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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프랑스는 FRANCE가 아니다
<strong>프랑스는 FRANCE가 아니다
저자 : 함혜리
출판사 : 엠앤케이(MNK)
출판년 : 2009
ISBN : 9788992947053

책소개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깨라!

이 책은 우리가 품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환상과 동경에서 벗어나 이 나라에 대한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저자 함혜리는 20대부터 40대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8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을 다양하고 심도 있게 다룬다.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진정한 가치들까지 발견하게 해준다. 파리 곳곳에 즐비한 개똥, 연간 372만 건의 범죄, 동거문화, 실용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유명 벼룩시장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프랑스의 여러 가지 이면을 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한국과 프랑스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정서적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우리는 프랑스가 친근하게 여겨진다. 왜일까?


서울과 파리의 거리는 8,712마일. 1만 4,000여 킬로미터의 거리다.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는 나라가 프랑스다. 한국과 프랑스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정서적 거리도 멀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우리에게 친근하게만 느껴진다.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프랑스를 꼽고, 파리는 젊은이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들 모두가 프랑스에 대해 환상을 갖고 막연한 동경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상과 기대를 품고 사람들은 프랑스를 찾는다.
결과는 당혹스러움이다. 실제 프랑스(FRANCE)는 상상하던 그 프랑스가 아닌 까닭이다. 프랑스에 대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정보나 지식, 편견, 짧은 여행의 추억, 그리고 환상을 마치 프랑스인 양 착각한 결과다.
이 책은 관념 속의 프랑스가 아닌 지구 저쪽에서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라 프랑스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8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을 다양하고 심도 있게 다뤘다.
는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한 프랑스 비평서다.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진정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프랑스라는 나라에 어떤 이유에서든 매료된 당신이라면 머릿속의 프랑스를 깨끗이 지우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그래야 놀라운 다양성과 무한한 이야기를 지닌 진짜 프랑스를 만날 수 있다. ‘산은 산이다’에서 ‘산은 산이 아니다’를 거쳐 ‘산은 역시 산이다’에 도달하듯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역시 프랑스다”.

화려했던 과거가 그리워라

20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인들이 앙투아네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앙투아네트를 치켜세우는 배경에는 그가 살았던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한 ‘태양왕’ 루이 14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강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베르사유궁전은 1682년부터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까지 100여 년 간 왕권의 중심지이자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루이 14세 시대의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최강자였다. 재무대신 콜베르는 사법과 재정을 개혁하고 상업과 무역을 적극 장려했다. 군사대신 루부아가 있었기에 적들이 감히 넘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외진출도 확대됐다. 라살이 미국 대륙에 루이지애나를 건설한 것도 이 즈음이다. 프랑스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융성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나폴레옹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4년은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200년이 되는 해였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대관식 200주년을 기념해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관식’ 그림과 관련한 각종 기록화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전시회와 토론회가 1년 내내 계속됐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영달을 위해 혁명 정신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프랑스인들은 그가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점에 더욱 감동한다. 나폴레옹이 민중혁명 세력을 누르고 프랑스의 영광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검열과 사찰에 의존하는 극도의 권위주의 체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문제 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행정체제를 개편해 중앙집권적인 현대 프랑스의 기틀을 다지고 민법 체계를 완성한 점들을 높이 평가한다.
(중략)
2005년 11월의 파리 교외지역 소요사태와 2006년 봄 학생들의 시위 등으로 사회가 혼란해지고 경제는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한다.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그리워할 밖에.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빼어 닮은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 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치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아시아를 동분서주하며 세일즈 외교에도 열심이다.

아름다운 도시 곳곳에도 암초가……

파리에 오면 모두들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의 풍경에 넋을 잃는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꿈속을 걷는 듯하다. 이쪽을 보면 그림엽서요, 저쪽을 보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이러다 보면 갑자기 발에 뭔가 ‘물컹’하고 밟히는 것이 있다. 개똥이다. 잠시 한눈을 팔면 어느새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되고 만다.

국제적인 관광도시이자 멋과 낭만이 넘치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개똥이 웬말이냐고 하시겠지만 한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국적과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파리에 처음 온 외지인이 신고식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거리에서 개똥을 밟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꿈에 그리던 파리에 와서 개똥을 밟는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게 신고식을 치러야 비로소 파리지앵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개똥을 밟으면 행운이 온다.’고 선배 파리지앵들이 위로하지만 역시 기분은 불쾌하다.

발밑의 개똥을 조심하라
프랑스인들이 키우는 개는 전국에 800만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파리시에만 애완견 수는 20만 마리에 달한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이 개들이 하루 약 16t, 연간 5,840t의 배설물을 보도에 방출한다. 파리시는 특수 차량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3t가량은 방치된다고 한다. 파리 사람들은 습관이 돼서 길을 걸을 때 무척 주의를 하지만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볼거리를 보느라 미처 바닥을 볼 여유가 없다.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파리시의 입장에서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치안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교외구간 열차 이용 시 승객이 많지 않은 열차 칸에 머무는 것을 자제하고,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할 것을 당부했다. 그날 전철 안에서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지는 안 봐도 상상이 간다. 낭만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파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실제로는 다반사다. 낮 시간의 한가한 틈을 타 파리에서 교외로 연결되는 고속철도 안에서 요즘 이런 흉흉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피해자다. 지하철이나 도로, 카페나 식당 가릴 것 없이 곳곳이 지뢰밭이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여교사들이 학생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짓궂은 학생들이 학생의 교사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인터넷 상에 유포시키기까지 한다.

범죄발생 연간 372만 건
파리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닌다는 것은 소매치기범들에게 기본 상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이들에게 1차 표적이 된다. 예전에는 집시 꼬마들이 몇 명이서 떼를 지어 다니면서 지갑 털이를 했다. 한 아이가 신문 같은 것을 들고 와서 귀찮게 굴고, 이 아이랑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다른 아이가 신문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안쪽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슬쩍해 가는 것이다. 이 수법은 요즘의 범죄행태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지금은 북아프리카나 아프리카계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다니면서 강도, 폭행, 방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데 흉기를 동원하고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

경쟁은 싫어……, 개혁도 싫어

프랑스인들은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아등바등 살아도 편안한 삶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들은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잘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치 아픈 정치와 경제는 엘리트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안정된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복지·교육의 혜택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인생도 이제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인한 재정 부담이 날로 가중되는데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프랑스식 사회주의 경제 모델은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갈수록 떨어지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려 하지만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 일쑤다. 르 몽드는 “프랑스인은 65%가 실업을 걱정하고 영국과 덴마크의 높은 성장을 부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복지모델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인들은 곳곳에서 경쟁을 강요받는다. 그런 만큼 프랑스인들의 개혁 거부 증세도 심각해지고 있다.

살아보고 결혼한다
200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로 나섰던 세골렌 루아얄(53)의 프로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의 혼인 관계였다. 루아얄은 국립행정학교(ENA) 동기생인 프랑수아 올랑드(52) 사회당 제1서기와 25년째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트너 관계로 살면서 네 자녀를 낳았다. 집권 중도우파의 대중운동연합(UMP) 소속으로 시라크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이후 초대 내각에서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미셸 알리오-마리는 의정활동을 하는 파트릭 올리오와 22년째 동거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애시 당초 정치활동을 시작도 못했을 테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것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동거(concubinage)가 보편화된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동거하지 않으면서 사귀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거나, 유대교 집안일 경우 동거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함께 살아보고 맘이 맞는다고 확신이 서면 결혼을 한다. 국립통계연구소(INSEE)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약 480만 쌍(960만 명) 정도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고 있다. 6커플 중 1커플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 중이라는 얘기다.

거품 없는 라이프스타일

규모가 거대해질수록 유연성이 줄어들고 둔감해지는 반면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효과적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독일 출신으로 영국서 활동한 경제학자 E. F. 슈마허(1911∼1978)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작은 것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했다. ‘작은 것’의 효율성과 귀중함을 일깨운다.
작고 콤팩트하게 살아가는 것은 파리나 런던 등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밀도가 높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유럽 도시에서 사는 데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겉치레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거품 없는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작은 차가 대세
유럽인들은 작은 차를 선호한다. 장난감처럼 작은 미니자동차 스마트(Smart)를 비롯해 피아트 판다, 오스틴 미니, 르노 트윙고 등 이름도 귀여운 작은 차들을 거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배기량 1000∼1400㏄급에 차량의 길이가 2.5m에 불과한 스마트는 미래형 디자인에 경제성, 공간활용성, 안전성 등이 뛰어나 젊은 파리지앵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년 동안 판매되는 자동차 중 소형차량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차종별 판매율(등록대수 기준)을 보면 크기를 기준으로 초소형인 A세그멘트(스마트, 현대 아토스, 르노 트윙고, 피아트 판다 등) 차량이 7%, 준(準)소형인 B세그멘트(푸조 206, 르노 클리오, 폴크스바겐 폴로, 피아트 푼토, 현대 게츠 등)가 3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소형 중 가장 큰 C세그멘트(폴크스바겐 골프, 푸조 307 등)도 30%나 된다. 소형차량은 고유가 시대에 더욱 인기다. 이 같은 시장추세에 맞춰 자동차 제작사들은 새로운 디자인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소형차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파리의 도심은 다른 유럽의 대도시 가운데서도 일방통행로가 많은 편이다. 차량이 점점 많아지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늘어나면서 시내에서 주차공간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파리 시내에서 큰 차는 ‘짐’이나 다름없다. 파리 사람들은 따라서 평상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자동차를 사더라도 작은 것을 산다.

결혼식도 간소하게
프랑스 사람들은 결혼식도 대부분 부부 중의 한명이 거주하는 구청이나 시청에서 혼인 서약식으로 간략하게 끝낸다. 이 경우 주례는 구청장이나 시장이 선다. 최소 두 명의 증인(미성년자는 4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은 20여 분 정도 간략하게 진행된다. 가족신랑 신부는 예물로 결혼했음을 상징하는 반지(알리앙스)를 주고받는데 우리들이 흔히 결혼 예물로 교환하는 것처럼 다이아몬드가 박히거나 화려한 반지가 아니라 금이나 백금으로 된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다. 시장이 신혼부부에게 가족수첩을 증정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난다.
카톨릭 신자의 경우 시청에서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드리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을 초대해 피로연을 갖기도 한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피로연인데 우리나라의 결혼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결혼 축하도 간단하다. 원래 많은 커플들이 동거기간을 거쳐 결혼은 하는 까닭에 혼수라는 게 따로 없다. 새로 가정을 꾸릴 경우 가전제품은 자신들이 장만하고 자잘한 것은 친구나 친지들에게 선물 리스트를 공개하는 식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장만한다. 숟가락, 포크, 접시, 물잔, 와인잔, 촛대 등 리스트에는 없는 게 없다. 이런 결혼문화에서도 그들의 거품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남이 쓰던 물건이면 어때?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사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우리 같으면 기분 나쁘게 어떻게 다른 사람이 쓰던 걸 쓰느냐고 하겠지만 이들은 다르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이 가격까지 싸다면 안살 이유가 뭐냐?”고 한다. 실용주의적 사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벼룩시장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 벼룩시장이 있지만 프랑스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 벼룩시장은 불어로 ‘마르셰 오 ?쓰’라고 하는데 ?쓰(puces)가 바로 ‘벼룩’이란 뜻이다. 이 명칭은 벼룩의 색깔이 오래 된 갈색인 것처럼 시장에 빛바랜 물건들이 많은데서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고 벼룩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것처럼 물건의 주인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여하 간에 프랑스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을 팔아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벼룩시장을 애용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허접한 옷가지부터 도자기, 은제품, 골동품 가구까지 별의 별 것을 다 파는 벼룩시장 외에도 고가의 중고 골동품을 취급하는 ‘안티키테’나 중저가 골동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브로캉트’, 값나가는 물건을 맡아놓았다가 팔아주는 ‘데포-방트’, 다락방이나 창고에 쌓인 오래된 물건들이나 안 쓰는 물건들을 꺼내서 처분하는 ‘다락 비우기(vide-grenier)’ 등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다양한 통로가 마련돼 있다.
마을 단위로 열리는 ‘다락 비우기’가 가장 흥미롭고 물건 값도 가장 저렴하다. 도자기, 유리잔, 은제품, 동제품, 가구, 그림, 조명제품, 의류 등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식 타자기부터 문고리, 사기로 된 변기, 밍크 코트, 털실, 가죽부츠 한 짝 등 이런 게 여기 왜 나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물건들도 수두룩하다. 수년 동안 혹은 수세대에 걸쳐 사용했던 손때 묻은 물건들도 많은데 가끔 의외의 수확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을 되 뇌이며 새벽부터 손전등을 들고 나가는 골동품광들도 많다. 싼값에 ‘보물’을 찾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골동품 광들을 위해 골동품 시장이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지를 알려주는 주간지도 있다.

유명 벼룩시장
파리의 서민적인 모습과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벼룩시장은 그냥 한번 찾아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파리의 벼룩시장은 진귀한 물건을 구경하며 주말을 즐기려는 프랑스 사람들과 프랑스 냄새가 나는 독특한 물건들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주말에 열리는 파리의 상설 벼룩시장은 네 곳에서 서는데 약간씩 다른 특징들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은 파리 북쪽의 끌리냥꾸르 벼룩시장이다. 192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생투앙시장이라고도 부른다. 규모도 엄청나게 클 뿐 아니라 단추부터 고서적, 골동품, 의류, 전자제품, 아프리카의 조각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물건이 없다. 생산이 중단된 LP디스크나 30∼40년대의 장식품, 액세서리, 그릇들도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인들에게 이 시장은 생활용품을 싸게 장만할 수 있는 알뜰 장터다. 규모가 커지면서 클리냥쿠르 시장에는 가짜 골동품들도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동쪽에 있는 몽트뢰이 시장도 저렴하고 오래된 의류나 생활용품, 일용잡화 등을 살 수 있다. 남쪽에 있는 방브 벼룩시장은 소규모지만 재수가 좋으면 잡동사니 속에서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골동품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중고 가구나 품질 좋은 골동품, 고서적, 그림 등을 살 수 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고속열차(TGV)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릴(Lille)에서 매년 9월 첫째 주말에 열리는 릴 벼룩시장(La Braderie de Lille)은 유럽 최대를 자랑하는 규모다. 프랑스 전역은 물론 영국,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 인근 국가의 골동품 애호가들이 일부러 찾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중세시대 플랑드르 지방의 수도였던 릴에서 부호나 귀족들의 시중을 들며 살아가는 하인들은 일 년에 몇 차례 특정한 날에 해가 지면서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이들은 주인집 다락에 팽개쳐져 있는 헌 옷가지를 내다팔거나 자신들이 일하는 틈틈이 만든 수공예품 등을 가지고 나와 팔면서 소중한 주머닛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밤새 횃불을 밝히고 오래된 옷이나 생활도구를 사고팔던 이런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 바로 릴 벼룩시장이다. 매년 이 행사가 열리는 이틀 동안 도시에서 차량통행은 전면 금지되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시장으로 변한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300만 명 정도. 평상시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던 릴 플랑드르역 앞 파이데르브 대로에서부터 시내의 모든 주요 도로와 골목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릴 시의 허가를 얻어 벼룩시장에 참가한 사람은 약 1만여 명이고, 도시 전체의 벼룩시장을 연장하면 총 100㎞나 된다. 판매되는 물건들은 가짓수와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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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PROLOGUE
프랑스, ‘관용의 나라’ 맞아?
프랑스를 움직이는 힘 ‘솔리다리테’
자유에 대한 강한 열정
사생활의 자유에 예외는 없다
프랑스의 코드는 ‘다양성’
개성은 중시, 유행은 무시
논리로 무장한 수다쟁이들
시위는 신성한 권리다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정치문화
공화국 정신으로 뭉친다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화려했던 과거가 그리워라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대국’
극진한 문화유산 사랑
사막에 루브르를 수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가꾼다
아름다운 도시 곳곳에도 암초가……
프랑스인의 자존심 프랑스어
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학벌이 곧 신분이다
기술인을 우대하는 나라
하향 평준화된 프랑스 대학
경쟁은 싫어……, 개혁도 싫어
시간은 돈이 아니다
흔들리는 포도주 종주국
유명 디자이너 없는 ‘패션 강국’
‘여성 천국’의 두 얼굴
살아보고 결혼한다
‘제2의 베이비붐’ 이끈 출산정책
고독한 영혼들의 사랑 찾기
걷기 열풍의 원조
명상에 빠진 그들
거품 없는 라이프스타일
다양해지는 바캉스
젊은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엑소더스

우리가 짝사랑한 것은 ‘가짜 프랑스’
EPILOGUE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