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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대로 (다인 김민경 장편소설)
신의 뜻대로 (다인 김민경 장편소설)
저자 : 김민경
출판사 : 뮤즈
출판년 : 2018
ISBN : 9791104917271

책소개

악마의 문장을 타고났다고 저주받은 공작 영애라고 불린 제인 웨슬럿은 문장이 희미해지는 시점에 맞추어 화려하게 사교계에 등장한다. 그곳에서 영광스럽게도 황태자에게 라이벌인 다른 영애를 제치고 첫 춤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그 악마의 문장을 새긴 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 황태자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공작의 영애인 제인은 천사이고, 황태자인 리처드는 악마들의 왕이었다. 그들은 신에게 받은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인간으로 환생하였던 것이다.
그런 사연이 있는 그녀에게 황태자는 얄밉기 그지없는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신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와 만나게 되면서 감정이 얽히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인연은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저주받은 공작 영애, 제인 웨슬럿.

소문만 무성하던 그녀가 사교계에 처음 등장하던 날
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당돌한 제인과 황태자 리처드의 충격적인 만남.

유일하게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제인은
모든 것이 신의 농간이라 확신하기에 이르는데…….

“나랑 결혼합시다.”
“미쳤어요?”
“……그런 반응은 좀 섭섭하군.”
“오, 신이시여! 이 악마가 지금 뭐라는 겁니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천사, 제인
천사에게 빠져 상사병까지 얻은 악마, 리처드

우아한 그들의 치열한 로맨스, 신의 뜻대로.

※편집자 코멘트

과연 신의 뜻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꼭 신이 악마와 천사라는 존재로 모든 것을 이등분 했을까? 여기 천사에서 악마의 문장을 가슴에 품은 채 인간으로 환생한 여자와 악마들의 왕인 마왕에서 천사의 문장을 품고 인간으로 탄생한 남자가 신이 준 임무를 완수하고자 만났다. 과연 이 둘이 해야 되는 임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와 같이 작품 속으로 빠져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편집자 C

편견이란 게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하지만 그 편견을 깨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천사와 악마, 서로 대칭점에 서 있는 그들은 서로를 천사, 악마라는 편견으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을 때, 그 편견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고 그것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배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것을 그냥 사랑의 힘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 편집자 L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인내하고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갖지 않은 무언가, 나와 반대인 어떤 것에 대해 은근한 반감을 가지면서도 눈을 완전히 돌려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자연스럽게 그 과정이 시작되는 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이겠고요. 여기, 천사인 제인과 악마인 리처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극과 극에 서 있던 제인과 리처드가 어떻게 거리를 좁혀 서로의 온기를 느끼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지금, 두 사람이 올려다보고 있는 이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아주세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둘의 발걸음 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내려앉을 거예요. / 편집자 Y

[책속으로 추가]

“이 자리를 빛내주어 고맙소. 기쁘게 즐기길 바라오.”
우렁찬 박수가 쏟아짐과 동시에 제인은 몸을 팩 돌렸다. 더는 이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예의고 나발이고 당장 떠나려는데, 붉은 드레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겉치마를 커튼처럼 묶어 올려서 언더스커트 일부를 드러낸 폴로네즈 드레스는 금발의 미인과 매우 잘 어울렸다.
“엘리스 스튜더입니다, 제인 공녀.”
엘리스는 치마를 잡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러다가 반쯤 드러난 제인의 가슴을 보고 남몰래 침음을 삼켰다. 저도 몸매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조금은 비교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가슴에 있어야 할 ‘악마의 문양’이 깊은 골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십구 년간 괴소문을 퍼뜨린 그것이 떡하니 드러난 곳에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우윳빛 가슴 언덕만 고혹적인 자태를 내보였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생글생글 웃는 엘리스의 태도에 제인도 억지로 미간 주름을 펴려 노력했다.
“반가워요, 레이디 엘리스. 좀 더 긴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적합하지 않은 듯하네요. 공녀와의 춤을 고대하는 신사분들이 계시니 저는 이쯤에서 자리를 비켜드리는 게 좋겠어요.”
부드럽게 포장하긴 했으나 더는 말 섞기 싫단 소리였다.
엘리스도 제인의 속뜻을 모르지 않았지만 놔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녀는 부채를 펼쳐 들고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신사분들의 뜨거운 시선은 제가 아니라 공녀께 향하고 있는걸요. 아아, 그러고 보니 이번이 데뷔 무도회지요? 어디, 어떤 분이 웨슬럿 공녀님의 손을 잡는 영광을 누리게 될지, 다들 궁금하지 않나요?”
엘리스가 뒤에 서 있던 패거리들을 돌아보며 말하자 그녀의 신호를 받은 네 명의 젊은 여성들이 호들갑을 떨며 호응했다.
“저희도 궁금하네요.”
“웨슬럿의 공녀님인데 당연히 인기가 하늘을 찌르겠지요.”
그녀들의 방정스러운 행동에 무도회를 즐기려던 귀족들의 관심이 다시 제인에게로 쏠렸다. 사람들의 이목을 성공적으로 집중시킨 엘리스는 제인이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자자, 오늘 무도회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웨슬럿의 공녀님이시지요. 공녀님의 외모에 마음이 흔들리는 신사분이 많을 겁니다. 그럼, 어느 분이 영광을 얻을까요?”
엘리스는 마치 경매하듯이 제인을 두고 춤 상대를 찾았다. 그것이 얼마나 예의 없는 행동인지 모르지 않았으나, 그녀는 유력한 차기 황태자비 후보인 자신의 지위를 아낌없이 이용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그녀를 질책하거나 제인에게 춤을 신청하는 이가 없었다.
무도회에 와서 춤 신청을 받지 못하는 레이디는 말 그대로 못난이 취급을 받았다. 그런 엘리스의 무례한 의도를 모두 눈치챘음에도 귀족들은 쉬쉬하며 사태를 관망했다. 제인의 웨슬럿 가문이 엘리스의 스튜더 가문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지녔지만, 제인에 대한 소문이 워낙 좋지 않은 탓에 다들 쉽사리 나서질 못했다.
민망하리만치 고요한 정적 속에서 제인은 가만히 있었다. 엘리스의 속내도 꿰뚫지 못할 그녀가 아니었으나 먼저 나서서 춤을 좀 춰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예뻐도 ‘악마’라는 꼬리표가 달린 한, 사람들은 쉽사리 다가오지 못할 터였다. 엘리스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들었고, 얄밉게도 완벽하게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제인을 바라보았다.
“어머나, 어쩜 이리 용기 있는 신사분이 안 계시나요. 공녀, 너무 상심해 말아요. 신사분들이…….”
한껏 조롱하려던 엘리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근처에 서 있던 귀족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갈라서고, 그들이 터준 길로 황태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 제복이 무척 잘 어울리는 리처드는 엘리스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지난 일 년간 그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해 왔다. 황제가 춤을 추도록 종용해도 꿈쩍도 안 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스스로 단상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황태자의 등장에 귀족들은 숨을 죽였다.
현 황제는 웨슬럿보다 스튜더를 지지해 주는 편이었다. 웨슬럿의 권력이 하도 고강하니 황실마저 위협할 지경에 처한 탓이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튜더 공작가를 밀어주었지만, 황태자는 중립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니 오늘 그가 두 공녀 중에 누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 연줄을 댈 가문도 정해질 터였다.
리처드의 발걸음이 두 공녀 사이에서 멈추고, 엘리스는 기대를 품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인의 파트너를 찾는 중에 제게 손을 내민다면 웨슬럿 가문에 제대로 망신을 줄 수 있었다. 황제도 그걸 바랄 테고, 황태자도 부친의 뜻에 부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이 정치였다.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엘리스와 달리 제인은 리처드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두 공녀 사이에서 그의 시선은 오로지 한 명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저와 춤을 추시겠습니까? 제인 공녀.”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고요한 홀에 퍼졌다. 그의 춤 신청은 무척이나 담백했지만,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황태자는 엘리스가 아닌 제인을, 스튜더가 아닌 웨슬럿을 선택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지난 일 년을 기다린 사람처럼 매우 당연하게.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엘리스는 눈을 부릅떴고, 스튜더 가를 지지하던 귀족들은 망연자실해했다.
제인은 제 앞으로 내밀어진, 큼지막하고 잘빠진 손을 지나 그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여전히 무감정해 보였다. 그 표정이 더 화를 돋운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그에게도 최소한의 인격이란 게 있다면,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옳지 못했다.
귀족들이 다 보고 있으니 참아야만 하는데, 속에서는 열이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황태자, 전하아?”
어이없음과 비웃음이 섞인 소리가 제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딴 놈이 황족이라니, 그것도 황태자라니 기가 막혀 미칠 지경이었다. 보는 눈만 없었더라면 당장 무기를 뽑아 들고 저 기막힌 얼굴을 두 동강 내었으리라. 그도 아니라면 배에 검이라도 박아주든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화를 억누른 제인은 풍성한 치마폭을 살포시 잡아 올리고 몸을 돌려 그를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 그의 손을 잡고 춤을 추라는 소리가 빽-빽- 들리는 듯했다. 그 소리를 무시하며 제인은 리처드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미소에 그의 눈매가 슬쩍 찌푸려지고 그 순간, 제인의 발이 허공을 갈랐다.
퍽- 둔탁한 소리가 리처드의 정강이에서 울렸다. 근처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귀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 경악스러운 사건을 인지했다.
황태자가 태어나 처음으로 한 춤 신청이 민망하리만치 모질게 까였음을…….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 뜻밖의 재회
2. 악마의 유혹
3. 희한한 거짓말
4. 위험한 밀회
5. 천사의 헌신
6. 마지막 유리병
외전
작가 후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