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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Juste une ombre)
그림자 (Juste une ombre)
저자 : 카린 지에벨
출판사 : 밝은세상
출판년 : 2014
ISBN : 9788984371422

책소개

무결점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은 카린 지에벨의 심리 스릴러!

연필을 쥘 수 있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통학지도사, 프리랜서사진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을 두루 경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설 쓰기에 착수한 작가 카린 지에벨 대표작 『그림자』.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저자가 작품을 통해 선보이는 독특한 개성이 있는 등장인물, 순간적인 호흡곤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섬뜩한 서스펜스,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회사에서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될 만큼 성공한 클로에는 외면적인 성공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어린 시절 실수로 여동생을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새벽녘, 파티를 끝내고 귀가하던 클로에는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가던 중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뒤돌아본 결과 수상한 그림자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복면을 하고 스카프로 입을 가린 그림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올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 클로에는 힘껏 달려 그림자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와 정면으로 조우하는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대표작!
-코냑추리소설대상,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 수상작!
-사이코패스에게 점령당한 그녀, 탈출구는 없는가?


프랑스 독자들은 전통적으로 스릴러에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인문학적 색채를 가미한 로망 폴리시에Roman Policier에 열광하고 있다. 국내에도 더러 선보인 바 있는 로망 폴리시에는 사변적인 경향이 두드러지고 사건보다는 인물 중심 구조로 되어 있는 탓인지 국내독자들로부터 그리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최근 프랑스에도 장르소설 붐이 일어나면서 다양한 색채의 스릴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카린 지에벨은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카린 지에벨은 연필을 쥘 수 있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녀는 통학지도사, 프리랜서사진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을 두루 경험했다.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쓰기에 착수한 그녀는 데뷔작《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 Terminus Elicius》로 2005년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06년 발표한 《속죄를 위한 살인 Meurtres pour r?demption》으로 코냑추리소설대상, 2007년 발표한 《어둠이 할퀴고 간 자리Les morsures de l'ombre》로 SNCF독자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그림자Juste une ombre》로 다시 코냑추리소설대상과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그림자》와 《속죄를 위한 살인》은 프랑스 스릴러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7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는 동안 네 번의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작가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 작가의 소설들이 번역 출간되어 크게 호평 받고 있으며 대다수 소설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고 깊이 있는 통찰로 포착해내는 게 특징이다. 독특한 개성이 있는 등장인물, 순간적인 호흡곤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섬뜩한 서스펜스, 허를 찌르는 반전 등은 작가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작가는 단순한 흥미 차원을 넘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죄의식, 불안, 욕망, 슬픔, 의심 등의 요소를 끄집어내고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으로 작중인물들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추적하며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로망 폴리시에의 영향을 받은 탓인 듯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작중인물들의 심리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매혹적인 서스펜스를 가미해 이야기가 지루한 사변으로 흐르지는 않는 게 특징이다.
《그림자》의 여주인공 클로에 보샹은 촉망받는 커리어우먼이다. 30대 나이에 광고회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파리 교외의 주택에 살고 있으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닐 만큼 겉모습만 보자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고, 주변사람들을 동료나 친구로 여기기보다는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상대로 생각하기에 단 하루도 긴장을 풀 날이 없다.
남자 주인공인 고메즈 형사는 겉모습만 보자면 화끈한 성격의 터프가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아내 소피와 외롭게 살아가고 있고, 평생 단짝인 아내가 죽고 나면 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몰라 고뇌하는 순정파 남자이기도 하다. 결국 소피가 죽고 나서 한동안 방황하지만 세상을 어지럽히는 범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다시 복귀한다.
베르트랑이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 나비를 잡아 날개를 찢어발기고 혼자 버둥대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걸 즐겼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여자들을 유혹하고 사귀다가 냉정하게 차버리는 게 취미처럼 되어버린 사람이다. 그는 여자들이 울며불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쾌락을 얻는다. 그의 이성교제는 사랑과는 무관하다. 그는 여자들이 안달하며 매달리는 모습, 충격을 받아 넋을 잃은 모습, 가슴이 아파 펑펑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찾는 사람이다.
클로에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갖고 살아온 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세 자매 중 맏이인 그녀는 엄마와 막내가 병원에 간 사이 동생 리자와 가동을 중단한 공장건물에 간다. 엄마는 평소에도 늘 그 공장에 가면 위험하다며 절대 가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클로에는 신나는 놀이의 유혹을 벗어던질 수 없다. 공장에 가면 3미터 높이 철근 기둥에 올라가 곡예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하긴 해도 짜릿한 스릴이 있는 놀이이다. 그러나 여덟 살짜리 동생 리자가 그녀를 따라하다가 낙상해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이 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생에 암울한 그늘이 드리워지게 된다. 그 사건은 클로에를 평생 죄책감과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원죄로 작용한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리자는 요양원에서 겨우 생명만 유지하며 연명해가는 실정이다. 클로에는 잠을 잘 때조차도 그 어두운 기억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매일이다시피 악몽을 꾼다. 클로에가 사회적인 성공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녀는 사회적 성공이 상처받은 가슴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소설의 범인, 즉 사이코패스는 아무런 원한이나 동기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여자들을 마치 애완동물처럼 지배하려 든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전 장난을 치며 데리고 놀듯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 미모가 뛰어난 여자, 자긍심이 강한 여자, 의지와 집념이 강한 여자를 상대로 치밀한 계획 아래 공황상태로 밀어 넣어 생을 포기하게 만든다. 뛰어난 두뇌를 범죄에 이용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클로에는 그가 범행상대로 삼을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사이코패스의 범죄 동기는 정신분석학적 접근 없이는 짐작할 수조차 없다.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는 고메즈 형사가 신경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안, 강박증, 트라우마, 망상증, 착란현상 등 정신분석학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정신분석학적 접근은 사이코패스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보이지 않는 적의 지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의 작중인물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문하고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우는 선인, 부도덕하고 악마적 취향의 악인으로 나뉘는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캐릭터들과는 거리가 멀다. 고메즈는 정의감이 투철하고, 세상을 절망적으로 만드는 범죄를 소탕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지만 필요한 수사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용의자 주변인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클로에 또한 회사에서의 높은 직책을 이용해 부하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작가는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인물,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의 역동성을 부여하고, 갈등을 첨예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모습은 눈에 비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성격 또한 일관된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다. 이 소설에 나오는 고메즈 형사, 클로에 역시 다중성격의 양상을 보인다. 고메즈 형사의 내면은 따뜻하고 여리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강하고 남성적이다. 클로에 역시 겉모습만 보자면 강하고 도전적이지만 내면은 여성스럽고 연약하다.
카린 지에벨은 인품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부족한 인물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공감 능력을 배양하고 차츰 균형 잡힌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술회한 바 있다. 작중인물들의 직업 구성 또한 다양하다. 광고회사 커리어우먼, 의리와 정이 많은 터프가이 형사, 노회한 회사경영자,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신출내기 형사, 신경정신과전문의, 정신병원 간호사, 천재적인 두뇌의 사이코패스 등 인물의 면면만 보아도 대단히 흥미롭다.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그림자》는 프랑스에서 두 개의 상을 수상했을 만큼 작품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영화판권 계약이 마무리돼 조만간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무결점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무엇보다 재미가 뛰어난 소설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유의 악마적 비극성을 담고 있는 소설인 동시에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여성만을 골라 악마적으로 지배하려는 사이코패스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홀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려는 한 여성의 끈질긴 분투, 예민한 촉각을 앞세워 마침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가는 한 형사의 끈질긴 추적을 그린 《그림자》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며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밝은세상에서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을 연이어 소개할 계획이다.

인간은 얼마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을까?
-《그림자》줄거리 요약


광고회사 커리어우먼 클로에는 회사에서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될 만큼 성공한 여성이다. 외면적인 성공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어린 시절 실수로 여동생을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매일이다시피 어린 동생 리자가 3미터 높이의 철근기둥에서 떨어지는 악몽을 꾸다보니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벽녘, 파티를 끝내고 귀가하던 클로에는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가던 중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뒤돌아본 결과 수상한 그림자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복면을 하고 스카프로 입을 가린 그림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올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 클로에는 힘껏 달려 그림자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와 정면으로 조우한다.
클로에는 간이 떨어질 만큼 놀라 뒷걸음질 치지만 그림자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린다. 그 날 이후, 그림자는 집 근처에도 나타나고, 퇴근길에도 나타나 한시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죽은 새를 현관 문 앞에 버려두기도 하고, 차의 보닛 위 먼지를 이용해 관을 그려놓기도 한다. 집안에 몰래 들어와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 놓거나 빈 냉장고에 식료품을 채워놓기도 한다. 그 모든 행위들은 클로에를 공황상태로 밀어붙이기 위한 그림자의 치밀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클로에는 매일이다시피 그림자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애인인 베르트랑과 친구인 카롤에게 호소하지만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신경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림자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없기에 주변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클로에는 결국 경찰서를 찾아가 그림자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신고접수를 담당하는 형사는 코웃음을 치며 대놓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클로에는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다 차기 회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그림자마저 끊임없이 나타나 신경을 예민하게 하는 바람에 나날이 심신이 황폐화해 간다.
범죄 해결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베테랑 형사 고메즈는 시한부인생인 아내 소피와 함께 하루하루를 마치 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 소피는 매일이다시피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만큼 극심한 통증을 떠안고 지내야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죽으면 새로운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탁을 하지만 고메즈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어느 날 고메즈는 소피로부터 오래 전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말을 듣고 헌 책방을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다. 들뜬 마음에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소피는 이미 숨을 거둔 이후이다. 고메즈에게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는 소피였기에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심신은 파탄지경에 이른다. 아내를 따라가기 위해 권총 자살을 기도하지만 끝내 결행하지 못한 고메즈는 결국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경찰서로 복귀한다.
고메즈는 마역사범 용의자의 은신처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애인을 찾아가 범죄자도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을 가해 정보를 알아내고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고메즈는 후배 형사 라발과 함께 며칠간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체포할 기회를 잡지만 무리한 작전을 펼치다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라발이 차에 깔려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병원으로 실려 간 라발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고메즈는 서장으로부터 내사과에서 내사에 착수했다는 말과 함께 휴가를 권고 받는다.
클로에는 두 번째 사건접수를 하러 경찰서를 방문했다가 고메즈의 눈에 띈다. 소피를 빼닮은 여인이 절망한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을 본 고메즈는 사건접수를 맡은 형사를 찾아간 끝에 클로에가 무슨 일로 경찰서를 방문했는지 알게 된다. 마침 클로에가 겪은 일은 고메즈의 친구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도 유사한 제보가 있었던 사건이었다.
고메즈는 두 사건이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는 걸 간파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데…….

-책속으로 추가-
파올리 부부의 증언을 들어본 결과 로라가 겪었던 일들이 클로에가 지금 겪고 있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로라가 미쳐가는 과정을 주변사람들 모두가 지켜보았다. 어느 누구도 로라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거나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로라는 혼자 고통스러워하다 생을 마감했다.
로라를 죽음으로 이끈 스토커는 교활하고 음흉할뿐더러 범죄지능이 대단히 뛰어난 자가 분명했다. 그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피해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범죄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이기도 했다.
일단 미모가 빼어나고 매력적인 여성을 노린다는 게 특징이었다. 대상을 정하고 나면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해 판단력을 잃게 한 다음 주변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회사 일도 등한시하게 만들었다. 포식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전 먹잇감을 무리로부터 고립시키는 방식이었다. 스토커는 고립감이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크게 위축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스토커의 살인방법이 뭔지 알 수 없었다. 피해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붙여 스스로 죽게 만드는지, 직접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월요일에는 로라와 상담했던 신경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로라 건 말고 또 다른 케이스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했다. 초범이라고 믿기에는 범죄수법이 너무나 능숙하고 치밀했다.
-367P

사람이 살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기 마련이었다. 사람도 여타의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들이 있다. 사람에게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삶의 공간이 언제나 포식자에게 노출되어 있다면 이미 생존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사람에게도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마음을 푹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장소가 없다면 사람 역시 끝없이 도망을 치며 수시로 뒤돌아봐야 하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도주의 길을 찾아야 하는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클로에는 자신이 포식자에게 언제든 잡아먹힐 수 있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목적지도 희망도 없이 도로 위를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닌 클로에는 결국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챙겨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버릴까? 남들이 한없이 부러워하는 회장 자리를 포기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몸이 부서져라 애쓴 끝에 어렵사리 장만한 집을 포기하고 당장 떠날까?
클로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생 이루어온 가치들을 다 내려놓는다는 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맞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클로에는 P38권총을 손에 쥐고 거실에 앉아있었다.
-398P

고메즈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여전히 묶여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다음 투우장의 성난 황소처럼 캉탱을 향해 달려다며 머리로 가슴을 힘껏 들이받았다. 캉탱의 몸이 벽으로 밀려 부딪히더니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숨통이 끊길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고메즈는 여세를 몰아 아예 캉탱을 끝장내주고 싶었다. 놈의 몸을 구둣발로 닥치는 대로 짓이기고 싶었다. 다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의자에서 빠져나와 몸을 던지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쏟아 부은 탓에 무릎의 힘이 풀리며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캉탱은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빌어먹을! 역시 힘이 장난이 아닌데?”
캉탱은 서서히 숨을 고르며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절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고메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고개 들고 날 쳐다봐! 이제 어떻게 해줄까? 시도는 좋았는데 마취약에 취한 상태로 날 이길 수는 없을 거야. 나머지 일은 걱정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경찰이 조사를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게 깔끔하게 끝내줄게.”
-531~532P

간호사들이 내 팔다리를 묶고 있던 가죽벨트를 풀어줬어. 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있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아두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체 안치실처럼 생긴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길 잃은 짐승처럼 몸을 떨고 있어. 추위 때문이 아니야. 사실 여긴 쪄죽을 정도로 더운 곳이니까. 온도 문제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이 나를 반반씩 집어삼켰기 때문이야.
간호사들이 나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고 있지.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묶어 놓을 테니 그리 알아요.
간호사들은 자주 그런 협박을 하지. 한마디로 무자비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이야. 허구한 날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뇌가 마치 솜뭉치처럼 뒤죽박죽 된 것 같아. 근육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마치 산소가 모자라 꺼지는 촛불처럼 내 몸 안의 기력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져.
내가 어디에 있는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 내가 누구인지도 알아. 난 모든 걸 정상적으로 느끼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 그렇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시야가 흐려지고 있어.
정당방어를 했을 뿐인데 왜 내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하지?
난 미치지 않았는데 왜 미친 사람들과 함께 가두어놓은 거지?
-592P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