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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기원
언어의 기원
저자 : 파스칼 피크|베르나르 빅토리|장 루이 데살
출판사 : 알마
출판년 : 2009
ISBN : 9788992525701

책소개

인문과 과학의 만남을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풀어낸 시리즈!
인류는 어떻게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과학과 사회』시리즈. 바칼로레아 시리즈를 펴낸 르 포미에 출판사 파리 과학산업관이 공동으로 편찬한 기획전집 . 이 시리즈는 공유 가능한 과학문화도구를 만들고 ‘과학과 사회’에 대한 담론을 윤택하게 하며, 과학기술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찰까지 담고 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쟁점들을 골라 주제로 삼고 이와 관련된 여러 분야 학자들의 이론을 잘 정리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쟁점에 관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진 의견을 통합적으로 접할 수 있다. 독자들은 과학적인 주제를 인문학자들이 어떻게 풀어내고 있으며, 인문학적인 주제를 과학자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통찰할 수 있다.

09권《언어의 기원》. 이 책은 ‘인류가 어떠한 인지능력 때문에 문화적인 혁신과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는 분절 언어의 출현으로부터, 프랑스국립연구원 연구 부장인 베르나르 빅토리는 사회 조절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부터 기원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인지과학자인 장 루이 데살은 언어의 두 가지 기능을 소개하며 어떤 이유에서 언어가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양장본]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동물행동학자가 다른 세계로부터 지구를 방문하여 인간의 행태를 묘사하려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의 첫 번째 묘사는 아마도 언어 행동에 관계된 것들일 것이다. 인간은 상당 시간을 동류들 간에 끊임없이 생로 생겨나는 메시지들을 교환하는 그 놀라운 활동에 할애한다. 그 활동은 지구의 동물계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하는 활동이다. 금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는 제기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 답은 분명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언어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종種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획의도
언어는 형언하기 힘든 기적이다. 언어는 인류를 대초원에서 해방시켰고, 역사를 낳았다. 이 언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노암 촘스키의 설명, 즉 언어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그 능력은 ‘보편문법’과 함께 인간 유전자에 내장되어 있다는 설명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촘스키의 설명을 넘어 언어를 진화적 발달의 관점에서 추적하려는 시도에 불이 붙고 있다. 언어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학자들은 단순한 것은 필연적으로 복잡한 것이 되게 마련이라며 굵은 한 획을 쓱 긋는 정도로 언어의 진화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언어 재주를 갖기 전에도 다른 영장류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영리한 의사소통 형태로서 조어祖語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조어와 그 뒤를 잇는 체계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했을까? 아니면 수많은 세대를 거치는 동안 느린 변화의 층이 겹겹이 쌓이면서 낑낑대는 소리에서 주격이 있는 말로, 외마디 소리에서 아름다운 시詩로 변모했을까? 어떤 설명도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가장 큰 첫 번째 장애물은 말의 본질에서 나온다. 말은 우리 인간이 창조한 것 가운데 가장 덧없는 존재다. 공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쥐라기 어룡의 적응 과정도 추적 가능하고, 화석 증거를 통해 이 동물이 오랜 시간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볼 수 있다. 그러나 호박 속에 보존된 동사, 골화된 명사, 깜짝 놀란 채 용암에 갇혀버린 선사시대의 외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어 화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어와 관련된 인체 기관의 변화는 언어 진화 과정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뇌, 혀, 후두, 폐, 코, 목젖 등은 발화와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질학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인체의 부드러운 조직은 음파만큼이나 금방 사라진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나마 언어의 화석이라고 여길 만한 것은 먼 조상들의 뼈가 남긴 흔적뿐이었다. 과학자들은 두개골 조각을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얻었는데, 두개골 크기는 뇌 용적을 간접적으로나마 측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준이기 때문이다. 목 척추의 길이와 다른 골격 변화 과정을 근거로 우리 조상의 언어 기술을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개골이나 대퇴골의 크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러한 증거는 언제 최초의 단어가 발화되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뼈는 최초의 언어를 말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또는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못한다. 언어는 독백으로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언어의 상호소통적인 본질상 대화로 시작되었을까? 화석은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언어의 진화와 기원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나의 화석만으로 답을 얻을 수 없듯이 이 광범위한 문제를 학자 한 사람이 혼자서 풀 수는 없다. 단어와 문장의 최초 기원을 발굴하는 일은 대여섯 개의 학문 분야, 수백 명의 지적이고 헌신적인 학자들, 통찰력 있는 개인들의 지식을 모두 합쳐야 한다. 언어의 진화와 기원에 관해 밝히기 위해서 우리는 근본적인 진화 과정이 어떤 변화를 거쳐 조어祖語를 가진 유인원에서 마침내 언어를 가진 영장류인 우리 인류로 이어졌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언어 기원을 탐구하는 것은 19세기 상아탑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파리언어학회가 이 주제에 관한 연구 정지를 선포한 1866년 이래, 학식이 있다는 사람은 언어의 발생 과정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언어의 기원을 찾는 일은 헛되 시도라고 공표했고, 그 주제에 대한 출판도 금지했다. 현재 언어 진화와 기원 연구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언어능력 구성 요소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실마리는 뇌 손상, 어린아이의 말하는 방식, 침팬지가 무언가를 가리키는 방식, 쥐의 유전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20세기 후반 언어생물학, 인공지능, 유전학, 동물 인지, 인류학 등의 발전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미지의 영역이었던 정신 신경 분야를 어떻게 탐구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증폭된 관심과 연구는 이제 언어학, 인류학, 유전학, 심지어 물리학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더 긴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언어 진화와 기원에 대한 이야기에서 노암 촘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언어는 인류 고유의 현상으로서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의 적응과 뚜렷이 구별된다. 현재 우리가 하는 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종은 인류뿐이다. 언어는 우리와 다른 동물을 가르는 특성일 뿐 아니라 다른 인지능력, 이를테면 기억, 지각, 심지어 말하는 행위 자체와도 구별되는 능력이다. 학자들은 ‘언어 기관’, 즉 언어 기술을 전담한 뇌의 부분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인간 게놈의 미립자 속에 인간의 언어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몇몇은 문법 암호화 기능을 전담하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 바탕을 둔 진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대의 언어는 크로마뇽인에게 언어의 은사를 하사한 우연한 돌연변이의 결과로서 유전적 빅뱅과 함께 갑자기 지구에 출현했다. 촘스키 학파와 다른 관점을 가진 학자들도 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언어는 단일한 현상이나 특정한 대상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다른 능력 및 다른 인지적 과제와 서로 의존하며 상호 연결된 다차원적인 현상이다. 인류와 침팬지는 같은 조상에서 나왔으므로 우리의 복잡한 언어적 기술과 침팬지가 습득하는 간단한 단어 및 구분 기술 사이에는 강한 어족 관계가 존재한다. 실로 우리의 언어 시스템이 고유하기는 하지만 언어 진화의 점진적인 본질상 우리의 언어 기술과 원숭이나 앵무새처럼 인간과 촌수가 먼 동물들의 능력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언어는 뇌의 여러 장소에서 여러 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더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우리가 보유한 단일체가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것이다, 언어는 많은 유전자 설정이 상호 조율된 결과로 발생한다. 이 유전자 설정은 우리의 언어 학습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일정한 능력과 행위의 기초가 되는 한 벌의 육체적, 지각적, 개념적 성향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눈으로 보면 인류는 특별하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종과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이론을 옹호하는 이들은 언어를 그 자체의 필요에 따라 진화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한다. 촘스키의 관점은 20세기 중반부터 언어학과 인지과학계를 주도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언어 진화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두 번째 관점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그러나 언어 진화 분야는 하나의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기보다는 독단성이 약화되고 더 납득이 가는 지식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다른 능력과 인간 외의 동물의 능력들을 포함하는 연속체 위에 있다고 해도 이치에 맞다. 이 책은 우리 인류가 어떠한 인지능력 때문에 문화적인 혁신과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는 분절 언어의 출현으로부터 언어의 기원을 찾아올라가고, 프랑스국립연구원 연구 부장인 베르나르 빅토리는 사회 조절의 필요에 이해 언어가 출현한 최초의 순간에 대한 납득이 갈 만한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인지과학자인 장 루이 데살은 언어의 두 가지 기능을 소개하며 어떤 이유에서 언어가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비판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 언어의 기원들에 관한 연구들이 학제간 연구 영역에서 이용 가능한 자료들의 결핍보다는 인식론적 결점들 때문에 더욱 고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 첫 번째 비판은 언어의 기원들의 문제 관한 연구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 연구들은 언어의 특정 능력을 묘사하고 그로부터 언어가 그것을 위해 출현했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을 만족한다. 구조들은 생겨나야만 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 여전히 비판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20년 전부터 진화에 대한 잘못된 점진주의적 의미와 이러저러한 선조 종들이 언어의 시원을 갖고 있었다고 상정하는 고전적이고 뒤떨어진 다른 접근도 비난했다. 만약 호모하빌리스, 호모에렉투스 또는 다른 사람속이 다양한 형태의 공토기어들을 갖고 있었던 것이 당연하다면, 그 언어들이 인간 언어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우리는 종종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 또 비판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더욱 유감스러우면서도 너무 안이하며 시효가 소멸된 가설 등을 비난한다. 인간종이 오로지 한 가지 기능(이번 경우에는 언어)의 상태에 의해 특징지어질 것이라 상정하는 가설들을 말하는데, 그런 상태의 출현을 실제로 ‘설명해줄 만한’ 마법적 돌연변이(‘새로운 종의 출현’)를 내세우면서 가설을 세우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다. 이런 가설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예술과 상징적 형태들의 출현과 상관관계가 있는 우월한 인지적이고 상징적인 범위에 위치할 것이며 이러한 점은 근대 인간 또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출현을 6만 년 전 쯤으로 위치시킬 것이다. 이런 가설들의 옹호자들은 촘스키의 문법적 모듈을 이용하는데, 비판적 정신의 소유자들이 왜 촘스키에게 ‘창조주의자들의 문법학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그들이 네안데르탈인처럼 넓은 의미에서 호모에렉투스로부터 비롯된 다른 인간들에 대해 때때로 드러내는 무지나 경멸인데, 호미니제이션에 대한 잘못된 클리셰들과 결합된 목적론적 진화론만큼이나 편협한 시각이다._75~78쪽

[2장_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19세기의 언어학자들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일부 고대 언어들에서 파생된 현재의 언어들을 분석함으로써 고대 언어들을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방법이 6,000년에서 8,000년 그 이전까지는 거슬러 올라가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만 년, 심지어는 십여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모든 언어들이 최초의 같은 언어에서 파생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언어학자들은 말해줄 수 없다. 언어학계는 만장일치로 그 문제는 언어학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_84쪽

그런데 룰렌이 모든 언어들이 하나의 같은 언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증거를 보이겠다고 주장하며 그 언어를 ‘모母’ 언어라 부르며 30여 개의 ‘세계의 어근들’을 제시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어근들은 5만 년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의 조상들이 말하던 그 최초 언어의 일부 어휘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그는 썼다. _86쪽

룰렌은 세계의 모든 언어들이 친족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진정으로 증명해 보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친족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제 우리가 논의하게 되겠지만 호미니제이션의 역사를 보면 모어가 실제로 존재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호모니제이션의 과정이 600만 년에서 800만 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단계별로 진행되었고, 특히 (적어도 우리의 주제를 위해서는) 주요한 두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두 주요 단계는 100만 년 이상 전에 있은 호모에렉투스의 출현과 약 10만 년 전에 있은 ‘현대 호모사피엔스’(신인형 호모사피엔스), 즉 우리 자신의 종의 탄생이다._96쪽

이때 제기되는 문제는 어떻게 왜 최초의 언어가 생겨났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최초의 언어도 같은 종류의 어떤 언어의 후손이었을까, 아니면 영장류가 이전에 갖고 있던 의사소통 체계를 혁명시킨 진정한 ‘발명’이었을까? 이제 보게 되겠지만 바른 답은 두 번째 답 쪽일 것이다. … 첫 번째 단계는 호모에렉투스(그러니까 약 100만 년 전에)가 뛰어넘었을 것이며, 그것이 호모에렉투스의 진화적 성공을 대부분 설명해줄 것이다. … 훨씬 최근(십만 년 전쯤)인 두 번째 단계는 그러니까 초기 호모 사피엔스와 관련된 것일 텐데, 어쩌면 인간종에게만 관련된 것인지도 모른다(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두 번째 단계는 이전의 체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표현력과 복잡성을 인간 언어에 부여하는 ‘통사統辭’라는 중요한 혁신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이 혁명이 인간 사회 속에서 사회관계와 상호작용 능력을 전례 없이 심화시킬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점점 더 풍요해지는 문화생활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하며 요컨대 동물계에서의 인간의 예외적인 운명을 설명해준다._98~100쪽

동물 사회건 인간 사회건 간에 모든 사회조직은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엄수해야 하는 일정 수의 행동 규범들을 갖고 있다. 이 규범들은 단기적으로는 각 개체의 이익에 반대될 수도 있지만 그 집단의 존속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동물 세계에서는 동물행동학의 창시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가 이미 너무 잘 증명해 보였듯이,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동들은 이른바 ‘본능적인’ 메커니즘들에 의해 억압당한다. … 인간이 다른 사회적 포유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인간에게서는 사회적 제어가 생물학적 차원에서 실행되지 않고 사회문화적 차원엣 행해진다는 점이다. 금기 사항들이 부과되는 것은 사회집단의 말과 압력에 의한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저지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_114~115쪽

사회조직을 문란하게 하는 반복적인 위기들을 피하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집단 내에 전대미문의 표현 양식을 발명해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서술narration이다. 말을 통해 과거의 위기들을 환기시킴으로써 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인간 언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연마되었을 것이고, 언어의 그 첫 번째 용도는 모든 인간 집단들의 사회조직을 지배하는 기본법들을 제정하는 데 있었을 것이다._119쪽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한 단계는 서술적 행동을 의식화儀式化였을 수도 있다. 위기가 터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선조들의 그 위기 장면들과 금지해야 할 행위들을 상기시키기 위해 정기적인 발현發顯을 기획하는 것이 사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행동의 긴 진화 과정 가운데 서술적 기법들이 발전했을 것이며 다듬어지고 복잡화하면서 점차적으로 관습화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 모든 통사적이고 의미론적인 속성들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모어는 이런 과정의 귀결일 것이다._111쪽~112쪽

우리가 여기서 옹호하는 주장은 사회적 문란 현상에 관한 것으로서, 그들이 멸망한 이유는 바로 그 영장류들의 개체적 지성의 증대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인간종만이 새로운 의사소통 기능인 서술적 기능의 출현 덕분에 멸종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서술적 기능이 종의 생존에 해로운 행동들을 금지시키기 위해 과거의 위기들을 상기시켜주면서 영장류의 새로운 진화단계로 이끌어감으로써 동물계에서는 완전히 전대미문인 사회조직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멀린 도널드Merlin Donald가 ‘신화 문화의 단계’라고 부르는 이 새로운 진화 단계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같지 않은’ 종으로 만들어준다. 그 결과 언어의 출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상징적-문화적 세계의 발달을 가능케 해주면서 진화의 성격과 속도를 상당히 변화시키고, 동물계 내에서 인간에게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었다. 언어는 인간종에게 신新다윈주의적 진화의 제약들을 대체로 피하고 다른 진화 논리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 다른 논리의 구성 중심은 생물학적인 것으로부터 사회적인 것과 상징적인 것으로 옮겨갔다. 그러므로 그 인간종을 ‘호모사피엔스 나란스’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보다 먼저 있었던 호모사피엔스의 다른 종들과 호모사피엔스 나란스narrans를 구별해주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기본적 ‘지혜’의 원천인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간 집단들의 능력일 것이기 때문이다._123~124쪽

[3장_언어의 행동학]
언어를 통해 우리는 정상을 벗어난 듯이 보이는 사건들뿐만 아니, 유명하고 인정받는 어느 배우의 죽음처럼 화자들에게 감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까지 여지없이 전달한다. 그러므로 언어는 서술적 기능을 내포하는 ‘사건적’ 기능을 포함한다. … 언어는 사건적 기능 외에 다른 역할도 수행하는데, 우리로 하여금 논증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 그것이다. … 이런 ‘논증적’ 기능은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핵심이다. 이 기능은 앞의 인용문에서처럼 ‘확인된 사실’과 ‘미리 알고 있던 지식’ 사이에서, 또는 개인들이 실제 상태를 한탄하면서 그런 현실을 바꿀 방법에 대해 논의하려는 아주 많은 경우들에서처럼 ‘확인된 것’과 ‘욕망’ 사이에서 양립불가능의 형태로 탐지되는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데 있다. … 사건적 양식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논증 양식의 대화는 그 어떤 단독적인 문화 현상도 아니고 그 어떤 유행도 아니다. 모든 문화들 속에서 개인들 대부분이 하루에 몇 시간씩 행하는 자발적인 대화는 사건적 기능과 논증적 기능이라는 이 두 기본적 기능들에 할애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한 그렇지 않은 문화는 없다._133~135쪽

인간종에 왜 언어가 존재하는지를 설명하려면 말이 어떤 점에서 우리의 선조들을 도울 수 있었는지(그게 우리 선조들이었다면…)를 다윈식의 훌륭한 논리로 설명해야 하니까. 어떻게 해서 어떤 개체들의 경우는 더 많이 말한다거나 더 잘 말한다는 사실이 덜 말하는 동류들보다 더 많은 후손을 갖게 해주었는가? 그것은 인간 계통에서만 그러한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유형의 사건들을 동류에게 알린다는 사실 또는 동류와 논증한다는 사실로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끌어낸 이점은 무엇일까?_136쪽

언어를 호모 사피엔스의 정치와 연결시키는 것은 하기 쉬운 일이다. 정보 관련 능력이 뛰어남을 과시하려는 이런 대중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아는 능력이 동맹자들을 선택하는 기준들 중의 하나라고 가정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친구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대화를 이끌어가서 우리로 하여금 그 대화를 인정하게 만드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평범치 않은 경험들을 얘기할 줄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우리에게 진부한 얘기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도식이 이론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언어에 의해 드러난 자질이 동맹의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들은 집단의 성공에 유익한 자질들을 갖춘 동류들을 파트너로 찾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을 알아내는 능력이 어떤 점에서 인간의 정치에 유용한 걸까? 침팬지의 정치와 호모사피엔스의 정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동맹들의 크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정보 능력은 대단한 의미를 갖게 된다. 집단적 결정을 취하는 순간 동맹이 조직적인 처신을 해야 할 때가 자주 있는데 가끔씩은 집단의 성공에 결정적이기도 한 이런 때, 물리적?사회적 환경의 상태에 대해 훤히 아는 이미지를 갖는 능력을 증명해 보인 개체들을 동맹의 구성원들로 갖고 있는 것이 확실히 낫다. 현대사회의 특성인 결탁들 속에서처럼 초기 호모사피엔스들 간에도 정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잘 알고 있는 자들과 연합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선택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설사 그 새로운 사실들이 쓸데없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언어는 그런 필요성에서 생겨났다._164~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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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추천글 인류는 어떻게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여는 글 문화의 기원들에 대하여

1장 말의 시대, 분절 언어의 출현_언어: 무엇에 관해 이야기되고 있는가?
_언어의 기원들을 향하여
_언어의 진화에 관한 소묘
_결론: 다른 설명들의 기다리며

2장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_역사언어학의 한계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_통과하기 힘든 장애물
_프로토랭귀지와 언어
_우리의 언어들은 왜 그토록 복잡할까?
_장 루이 데살의 주장
_서술적 기능
_사회 조절의 메커니즘들
_최초의 언어 출현에 관한 시나리오
_호모사피엔스 ‘나란스’

3장 언어의 행동학
_언어의 두 가지 기능
_진화의 변칙으로서의 언어
_주고받기 가설
_꼬리치레의 정치
_호모사피엔스의 정치
_과시 수단으로서의 언어
_거짓말과 논증
_언어를 설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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