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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산문집)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산문집)
저자 : 백영옥
출판사 : 나무의철학
출판년 : 2021
ISBN : 9791158512163

책소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이후 5년
35만 독자들의 뜨거운 요청이 불러온 10년 만의 재출간!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백영옥이 전하는
더 따뜻하고 다정해진 위로의 문장들

2012년에 출간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가 10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나무의철학에서 출간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남들은 빛나는 성공이라 부르는 참담한 실패를 수없이 겪은 백영옥 작가가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 삶의 다양한 이면을 경험하며 써내려간,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의 문장들이다.
꿈이 꼭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꿈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한때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건 청춘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젊은 시절 끝없이 마주했던 인생의 여러 오답들을 통해,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고민하고 우리의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데려가는 것들을 기꺼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삶의 어느 때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는 걸.”

5년 전,《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통해 35만 ‘어른이’들의 마음속에 빨강머리 앤과 나눈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게 했던 백영옥 작가. 그가 2012년 출간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를 10년에 다시 선보이며,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친 독자들의 하루를 위로한다.

이번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작가의 오랜 독자들이 꾸준히 바랐던 재출간 요청에 따른 화답의 결과이다. 백영옥 작가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국판이라는 소설 《스타일》로 화려하게 등단한 이후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등의 장편소설과 에세이를 꾸준히 선보이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백영옥 작가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는 작가, 사랑과 연애와 말랑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TV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연예인처럼 화려한 작가로 기억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의 작가를 만난다면 그가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절망했는지, 그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게 될 것이다. 뭔가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익숙하다는 지금의 청춘들이 백영옥 작가의 작품을 유독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신보다 먼저 불안과 실패의 시간을 혹독하게 지나온 이의 진솔한 고백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 때문에.

내게도 잠깐의 노량진 시절이 있었다.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꿈이었던 신춘문예를 준비하겠다고 고시원을 알아보러 다녔다.
꿈이 있었다. 매번 실패한 꿈이었지만. 절박했다. 2평짜리 좁은 방에 젖은 빨래처럼 나를 처박아둘 만큼. (중략)
참으로 애매한 인생. 아빠가 고향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고시원을 잡고 새벽부터 줄 서서 강의 듣는 삶. 엄마가 계를 타 몰래 찔러준 돈으로 학원 끊고 문제집 푸는 삶. 만성 변비환자처럼 얼굴이 달떠 내장 속에서 썩고 있는 단어를 밀어내려던 그때, 그런 안간힘으로 ‘힘내자, 될 거다, 꿈, 이루어진다’ 같은 문장들은 많이도 튀어나왔다.
37~38p

나는 서른세 살이 되고 나서야 한 문예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습작 시절 “수줍게 낸 첫 작품이라 미흡하고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당선 소감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던 터라, 당선 소감란에 작정하듯 1993년부터 내가 떨어진 신문과 잡지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나 같은 문학의 루저 역시 존재한다는 걸 기회가 생겼을 때 세상에 소리 높여 증언하고 싶었다. 결국 내가 그것을 다 적지 못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지면 부족.
그러므로 내가 성공보다 실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라는 건 당연지사.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으로 기울어져버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아는 일이, 한 사람의 내면을 훨씬 더 깊게 들여다보는 일임을 나는 거의 확신한다. 57~58p

“내가 가장 예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겹다. 어떤 가게를 좋아하게 되면 어느새 폐업해 사라져버리고, 오랜 고민 끝에 고백한 사람에게는 보란 듯이 거절당한다. 면접은커녕 서류전형에서 매번 탈락하다 보면 이 넓은 세상은 왜 내 자리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지 자꾸 억울해진다. 서로의 꿈과 목표를 응원하던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어느새 먹고사는 고단함, 주식과 부동산, 노후 대비로 바뀐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씁쓸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우리는 행복보다 불행에, 성취보다 실패에, 나의 오늘보다 SNS 속 타인의 하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의 작은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추억의 영화를 보고 옛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 속의 한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먹으며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다. 그 지난한 시절을 건너 어느 날 문득 세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나의 자리를 발견하고 안도한다면, 바로 그때,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속에서도
낡아가는 시간의 주름들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내느라, 우리는 매일 좌불안석과 전전긍긍을 오간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모든 게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여행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면 이 책에서 혜화동 벚꽃 길을, 고픈 배를 채워주던 포장마차 주먹밥을, 혼자 걷던 제주의 올레 길과 한적한 바닷가를, 그 시절에 즐겨 보던 드라마와 영화를 만나보자.
마음이 답답할 때, 하루가 고단할 때, 지금은 멀어져버린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할 때,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밀려올 때 백영옥 작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위로받다 보면, 어느새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금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청춘은 이제 내게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아니다. 노안 때문에 책 읽기가 다소 불편해지고, 오래 앉아 있으면 좌골 신경통에 어김없이 다리가 저릿한 지금의 내가, 나는 감히 더 좋다. 안경을 벗으면 글자가 더 잘 보이는 당혹스러움이, 허리가 아파서오래 작업할 수 없어 더 자주 걷게 된 지금이 싫지 않다. 10년 후의 지금을 늙었다기보다 낡았다 부르며 가죽이나 와인, 남편처럼 낡아가며 애틋하게 아름다워지는 것들의 이름을 호명하게 된다.
그러니 10년 전 이 책을 읽고 내게 위안받았노라 말하던 그 수줍은 청춘의 눈빛들이 지금을 그리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테 같은 그 묵묵한 시간들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던 많은 것을 듣게 한 것이다. 꽃피는 4월도 아름답지만 낡아가는 나무가 떨군 10월의 단풍과 낙엽도 좋다. 그것이 내가 청춘을 그리워하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_작가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작가의 말 7

1장 봄날은 간다
서른아홉, 나의 삼십대가 저물어간다 17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26
봄에는 혜화동을 걸어야겠다 43
가장 높은 경지의 유머 감각 51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 57
네가 말하면 꼭 반대로 되더라 61
집보다 방 69
나는 어디론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75

2장 버스를 타고
이상하다.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85
36.5도보다 더 온기 있는 것들 91
남의 얘기를 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여자 96
사랑이 고독을 말끔히 해결해주진 않는다 102
그러니 우리 너무 힘들어하진 말자 108
고속터미널의 한 극장에서 엄마와 영화를 봤다 114
가장 사랑했던 것들이 가장 먼저 배반한다 123
기적처럼 헤어진 옛 연인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므로 127

3장 기억의 습작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 139

삶은 결국 코미디라니까 144
서른여덟에 읽는 안나 카레니나 147
친밀함의 거리는 45.7cm 152
사라지는 가게들의 도시 159
어른스런 밤 167

4장 어른의 시간
걷는 여행은 울퉁불퉁해진 삶을 위로한다 177
마흔이 되면 나만의 방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까 184
Enjoy Your Flight 194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206
불행해지지 않는 게 아닌, 행복해지는 삶에 대하여 211

■ 지은이_ 백영옥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