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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
36.5도
저자 : 김정현
출판사 : 역사와사람
출판년 : 2010
ISBN : 9788996445814

책소개

김정현 장편소설 『36.5도』. 전작 를 통해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김정현의 장편소설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체온 36.5도를 지닌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치열한 인생과 눈물겨운 진실을 담아냈다. 깊이 있는 우정과 사람 냄새 사는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의 작가 김정현의 아주 새로운 신작 장편
“내 몸의 36.5도는 나를 위한 체온이 아니었어. 당신의 36.5도도 다르지 않을 거야.
36.5도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우린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거야.”
- 본문 중에서

# 1 세 남자, 세 여자
이 시대 남자와 여자는 어떤 사랑을 하는가? 특히 인간의 체온 36.5도를 온전히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 는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를 견디는 중년의 세 남자와 세 여자가 힘겹게 지켜가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 그 마음의 온도로 나누는 사랑과 우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동안 중년 여자의 자아찾기를 그린 소설은 무수히 많았지만, 남자의 시각에서 인생 문제를 그린 소설은 드물었다. 이 소설은 중년남자의 자아찾기이자 인생의 가치를 재정립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우리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귀한 소설이다. 인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붙들고 씨름하며 깨지고 피 흘리고, 다시 일어서는 남자들의 모습에서 진짜 인간의 본모습, 우정과 사랑의 치유력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 인하 런던 소재 안보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온화한 성품의 남자. 출세나 돈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자 하며, 비록 아이는 없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소박한 삶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인류학을 공부하는 아내 가경이 현지답사를 떠난 뒤 소식이 끊어지고, 마침내 이혼통보를 받으면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인하는 여섯 달을 홀로 기다린 뒤 칠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을 만난다.
“우리는 날마다 서로 36.5도를 더해서 포근한 꿈을 꾸고 싱그러운 아침을 맞았잖아. 사람은 36.5도라는 체온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금만 온도가 떨어지면 추워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지. 그건 그의 체온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일 거야. 너무 오래 추위에 떨지 마. 당신의 체온만 잃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체온도 식어버리게 하는 것이니……” 수혁 인하의 동창으로 대기업 부회장 자리에 올랐으나, 고향에서 잘 살던 인하네의 보살핌을 받았던 집안 내력 때문에 어릴 때부터 콤플렉스를 안고 있다. 그악하고 세속적인 부모와 궁핍했던 집안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면서도 그 태생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여 늘 소외감과 고독을 안고 냉랭하게 살아간다. 이겨보겠다는 마음이 아니었다. 뛰어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존경은 아니더라도 수긍하고 복종할 수 있는 부모,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삶이 부러웠다. 일등과 이등의 사이는 지겨웠다. 삼등이나 중간쯤으로 좀 나른하고 널널한 삶이었으면, 수없이 꿈꿨다. 적당히 일하고, 사랑에 더 열심인. 그래, 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하지 못한 것은 관성 때문이었다. 달리는 자전거 안장 같은 가죽의자 위에서 멈추면 그대로 자빠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계속 페달을 밟았다. 멈추고 싶어 멈추고, 내리고 싶어 내리는데도 사람들은 가엾다는 표정으로 어리석은 사람, 나약한 인간, 패배자 따위의 수사를 붙일 것이 빤했다. 결국 창피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뛰다가 타인의 삶을 살아버린 것이었다. 생각이 자유롭지 못한 삶은 아주 미세한 충격에도 깊고 어두운 도피처부터 찾게 된다. 결국 자신이 겪는 쓸쓸함과 고단함과 허망함은 모두 자초한 것이었다. 대식 인하와 수혁의 친구.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의리의 사나이. 소박하게 살면서 친구를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대식은 수혁이 협박을 당하게 되자 분개하여 직접 나선다,
“이제 널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련다. 나한텐 그게 배신이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게 뭐야 ? 그냥 심심할 때 한번씩 얼굴이나 보는 게 친구야 ? 나는 너희들 처음 볼 때부터 저건 내 꺼다, 찜했다. 살면서 속상할 수도 있고, 허무할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 가족뿐 아니라 친구도 한번쯤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 친구라면 절반은 못 돼도 니 살점 얼마쯤은 되는 거 아니야 ? 그런데 괴롭고 싫다고 살점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니 멋대로 하면, 그 살점도 덩달아 죽어야 하잖아. 다시 그렇게 배신할 기미를 보이면 그때는 내가 먼저 반쯤 죽여서 아예 배신할 엄두조차 못 내게 할 거다.” 가경 엉뚱하며 깔깔거리기 좋아하는 여자. 어느 날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잘도 나다니는 여자. 깨끗하고 솔직한 품성의 가경은 인류학 현지답사에서 잠시 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난 뒤 남편 인하에
게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없어 괴로워한다. 멀리 중국까지 가서 몽고 초원에서 말을 달리고 눈높이에서 뜨는 별을 보며, 인하와 자신의 사랑이 두려움 없고 거리낌 없는, 소중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인희 출세와 정략에 능한 집안 출신의 여교수로 수혁의 회사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수혁과 인연을 맺게된다. 도발적인 성격의 이혼녀로 수혁과 ‘쿨’한 밀회를즐기지만 속으로는 남자의 진실한 사랑을 그리워 한다. 협박사건에 시달리는 수혁에게 오해를 받으면서도 자신을 변명하지 않는 당찬 여자다. 서주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동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여자. 수혁이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유일하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서주다. 서주 역시 수혁에게 위로를 구하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수혁을 차마 붙잡지는 못한다.

# 2 런던, 서울, 아프리카, 중국, 몽고,
그러나 결국 경상도의 한 지방도시에 묶인 삶

이 시대 중년들은 남녀 모두 세계 어디든 자유로이 여행하고 출장가고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세계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한 도시에 붙들려 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모두 잘 못살던 시절 경상도의 한 지방도시에서 싹튼 세 친구의 우정은 끈끈한 만큼 상처와 콤플렉스, 채무감 등으로 얼룩져 있다. 무엇보다 아직 그곳에 살고 있는 그들 부모세대에서 비롯한 인연의 고리 역시 뿌리 깊어서, 세 남자의 삶에 자주 끼어든다. 사람은 타고난 조건, 과거의 인연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각기 다 다르다. 때로 이제는 잘 살게 되었고 넓은 세상에서 출세하게 되어 그 좁은 지방도시의 과거에서 벗어낫다고 생각하지만 혈연과 지연의 뿌리는 끈질기게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특히 수혁은 집안의 악연으로 협박사건에 내몰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소중하면서도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그들의 오지랖 넓은 정이 귀찮으면서도 또 자신을 지탱해주는 뿌리가 되기도 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감정지도를 작가는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고향과 부모, 과거의 인연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은 모든 한국 중년들이 살면서 오늘날까지 수없이 느껴온 것으로, 현실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3 인연의 상처를 치유하는 36.5도의 체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따뜻한 사랑이다. 소박한 생활이다. 인간미 넘치는 우정이다.

작가의 말처럼 사랑과 우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년에 다시 그런 가치를 확인하고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소설은 과거의 인연과 이 사회의 관성으로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되찾는 눈물겨운 과정을 실감나게, 그리고 매우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내의 가출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하는 평범하고 무심했지만 소중했던 일상을 새로이 깨달으며, 아내가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비우며 기다리는 작업을 한다. 친구들의 배려와 어머니의 가르침 ― 부부 사이 미안할 수는 있어도, 아내에게서 잘못했다는 말을 기대하지 말라는 ― 에서 그는 인생을 새로이 배워나간다.
등장인물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수혁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가난과 그악스러운 부모로 상징되는 과거가 끔찍이도 싫지만, 수혁의 인생은 누구나 다 끈질기게 그 과거에 붙들려 있었다. 그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늘 채무감과 의무감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이 사회의 더 높은 곳으로 올라왔지만, 그만큼 소외감과 허기를 느끼게 된다.협박사건에 시달리는 수혁이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그 모든 것을 떨쳐버리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보여주는 변화는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소박하고 따뜻하게 사는 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잃어버렸던 마음과 단순한 진실을 찾기까지 왜 그토록 냉랭하고 까칠하게 살아왔을까? 독자들이 읽으면서 던지게 될 이 질문은 여유 없이 팍팍하게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가 가슴에 품고 있는 의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어렵사리 찾아낸, 한 사내의 눈물겨운 진실이 여기 있다.
대식은 이제 무협지에서나 만날 법한 우정의 원형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자다. 만약 이런 친구를 한명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36.5도의 체온을 지닌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보내는 연민과 따뜻함, 한 조각의 헌신일 것이다. 까칠한 친구는 까칠한 대로 다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대식의 우정은 소설의 후반부에서 더욱 빛난다.

# 4 진지하고 깊은 시각, 섬세한 심리묘사, 맛깔나고 깔끔한 문장,
유머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

이 소설의 또 다른 미덕은, 진지함과 유머를 다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세기 말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가 아버지의 쓸쓸한 초상화를 절절이 그려냈다면, 이번 소설 에는 의 가슴 아픈 감동과 함께 유머도 함께 녹아 있다. 이후 작가의 세계는 이렇듯 넉넉해졌다. 중년 남성이 현실과 씨름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의 심리묘사는 더욱 섬세하고 치밀해졌고, 문장은 거침없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매우 맛깔나게 함축적이고 절제돼 있다. 더구나 작가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다양한 장소와 경험도 흥미롭다. 몽고 초원에서 말을 달리는 장쾌한 질주, 런던의 리젠트 공원 산책, 호텔의 밀회, 가회동 골목길 카페테라스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까지 길고 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현장은 각 장면마다 실감을 더해준다. 이렇듯 이 소설은 인생을 진지하게, 깊이 있게 바라보는 작가의 성숙한 시각과 풍부한 감성이 빛나는 문장과 함께 의문의 사건까지 곁들여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독자의 문학적 감수성과 흥미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에서 작가의 더욱 깊고 그윽해진 세계, 여유와 절제, 유머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