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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저자 : 정민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년 : 2004
ISBN : 9788987787848

책소개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을 가졌던 이들,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지은이는 18세기 지식인들이 마니아적 성향에 열광했다는 데에 주목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이룬 업적과 그 삶의 태도를 기록한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을 1억 1만 3천 번(지금의 숫자로는 11만번) 읽은 독서광 김득신, 어찌보면 엽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깊이 빠졌던 이들의 이야기가 더없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그 올곧은 태도가 한없이 아름답다.
[알라딘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지난 10년 가까이 나는 이들과 만나 울고 또 웃었다. 현실의 중압이 버거워 달아나고 싶다가도 이들 앞에 서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태와 안일에 젖었을 때 뒤통수를 후려치는 죽비소리를 들었다. 현실 앞에 부서지면서도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던 슬프고 칼날 같고 고마운 기록들이 여기에 있다.”- 중에서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 신분과 나이와 성별을 잊고 이름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고자 했던 진실한 사귐,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고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 그러나 이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죽기까지 했다.
저자는 다만 “이 책에서 기록의 행간에 숨어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의 이야기를 먼지 털어 전달하는 사람의 소임만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살린 이들의 삶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모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 책의 특징

옛글 속에서 길어올린 지식인의 내면 풍경

이 책의 저자 정민은 스스로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얼마든지 힘 있는 말씀이 될 수 있다 한다. 그렇다. 같은 글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른 울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자가 붙잡은 화두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이다. 이를 조선 지식인의 내면을 읽는 화두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지식인을 읽는 새로운 코드, 벽(癖)
“사람이 벽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일 뿐이다. 대저 벽이란 글자는 질((疾)에서 나온 것이니, 병 중에서도 편벽된 것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사람만이 능히 할 수 있다.” - 박제가, 《백화보서》

꽃에 미친 김덕형, 장황에 고질이 든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았던 석치(石癡) 정철조, 담배를 너무 좋아해 아예 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엮은 이옥, 을 1억1만3천 번을 읽은 독서광 김득신, 스스로를 간서치(책에 미친 바보)라 했던 이덕무……,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글에서는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마니아들의 존재가 부쩍 눈에 띈다.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미친 듯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이들의 존재는 이 시기 변모한 지적 토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기 넘치는 마니아의 시대

18세기 지식인들은 이처럼 벽에 들린 사람들, 즉 마니아적 성향에 자못 열광했다. 너도나도 무언가에 미쳐보려는 것이 시대의 한 추세였다. 이전 시기에는 결코 만나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수기치인 곧 자기를 닦는 공부에 몰두했다. 사물에 몰두하면 뜻을 잃게 된다고 하여 오히려 금기시했다. 격물치지 공부를 강조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물이 아니라 앎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이 최종 목적지였다. 이런 흐름이 18세기에 오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다. 세상은 바뀌고 지식의 패러다임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왔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이때 쏟아져 나온 그 방대한 저작들, 정약전의 《현산어보》 김려의 《우해이어보》, 정약용의 그 엄청난 저작들은 모두 벽의 추구가 낳은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의 산물이었다.

나태와 안일을 꾸짖는 서늘한 죽비소리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이룬 성취에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한낱 기생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보잘것 없는 화공의 죽음에 크게 낙담했던 허균, 나이와 신분을 잊고 음악을 통해 진심을 나누었던 홍대용과 그의 벗들, 자신의 둔함을 탓하는 제자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스승 권필과 그런 스승을 정성으로 모시는 제자 송희갑 등,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서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서늘한 죽비소리이다.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주체를 세우지 못한 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들에게, 그렇게 해서야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영웅들의 삶을 복원 -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힘으로 우뚝한 보람을 남긴 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이어갔다. 천대와 멸시 속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 속에, 그렇게 잊혀져갔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불온한 문체를 쓴다는 이유로 견책을 입고 군역을 갔던 이옥, 저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잊혀져 간 이들의 삶을 정성스레 복원해내고 있다. 이들이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 김영의 죽음에 홍길주는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고, 이가환 역시 “노긍을 알아줄 환담(한나라때 양웅의 대단한 학문을 알아보았던 사람)은 없다”며 자신이 그 역할을 맡겠노라 했다. 이들의 기록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들의 삶이 이렇게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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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벽에 들린 사람들
미쳐야 미친다
굶어 죽은 천재를 아시오?
독서광 이야기
지리산의 물고기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

2.맛난만남
이런 집을 그려주게
산자고새의 노래
어떤 사제간
삶을 바꾼 만남
실내악이 있는 풍경
돈 좀 꿔주게
노을치마에 써준 글

3.일상 속의 깨달음
연기 속의 깨달음
그림자놀이
천하의 지극한 문장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세검정 구경하는 법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