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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생사의 미궁을 열다
만화 생사의 미궁을 열다
저자 : 박종천
출판사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출판년 : 2010
ISBN : 9788992596350

책소개

「만화규장각지식총서」 제9권 『만화, 생사의 미궁을 열다』. 한국인이 생사의 미궁을 헤쳐나가는 지혜와 힘을 한국만화 속에서 찾아내 탐구한다. 아울러 한국인의 생사관을 추적하면서, 그것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생사의 미궁(迷宮)
“아침에는 네 다리로, 점심에는 두 다리로, 저녁에는 세 다리 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스핑크스 Sphinx 의 수수께끼로 유명한 질문입니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한 사람들을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를 찾아 나선 오이디푸스 Oedipus 가 ‘인간’이라고 대답하여 문제를 풀자, 스핑크스는 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지요. 스핑크스의 질문과 오이디푸스의 대답은 어릴 때에는 네 다리로 기어 다니고 장성해서는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늙어서는 지팡이를 짚는 인간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스핑크스를 만납니다. 그리고 스핑크스가 내미는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수수께끼는 바로삶과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것인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나름대로 잘 이해하고 대답하여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관문을 지키는 스핑크스는 범부와 영웅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스핑크스는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괴물이 되지만, 해답을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삶의 스승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다가 죽을 것인가 하는 점이죠. 스핑크스는 인간은 누구나 범부가 아니라 영웅이 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시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험의 과정은 참으로 풀기 힘든 실타래 혹은 탈출구를 찾기 힘든 미로 迷路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미노스 Minos 왕의 미궁 迷宮, labyrinthos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미궁 속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 Minotauros 가 사는데, 영웅 테세우스 Theseus 가 검으로 그 괴물을 처치하고 들어갈 때 손에 쥐었던 실타래를 따라 미궁을 탈출합니다. 이 신화처럼 사람들은 대개 인생이라는 미궁 속에서 헤매다가 운명이라는 이름의 괴물에 의해 휘둘려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검으로 상징되는 용기와 실로 상징되는 지혜는 미궁을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을 부여합니다. 용기와 지혜가 있는 자에게 미궁과 그 속에 있는 죽음의 괴물은 범부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연단의 계기가 될 뿐입니다.
신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듯이, 삶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시험의 관문 혹은 지혜와 용기로 헤쳐 나와야 하는 미궁입니다. 그 미궁 속에는 삶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지도 모르는 생사 生死 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시험은 지혜와 용기로 그 시험을 통과하는 자에게는 삶의 의미를 획득하는 성장과 완성의 시간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삶의 무의미와 고통을 견뎌야 하는 파괴와 악몽의 시간이 됩니다.
삶도 죽음도 그 자체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생사의 의미에 대해서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생사의 미궁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에 따라 생명의 연단로가 되기도 하고 죽음의 나락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음과 해답의 과정은 역사가 되고 물음과 해답의 구조는문화가 됩니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따라, 또 매체와 주체의 성격에 따라,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탐색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어떤 물음을 지니고 살아가면서 어떤 답변을 준비하는가? 어떤 용기와 지혜로써 생사의 미궁을 헤쳐 나가는가?
저는 이 책에서 한국 만화를 통해서 한국인들이 생사의 미궁을 헤쳐나가는 용기와 지혜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에 의해 어떤 물음을 형상화했고,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왔는지를 탐색하려고 합니다. 한국 만화를 통해 현대 한국인의 생사관을 추적하는 동시에, 생사의 문제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다루려고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만화와 생사관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서 무엇을 기대할수 있겠는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가볍고 즐거운 ‘만화’와 무겁고 어려운 ‘생사관’의 이질적 조합 때문에 생기는 노파심 때문이겠죠? 그러나 만화라고 해서 반드시 웃기는 것만도 아니고 생사관이라고 해서 꼭 무거운 것만도 아닙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만화도 많이 있고 낙천적이고 초연한 생사관도 제법 많거든요. 더구나 생사관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만화라는 보편적 표상방식이 어울리는 양상은 무지개보다 더 다채로운 것 같습니다.
그 풍요로운 만화의 세계 가운데 한국 만화를 선택한 것은 한국 만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2002년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극단으로 오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난생 처음 한국 만화에 나타난 생사관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논문을 일본에서 발표했습니다. 그것이 만화에 대한 첫 번째 글이었고, 그 이후로 만화에 관한 이런저런 글들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던 시절, 한국 만화는 제게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깊고 강하게 어필했고, 저는 만화를 스승 삼아 나름대로 인생의 지혜와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 책은 당시 한국 만화가 필자에게 열어준 생사의 미궁과 그 미궁을 헤쳐 나가는 지혜와 용기에 대한 감사의 헌사입니다. 이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만화 관련 글들을 쓰도록 학문적 자극을 주시고 계기를 제공해 주신 신광철 교수님, 『계간만화』를 통해 대중적 지면에 만화 관련 글을 발표하도록 주선해 주셨던 이재식 사장님과 『계간만화』팀 여러분, 작품과 일상을 통해 늘 만화적 통찰력과 상상력의 놀라움을 보여주시는 윤태호 작가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또한 기획과 편집 제작의 실무를 맡아 수고해 주신 백수진 선생님과 박관형 선생님은 필자가 몇 가지 개인적 사정과 거듭되는 건강 악화로 인해 원고 마감을 자꾸 미루는 바람에 참을 인 忍 자 수백 개쯤은 새겼을 법한데,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을 감당하시느라 고단하셨을 두 분께는 특별히 미안함과 고마움이 얽힌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자처럼 한국 만화를 읽으면서 자신들의 미궁을 더듬어 보았을 많은 독자들과 더불어, 때로는 한국 대중문화의 관문 앞에 선 만화적 스핑크스로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한국 역사의 미노타우로스로서 현실의 만화적 미궁에 우리를 초대하는 수많은 만화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 독자들은 만화의 미궁 속에서 어떤 용기와 지혜를 배울 것인가? 그리고 만화가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미궁을 그려나갈 것인가? 자, 이제 이런 즐거운 기대를 하면서 한국 만화가 열어놓은 미궁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마음의 미궁 속에서
박 종 천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프롤로그 : 스핑크스의 수수깨끼와 생사의 미궁

1장. 생사의 미궁과 뫼비우스의 띠
1. 삶과 죽음, 비극적 강박과 희극적 여유 사이에서
테세우스의 검 : 윤태호의 「야후(YAHOO)」
테세우스의 실타래 : 박흥용의 「삐이이이」
2. 희망과 절망을 넘나드는 뫼비우스의 띠
절망을 포착하는 비판적 만화 : 이정익의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희망을 노래하는 공감적 만화 : 이림의 「죽는 남자」와 이향우의 「우주인」
3.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 최종훈의 「샴 (SIAM)」

2장. 역사의 물길 따라 한국 만화의 생사관도 흐르고
1. 1980년대 이전 : 명랑만화시대, 힘겨운 생존의 시름을 웃음으로
2. 1980년대 극단적 삶과 생사관의 부재를 넘어서
3. 1990년대 이후 한국 만화에 나타난 ‘생사의 토폴로지’
토포스(topos) : 삶 속에서 반복되는 죽음, 의지/욕망/분노
생사관의 유형 : 내향적 수렴과 외향적 발산
생사의 관계 유형 : 역설적 공존과 역설적 분리
4. ‘생존’을 넘어서 ‘생활’로 나아가는 한국 만화

3장. 마음의 미궁과 사회의 미궁 : 한국 만화의 심층심리학
1. 대극합일과 역설의 미학
2. 개성화와 사회화 : 내면을 향할 것인가, 외면을 향할 것인가?
3. 외향적 발산에서 내면적 수렴으로 : 박흥용의 작품세계
4. 아니마와 아니무스, 남성적 시선과 여성적 시선
5. 한국 만화, 무지개를 그리다 : 저항적 만화와 구도적 만화

에필로그 : 태양이 빛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나니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