위에 정성껏 차려놓았으니,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 문화 전반에 대해 빠짐없이 돌아보며 즐기기에는 두루 넉넉한 상차림이 될 것이다.

밥 한술에 담긴 천년 사연

여기, 얼핏 보기에도 지금의 밥상과는 다른 옛날식 상차림으로 여러 음식을 그러모은 밥상이 하나 있다. 자, 이 밥상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 역사의 흐름을 곱씹어보자.
우선 밥은 쌀밥이다. 쌀이 보리, 조 등을 제치고 주곡이 된 것은 고려시대 이후의 일이다. 상 한가운데에는 두부조치가 놓여 있다. 두부는 고려 후기부터 먹었다. 배추김치는커녕 배추로 만든 음식이 안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배추가 전국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16세기보다 앞선 시기인 듯하다. 숟가락의 모양을 보더라도,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형태와는 달리 숟가락의 끝이 뾰족하고 손잡이가 굽어 있다. 밥을 제대로 떠먹을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운 이런 숟가락 모양도 이 밥상의 시기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임을 알려준다.
이 밥상의 차림새로 알 수 있는 게 그 시기만이 아니다. 양고기가 놓여 있으니, 궁중이나 상류층의 밥상임이 틀림없다. 양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이 잘 자라지 않아 요리를 위해 중국에서 수입해다 먹을 정도로 귀한 고기였다. 몇몇 반찬에 후추가 뿌려진 점이나 설탕이 든 백설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잘사는 집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설탕이나 후추가 무척 귀한 수입품이었으니 서민의 밥상은 아닌 것이다. 더욱이 귀하디귀한 식용유와 밀가루로 만드는 약과가 수북이 쌓인 것만 보아도 이는 왕공귀족이 아니면 엄두를 못 낼 상차림이다.
밥상의 풍경은 어제오늘로는 그다지 바뀌지 않으니 50년 전, 100년 전도 오늘의 밥상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처럼 몇백 년을 건너뛰면 재료 하나하나까지도 지금과 다르다는 게 확연하다. 느리고 작은 변화도 긴 세월이 누적되면 큰 변화로 나타나니, 이처럼 전혀 다른 모습의 밥상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생물의 진화와도 같은 ‘문화의 진화’다.

사람이 흐르면 음식도 흐른다

흘러야 문화다. 음식 문화는 한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변화하기도 하지만, 음식의 역사를 둘러보면 오히려 다른 지역의 여러 이질적인 문화들이 흘러들어와 서로 교류하고 충돌하면서 변화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것들은 어떠한 문화적 교류와 충돌 속에서 진화해왔는가?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있는 배추김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민족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배추김치 속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와 배추, 젓갈 등 여러 재료의 유래를 추적하면서, 결국 그 역사가 불과 100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그리하여 가깝게는 을사늑약 이후 일제에 의한 육종 연구, 멀게는 ‘콜럼버스의 발견’이 없었더라면 배추김치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특히, 문화적 교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람의 교류다. 예컨대, 우리나라 벼농사의 기원을 중국 닝보 지역 특유의 설떡[寧波年羔]과 우리 설날의 가래떡, 이 두 설날풍습의 유사성에서 찾는다. 풍습은 단시간에 전래되는 것이 아니기에 교류가 꾸준해야만 하며 그 교류는 단순한 물품 교류가 아닌 사람 사이의 교류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벼농사에는 볍씨뿐 아니라 농법도 전래되었어야 했을 테니 닝보 지역 사람들이 이 땅에 건너와 살면서 벼농사와 함께 풍습도 전해진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뿐 아니라, 중국 사신의 동선을 따라 만두가 전파되었다든지, 북경식 자장면이 산동화교의 창의성에 힘입어 오늘날의 우리 자장면이 되었다든지 하는 것도 사람을 따라 음식이 흐른 좋은 예다.
결국 음식의 변화는 재료를 선택, 조합하며 조리방법을 정연하게 다듬는, 상당히 고난도의 창의적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재료와 창의성의 숙성이 특히 중요하며, 이는 시대에 따라, 지리적 환경이나 문화적 풍토에 따라 더 나은 음식을 만들고자 애쓰는 인간의 다양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발현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음식은 실제로는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여러 요소가 혼합된, 그야말로 인간 문화의 정수다. 그렇기에 우리 밥상을 새로이 톺아보는 일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아마도 남도한정식의 풍부함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주 지방은 고려 초기부터 나주 나씨 같은 호족의 근거지였다. 결국 고려의 건국도 이 지방호족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당연히 개성을 근거로 한 중앙정치에도 깊숙이 간여했다. 그것은 결국 개성의 호사스러운 삶 일부를 자신의 향리에도 가져갔음을 뜻한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남도는 유배지로 채택될 만큼 머나먼 땅이었다. 그만큼 중앙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호남의 고택을 보면 사대부의 집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둥근기둥을 한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둥근기둥은 왕궁과 절에만 허용되었는데 사대부 집에 이를 쓴 것이다. 이는 호남의 남쪽이 그만큼 세속적인 규율로부터 자유로웠음을 증명한다.
호사스러운 남도의 한정식도 이런 문화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조선조 사대부 가운데서 영남학파에 비해 호남의 선비들이 조금 더 소외되었고, 근검절약을 중시하는 사대부 문화의 엄격함에서 더 자유스러웠던 것이 남도한정식에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벼슬에서 물러나 물질적으로 풍부한 생활을 누리며 할 수 있는 것이 시와 노래,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 말고는 달리 또 무엇이 있으랴. (260쪽)

중국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면 여러 가지 용어가 혼재함을 알게 된다. 우리 음식 같은 이름도 있고, 언뜻 들어도 중국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이름도 있다. ‘팔보채’나 ‘오향장육’ 같은 요리는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는다. 우리 한자 발음으로 읽어도 뜻이 통하고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럽게 우리식으로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식 이름도 적지 않다. 이는 초창기 화교가 열었던 중국음식점의 주된 손님이 일본인이었으며 일본어가 우리말보다 우세한 시기를 거쳤던 까닭이다. 중국음식점에서 일본식 무절임인 ‘다쿠앙’과 한국식 김치를 내놓는 것부터가 그렇다. 짬뽕이나 우동이라는 일본식 이름이 있는가 하면, 군만두도 예전에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혼용해 ‘야끼만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음식점의 음식 이름은 여러 역사의 흔적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중국음식점의 이런 복잡한 음식 이름들에는 나름대로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변천해온 역사의 흔적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해방 후 중국음식은 자장면, 짬뽕으로 대변되는 대중화, 그리고 집이나 사무실로의 ‘신속배달’이라는 마법에 힘입어 급속하게 퍼져갔고,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일상이 되고 말았다. (293-294쪽)

밥상은 어제의 것이 오늘의 것과 다를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기에 50년 전의 밥상도, 100년 전의 밥상도 오늘과 같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느린 변화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큰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마치 생물의 진화와도 같은 ‘문화의 진화’다. 어느 긴 세월을 놓고 보면 마치 전혀 생뚱맞은 밥상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305쪽)

우리 민족의 처지에서 보자면 실로 험한 시련과 굴욕의 시간이었던 몽골의 침략조차도 밥상에는 많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국교인 불교의 영향으로 소략해졌던 밥상에 다시 고기가 오르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별미로 두부가 등장하게 되었다. 증류주는 술꾼들의 취기를 한껏 북돋을 만했으며, 새로운 종자들이 들어와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가 국가의 주권을 잃고 일본의 전쟁 수행을 위해 군수물자를 보급해야 하는 아주 치욕스러운 꼴을 당했다. 쌀을 비롯한 곡식들을 강탈당하고 감자와 고구마의 증산에 주력하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술도 죄다 빼앗기고 가정에서 담그는 술은 밀주로 처벌까지 받았다. 그리고 일본식 음식과 일본식 서양음식이 슬금슬금 밥상을 차지해 지금까지도 많은 잔재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잔재들은 모조리 청산해야 할 것은 아니며 그렇게 청산할 수도 없다. 법률로 돈가스를 먹지 않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새로운 음식 문화는 우리식으로 받아들여 다시 만들면 된다. 역사는 곤욕의 시간이었지만 밥상은 전과 다른 모습으로 흘러간다. 문화의 흐름이란 고여서 좋을 게 없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문화를 탄생시킬 수도, 그나마 있던 것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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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들어가며: 밥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1부. 과연 무엇이 우리 것인가
옛사람도 우리와 같은 된장찌개를 먹었을까?
먹은 지 고작 100년인 배추김치가 한민족의 자존심?
단군신화의 곰은 마늘을 먹지 않았다

2부. 우리 입맛의 뿌리를 찾아서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입맛
소금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일본간장으로 만든 불고기가 한국음식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설탕
은밀한 유혹, 당신의 혀는 안전합니까?

3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고구려의 찬란한 유산, 콩
국수가 쌀밥보다 귀했던 시절
나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보릿고개가 이끈 음식의 진화

4부.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임연수 씨, ‘이면수’는 많이 잡았나요?
개를 먹는 것도 공자님 탓
인스턴트커피 출생의 비밀은 ‘전투식량’
조상님, 과일은 요즘 것을 올립니다
시작도 끝도 떡과 함께하는 인생살이
술꾼의 넋두리, “술에 세금 붙이는 더러운 세상”

5부. 팔도팔색의 우리 밥상
한겨울 뜨뜻한 방구들에서 달달 떨며 먹어야 제맛인 냉면
서울음식은 왜 개성음식을 못 이길까?
전라도 vs 경상도, 음식도 사투리를 닮는다

6부. 한·중·일의 음식 삼국지
자장면은 ‘중국’음식, 짬뽕은 ‘일본’음식?
우리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제2차 청일전쟁
공자를 따르는 자, 숟가락을 써라
비빔밥·떡볶이로 한식을 세계화하자고?

7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런 음식점, 찾을 수 없나요?
안전한 밥상을 위하여

나오며: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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