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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리커버)
웨하스 의자(리커버)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소담출판사
출판년 : 2021
ISBN : 9791160272697

책소개

에쿠니 가오리의 2001년 작.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두 사람(중년의 독신 여성과 딸이 있는 유부남)의 사랑을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간명하고 명징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화가이자 스카프, 우산 디자이너인 여자의 일상은 고요하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애인을 기다리고 가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동생의 연애에 귀 기울인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하루하루가 지속되지만, 애인의 사랑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여자는 자신이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모의 보호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를 지탱할 수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여자의 내면. 그녀가 어른이기를 주장하고, 이 사랑을 벗어나려 할 때 그녀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사랑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것일까. 조그맣고 예쁘지만,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와 같은 절망 속에서, 그 절망조차 문제 삼지 않고 자신을 긍정하는 강함. ‘사랑’ 혹은 ‘절망’ 그 사이에서 지극히 고독함을 고백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읽고 나면 한없이 쓸쓸하지만, 또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리커버 개정판으로 번역가 김난주의 꼼꼼한 번역,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이오의 담담한 표지 일러스트가 『웨하스 의자』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웨하스 의자'란...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절대 앉을 수 없다.
 
웨하스 의자는 말 그대로 과자 '웨하스'와 '의자'의 합성어이다. 과자로 만든 의자는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과자로 만든 의자니까 보기에는 예쁘고 갖고 싶고 달콤한 향이 느껴질지 몰라도 절대로 앉을 수는 없다. 의자란 본질적 속성에 충실하지 못하다.
그리고 곧 부서지고 부식되고 마는 웨하스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기 때문에 시간이란 것에 귀속된다. 끝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 제목이 암시하는 것은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어떤 상황에 근본적인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며, 그 문제로 인해 언젠가는 끝을 맞게 되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해.”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
하고 말했다. 똑바로, 성실하게.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져 간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한 남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런데 사랑의 단어를 속삭이면서, '매일 조금씩 망가져 간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 자체는 예쁘고, 달콤하고, 그것이 진실이고 전부인데, 그런데 왜 이런 의식이 작용하는가?
결국, 주인공의 사랑은 현실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마치 과자로 만든 의자에는 부서지기 때문에 앉을 수 없는 것처럼.
왜냐하면, 애인에게는 부인이 있고, 두 아이가 있다.
결국 '웨하스 의자'는 처음부터 장애를 안고 사랑을 시작한 주인공의 상황을 비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에게 웨하스 의자는 언제까지 행복을 상징할 것인가….
 

작품의 주인공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사랑에 빠졌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
 
주인공 여자는 스카프, 우산, 디자이너로 인생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에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녀 자신의 독백처럼, 그녀는 찾아온 사랑을 절대 놓아주지 않으려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한편 현실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애인에게 더는 매달리지 못함에 대해 슬퍼하기도 한다.
사랑하지만, 그 대상으로 인해 더욱더 짙어지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그녀는 애인으로 인해 존재하는 자아를 더욱 강하게 인지해갈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미래를 위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초판 편집자 서평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얘기하면서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소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대해 빼놓을 수 없다. 대표작 『냉정과 열정 사이』로 에쿠니 가오리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수성을 흔들어놓으며 독자들에게 어필되었지만, 같은 ‘사랑’이라는 소재임에도 호모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 그리고 남편의 애인이라는 상식 너머에 있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기묘한 우정을 키운 리카와 하나코가 등장하는 『낙하하는 저녁』 같은 작품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웨하스 의자』에서도 에쿠니 가오리는 사회적 표면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상황, 사람들이 미처 모른 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살며시 표면으로 드러내 보이며 그 본질에 대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작품 속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
 
동생이 대학원생과 헤어졌다고 한다. (…중략…) 대학원생에게 4년이나 사귄 여자가 있단다.
‘그게 이유야?’ (…중략…) 동생은 분개하고 있다.
(…중략…) 4년을 사귀었다면, 아마도 그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네가 그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 그리고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떻게 되는데?’
‘몰라, 다 끝났어.’ 동생이 말한다.
‘나는 언니하고 달라. 그런 거 꼬치꼬치 안 따져.’ (본문 96~97page)
 
처럼, 흔히,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 가정을 가진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문학의 사회학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자는 그들의 관계가 지극히 합리적이라거나 행복한 결말이 기다린다는 식의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다. 단지, 어쩔 수 없이 사랑한 사람이 ‘부인이 있는 남자’였을 뿐인 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사랑과 주변에 대해 고운 시선으로 바라봐줄 뿐이다. 고통과 슬픔이 예정돼 있다 해도 소중하게 다가온 사랑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맞이한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한 개인으로써 누구나가 지켜야 할 법이 있고,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도덕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며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관계는 어찌보면, 결국 소외된 사랑의 한 전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정판 편집자 서평
17년 전 처음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가 세월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해석과 함께 리커버 개정판으로 조금 더 꼼꼼하게 다듬어졌다. 역자의 더욱 세밀하고 예민한 언어로 새롭게 탄생한 『웨하스 의자』를 소개한다.

멋진 애인이 있지만 사랑만으로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주인공의 고독과 결핍, 외로움. 그러나 그 절망에 무너지지만은 않는 강한 소설이다. 우리는 주인공을 통해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자신의 절망을 끌어안으며 긍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절대 앉을 수 없다.
_본문 p.72

웨하스는 달콤한 크림이 묻어 있지만 매우 쉽게 부서지는 과자다. 주인공의 사랑은 그런 웨하스로 만든 의자처럼 위태롭고 불안정하다. 주인공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관계(미혼의 여성과 가정이 있는 남성의 사랑)를 지속한다. 그 고독과 절망 속에서 주인공은 애인이 있어야만 완전해지는 어린아이에 가까웠으나 죽음과도 같은 통과의례를 거친 뒤, 혼자 도망가지 않고 계속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나와 동생은 죽음은 평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죽음은 언젠가 우리를 맞으러 와 줄 베이비시터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철모르는 갓난아기다.
_본문 p.45

또한 주인공은 죽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래 전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죽는 건 슬픈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이러한 담담하고 담백한 힘에서 주인공의 사랑은 더욱 선명해지고 강인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주인공이 사랑과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비록 웨하스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을 수는 없지만, 외로움이 사무치는 날 홍차 한 잔에 각설탕과 웨하스를 곁들여 달콤함을 음미하는 순간을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웨하스 의자
옮긴이의 말
개정판 옮긴이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