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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사라진다니 더 쓰고 싶다 (강병융 산문집)
문학이 사라진다니 더 쓰고 싶다 (강병융 산문집)
저자 : 강병융
출판사 : 마음의숲
출판년 : 2022
ISBN : 9791162851142

책소개

문학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소설가의 고뇌

세태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독특한 소재의 활용으로 자신만의 독자층을 탄탄히 쌓아온 소설가 강병융. 그의 이번 산문은 한국인에게 낯선 ‘슬로베니아’라는 환경에서 내딛는 발걸음으로부터 뻗어 나가며 전작보다 한층 더 솔직하고 단단해진 사유를 보여준다. 오후의 산책처럼 유쾌한 그의 문장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문학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함께 깃들어 있다.
문학의 쓸모를 발굴하는, ‘샤페코엔시’ 같은 문학을 꿈꾸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샤페코엔시’가 무엇인지, 그의 이야기가 문학을 어떻게 소생시킬지는 책장을 넘겨봐야 알 일이다. 문학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왕래가 끊겨 못내 그리웠던 옛 친구의 전화 한 통처럼 울리고 있다. 응답하지 않을 수 없게끔.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 문학의 쓸모를 발굴하는 소설가의 여정
‘꾸며낸 진실’ 혹은 ‘순수한 거짓말’이라고 바꿔 부를 수 있는 문학. 그 문학의 죽음이 뼈저리게 와닿은 것도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죽음의 선언과 수용은 다른 일이어서, 저자는 문학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꺼지지 않은 문학의 불씨를 찾아 맨발로 헤맨다.
스스로 ‘활자 중독자’임을 자처하는 저자의 문학과 텍스트에 대한 통찰은 진지하고 심각하게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시름시름 앓는’ 문학의 병증을 섬세하게 알아차린다. 일례로 텍스트 위주의 포털 사이트 검색에 익숙한 자신과 영상으로만 가득한 유튜브 속 검색이 당연한 딸을 비교하며, 저자는 어느덧 정보의 기능까지 빼앗긴 텍스트의 현실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이에 관해 다방면으로 고민한다. 지금 이 시대에 텍스트는, 문학은 어떤 쓸모를 품고 있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나름의 답을 기어이 찾아내고야 만다.

텍스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문학의 쓸모를 찾아 헤매는 소설가의 여정은 누군가에게 멸망한 왕국을 반추하는 회고록 혹은 어떤 신성한 세계를 굳건히 믿고 그곳에 당도하려는 순례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 모든 비유에 앞서 소설가에게 있어 문학의 재발견은 ‘생존 활동’에 다름 아니다. 밥을 벌기 위한 모든 노동이 신성하다던 누군가의 말을 굳게 믿자면, 이 치열한 사색이, 절박한 생존 활동이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감동으로 와닿지 않을 도리도 없는 것이다.

▶ 산책처럼 자유로운, 생기를 품은 삶의 문장들
사유는 종종 산책과 비유되곤 한다.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부유하지만 ‘귀가’로서 마침내 끝나는 산책처럼, 사유 역시 여러 갈래로 종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가지만 특정한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의 집이 제각각 다른 것처럼, 사유의 결론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듯 목소리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이 차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야말로 수필이 끊임없이 쓰이고 읽히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강병융의 우직한 수필은 이러한 독자의 속셈을 배반하지 않는다. 사색의 시작은 다양한 순간에 찾아오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산책’과의 유사성을 놓지 못하겠다는 듯 발걸음으로부터 뚝심 있게 시작된다. 그리고 뚜벅뚜벅 펼쳐진다.

어쩌면 루소로부터 최초로 발명되었을 이 ‘고독하고 몽상적인 산책’은 언제나 의외의 공간으로 산책자를 이끈다. 저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류블랴나 근처의 공동묘지를 거닐며 공동묘지 산책을 예찬하게 되고, 한국영화를 보러 이탈리아 국경 부근의 우디네로 향하는 여정에서 색다른 공간이 선물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발걸음을 옮기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사유의 다발이 이 산문집에 한 아름 묶여 있다. 자신의 일상을 사랑하게 되는 생각들로 만발한다. 낯선 곳에서 탄생한 그의 문장에는 생기가 감돌고, 그 안에 깃든 사유는 여태껏 모르던 향기로 독자의 삶에 스며든다.

▶ 삶과 문학에 관한 가장 겸손한 사설
산책을 닮은 그의 끊임없는 사색과 문학을 염려하는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은 모두 한 가지 깨달음에 다다른다. ‘멈춤과 반복을 연습하는 삶’의 추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이번 산문은 문학 앞에서, 삶 앞에서 취한 이 겸손한 자세에 관한 사설이자 해설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멈춤과 반복’을 잊고 살았던가.

유튜브 세상에는 멈춤이 없고, 다만 ‘건너뛰기’만 존재한다. 넷플릭스 세상은 빈지 워치(binge watch)를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로 가득하다. 멈출 틈을 주지 않는다. 세상은 멈추는 것을 낭비라고 정의한다.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빨리, 더 많이 보기 위해 멈춤을 제거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런데 독서는 다르다. 독서는 우리를 멈추게 한다. 우리는 멈춰서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평소 우리가 잘 하지 않는 그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문장에 대해서, 그 감동에 대해서, 그 문장과 감동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생각의 끝에서 우리는 ‘나’를 만나고 만다.
_〈나를 멈추게 하는〉 중에서

다른 취미활동과 독서의 차별점을 ‘잠시 멈춤’에서 발견하고, 매일 집 앞을 찾아오는 고양이를 반복적으로 마주치며 짐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 소설가의 삶은, ‘멈춤과 반복’을 스스로 실현하려는 평생의 연습이자 작업 그 자체다.

저자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이 산문은 눈밭처럼 선명한 에피소드와 그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명징한 메시지를 품고 있지만, 일독(一讀)으로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하기란 어려울지도 모른다. 멈춤과 반복이 중요하다고, 멈춰서 읽고 반복해서 읽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깊은 뜻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누가 말했지 않은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저자의 말 - 멈춤과 반복의 연습 4

문학이 사라진다고들 하니 더 쓰고 싶어진다 1 14
‘산책한다’는 말은 ‘사색한다’는 뜻 19
‘문학하다’라는 이상한 말 27
여행의 맛도 모르는 주제에 33
있는 것 빼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 43
다분히 주관적인 공동묘지 산책 예찬론 53
걷다가 가족 생각 63
달리다 본 어떤 농사의 모습 74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맛집 81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 90
걷기도 귀찮은 날, 가위 타령 99
서재도 없는 명사의 서재 107
아버지의 서재 121
이제는 떠난 고양이 127
나가지 말고, 감자전 140
나를 멈추게 하는 157
몸이 멀어진다 할지라도 165
증발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174
쥐 이야기 182
낙원을 찾아서 188
과일 먹을 권리 198
아날로그인지 디지털인지 모를 추억들 205
철학이나 막창이나 213
길 위에서 섹스 생각 219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월드 투어를 할 수 있다면 232
더 이상 걷지 않을 동물원 240
문학이 기적이 되길 249
문학이 사라진다고들 하니 더 쓰고 싶어진다 2 260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