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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라 (김호길 시집)
그리운 나라 (김호길 시집)
저자 : 김호길
출판사 : 창연
출판년 : 2017
ISBN : 9791186871126

책소개

김호길 시집 『그리운 나라』. 김호길 시인은 종장으로만 된 시조를 홑시조라 처음 명명하였다고 한다. 홑시조는 일본의 3행 5.7.5 17자로 이루어진 하이쿠에 견주어도 내용이나 감동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시에도 사진과 5행 이내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디카시가 있다. 이런 추세는 현대인의 정서와 동시대의 문학이 나아갈 새로운 시도로써 독자와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최초로 120편의 홑시조가 실린 시집인 《그리운 나라》를 발간하게 되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 말〉

김호길 시인은 종장으로만 된 시조를 홑시조라 처음 명명하였다고 한다.
홑시조는 일본의 3행 5.7.5 17자로 이루어진 하이쿠에 견주어도 내용이나 감동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시에도 사진과 5행 이내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디카시가 있다. 이런 추세는 현대인의 정서와 동시대의 문학이 나아갈 새로운 시도로써 독자와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최초로 120편의 홑시조가 실린 시집인 《그리운 나라》를 발간하게 되었다.

김호길 시인은 2016년 유심작품상을 타게 된 전후에 페이스북을 통하여 소식을 주고 받았다. 한참 문단의 선배이지만 후배를 어렵지 않게 대해 주셨다. 아직 직접 뵙지는 않았는데 페이스북의 메신저를 통하여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국제전화로 저희 창연출판사에서 책을 내겠노라고 하셨다. 메신저와 메일을 통해 파일을 주고받으며 《그리운 나라》가 만들어 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과 한국도 바로 이웃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현실이 된 것이다. 홑시조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국내의 사정이지만 진취적이고 늘 도전적인 시인님과 현대인들의 짧은 시나 문장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맞아서 공감이 크리라 생각한다.

《그리운 나라》 저자의 몸은 이국만리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마음은 대한민국에 늘 촉각을 세우시고 계신다. 여기에 실린 홑시조들은 그 사랑과 연륜이 해학과 함께 문장 속에 살아 숨 쉰다. 짧은 문장이 주는 크나큰 감동과 시원한 공감의 시간을 독자들에게 나눠주기에도 넉넉하다.
오늘도 시인은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의 사막농장에서 페이스북을 통하여 조국의 소식과 홑시조를 나누시고 계신다. 활발한 행보 가운데 김호길 시인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축복과 건강 속에서 나날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임창연(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해설〉

도전정신과 긍정적 세계관 그리고 촌철살인의 풍자

양왕용
(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김호길 시인은 필자의 진주고등학교 2년 선배이다. 김 시인은 모두 아는 것처럼 대학 시절인 1963년 시조로 개천예술제에서 장원에 입상한 자랑스러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대한항공 국제선 조종사를 하다가 1981년 LA로 이주를 하나 필자와는 교류를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 진주를 학연으로 한 전국의 문인들로 구성된 〈남강문학회〉가 조직되어 필자와 함께 김 시인도 회원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간혹 귀국하는 김 시인과 교류하게 되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필자가 회장을 맡아 《남강문학》을 내는 일이나 갖가지 행사에 깊이 관여하게 되자 해외에 있으면서 〈남강문학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김 시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연말에 2개월과 1개월씩 필자가 LA에 머물게 되면서 김 시인의 신세를 많이 지게 되었다. 2012년 연말에는 LA에서 개최된 시집 『사막 시편』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여 남강문학회 회장 자격으로 축사도 하였다. 『사막 시편』가운데 한 편은 국내 문예지 《문학사상》지 월평에도 언급되어 그 사실을 출판기념회 석상에서 소개하기도 하였다.
김 시인은 1984년부터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온타리오에서 농사를 시작하였고 그 후 88년도부터 남쪽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 있을 때 그곳을 구경할 수 없느냐고 조르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는 그곳에서 머물 수 있지만 우리가 가는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사막 시편〉은 이러한 절박한 곳에서 쓴 시들이다. 그가 농사짓는 곳은 LA에서 1200마일이나 떨어진 먼 곳이다.
그는 LA의 농산물 판매법인은 큰아들에게 맡기고 그곳 사막에서 멕시코 원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필자는 정말 김 시인의 생각과 큰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기념회 역시 교민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회비도 없이 문인들의 송년회를 겸하여 가지는 데서 놀란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멕시코 사막에 머물면서 페이스북에다 시조 종장을 한 편의 시조라는 홑시조를 자주 올려 필자는 감상 소감을 댓글로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제전화로 한국에서 홑시조집을 발간하는데 그 해설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국제전화고 해서 거절도 못하고 얼떨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2〉

김호길 시인의 시적 상상력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몇 해 전에 시조전문지 《화중련花中蓮》의 「내가 좋아하는 시조 한 편」이라는 글에서 인용한 시조 한 편을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그곳
한 이십오 년 쯤 그곳에 빈손으로 들어갔단다.
꼴머슴 산 적도 없는 내가 빈손으로 들어갔더란다.

미쳤지, 진짜 미쳤지, 어쩜 그럴 수가 있는가.
파일럿은 왜 치우고 사막 농부가 웬 말이냐.
그때는 죽으러 갔지, 살러 간 것이 아니란다.

요렇게 죽지도 않고 그래도 괜찮은 농부가 되어
시도 쓰고 할 일 더 많아 아직 꿈꾸고 있잖아.
용기가 죽을 용기가 없던 난 그래 바보 농부란다.
- 「사막 시편-바보 농부」 전문

이 세 수로 된 연시조는 앞에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소규모 창농이 실패로 돌아가자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사막농장에 들어갈 때의 각오를 피력한 작품이다. 각 수의 종장 마지막 시어의 예스러운 종결어미는 전통적인 시조의 종결어미라기보다 투박한 민요의 어조와 닮아 그의 도전정신과 그야말로 황무지 그것도 바하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멕시코 정부로부터 물을 임대하여 멕시코인들을 다루면서 농사짓는 추진력이 잘 형상화 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내가 좋아하는 시조 한 편’으로 추천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홑시조는 시조학계나 시조시단에서 정식 장르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초, 중, 종장의 3장 형식이 갖추어져야 시조이지, 초장이 생략된 양장兩章시조나 종장만으로 된 단장單章시조는 시조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호길 시인은 종장으로만 된 시조를 홑시조라 처음 명명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는 이러한 장르의식의 파괴는 김 시인의 경상대학교 은사이신 리명길 시조시인의 탈 장르적 시조 창작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리명길 시인은 김 시인의 진주농과대학 시절 정치학 내지 행정학 교수로 교양과목 교수였지만 진주농대 문인지망생들의 동인인 〈전원문학회〉 지도교수였다. 김 시인이 1963년 개천예술제 시조부 장원을 했을 때 개천예술제 한글백일장에 시조부문을 신설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한 분이었다. 그는 진주농과대학이 종합대학 경상대학교로 승격되자 행정학과를 신설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나중에는 법경대학 학장도 지냈다. 퇴임 후에는 진주문협 회장, 진주예총 회장, 진주문화원장 등을 지냈다. 그런데 그는 시조문학 이론가는 아니었지만 그의 건국대에서 받은 정치학 박사학위논문 「조선조 정치사의 정치문학적 분석」에서 고시조를 텍스트로 삼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장르의식 파괴는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 심지어 그의 주장인 종장만으로 된 시조까지 한 작품에 혼재한 장르를 주장하기도 하였으며, 이은상이 주장한 양장시조에서 한 걸음 나아간 절장絶章시조 즉 종장만으로 한 수의 시조가 되는 경지까지 확대하였다.

리명길 시조 시인의 이러한 장르의식을 수용한 김 시인은 절장이나 단장이라는 용어 대신에 순수한 우리말인 홑시조를 장르명칭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시조 연구 학자는 아니지만 ‘짝을 이루지 아니하거나 겹이 아닌 것’이라는 사전적 뜻이 있는 홑시조가 종장으로 된 시조의 명칭으로는 절장시조나 단장시조에 비하여 개념상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장르명칭이라고 생각한다.
홑시조의 주제나 의미구조를 가장 간단히 언급한 표현으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용어가 있다. 본래의 뜻을 직역하면 ‘조그만 쇠붙이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뜻이지만 사전적 의미는 ‘조그만 경구警句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홑시조는 교훈적이거나 풍자적일 수 있다. 이러한 의미구조는 앞에서 언급한 김 시인의 그 동안 살아온 생애와 연결시켜볼 때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대범하면서 무모하리만큼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그의 세계관과도 충분히 통한다. 그러면 우선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을 살피기 전 다음의 작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짧은 시
한 행의 길이로
깊은 뜻 여운은 길어라.
-「홑시조」 전문

이 작품은 이 시집의 첫 번 째 작품으로 일종의 ‘홑시조’에 대한 장르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한 행의 길이이지만 깊은 뜻과 긴 여운이 있다는 일종의 홑시조 옹호론이다. 이렇게 시조를 위한 시조 즉 메타시로서의 시조가 맨 첫 작품으로 편집되어 있고 이어서 120편이 나열되어 있다.

〈3〉

김호길 시인의 그 동안의 삶의 역정을 바탕으로 한 도전적이고 매사에 긍정적인 세계관이 피력된 작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ㄱ)
그 누가
희망이 없다 하나,
풀꽃보다 더 많단다.
-「희망에 대하여」 전문

(ㄴ)
네 잎에
행운이 있다고 했나,
흔한 세 잎에 더 많단다.
-「네잎 클로버」전문

(ㄷ)
너, 시방
죽을 판인가,
그렇다면 꿈을 밖으로 돌려라.
-「지구는 넓고 다 사람 사는 땅이네」 전문

(ㄹ)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것,
아직 두 발로 걷고 있는 것.
-「큰 행복」 전문

(ㅁ)
한 생애
쉬운 게 있나,
참고 참아 꽃피우는 거지.
-「조수아 선인장」 전문

(ㅂ)
파랑새
그가 찾아올지라도
준비를 해야 만난다네.
-「파랑새」 전문

김 시인의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이 나타나 있는 대표적 홑시조 여섯 편을 골라 보았다.
이 여섯 편 가운데 긍정적인 세계관을 직접 피력한 작품은 (ㄱ)「희망에 대하여」,(ㄷ)「지구는 넓고 다 사람 사는 땅이네」와 (ㄹ)「큰 행복」 등 세 편이다. 의도적으로 고른 것은 아닌데 꼭 절반이 관념을 직접 피력한 것이다. 그 관념들이 제목 속에 나타나 있는 것이 ‘희망’과 ‘행복’이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향하여 꿈을 펼치라는 (ㄷ)의 경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그의 세계관이 나타나 있다. 그는 (ㄱ)에서 ‘희망’은 풀꽃보다 많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ㄹ)에서는 조용히 숨쉬고 두 발로 걷는 것 자체가 행복, 그것도 큰 행복이라는 소박한 행복관을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행복관은 ‘온 세상/ 다 돌아보아도/ 너희 집에 행복이 있네’(「행복」)와 같이 가정 자체가 행복이라 보고 있다.
나머지 (ㄴ)「네 잎 클로버」와 (ㅁ)「조수아 선인장」 그리고 (ㅂ)「파랑새」의 경우 사물 특히 자연을 통하여 그의 긍정적 세계관과 도전정신을 형상화 하고 있다. (ㄴ)「네잎 클로버」의 경우 행운의 네잎 클로버라는 상식적 인식을 역전시켜 오히려 흔하디흔한 세 잎 클로버 속에 행운이 들어 있다는 행운론을 펼치고 있다. 말하자면 노력하는 자에게는 행운은 어렵게 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온다는 긍정적 가치관을 보여준 것이다. (ㅁ)에 등장하는 시적 제재는 LA에서 동쪽으로 140마일 떨어진 팜 스프링 근처의 〈조수아 트리 국립공원〉의 3000피트 고지대 사막에 군락하고 있는 40피트 높이의 거대한 나무 선인장인 조수아 선인장이다. 그것의 상층부 가시 돋친 나뭇가지에는 봄에 10인치나 되는 붉은 꽃이 핀다. 이렇게 어렵게 꽃을 피우는 조수아 선인장을 통하여 인생에서의 고진감래를 형상화 하고 있다. 조수아라는 이름은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의 영어식 표현으로 1851년 이곳을 여행하던 몰몬 교도에 의하여 선인장의 모습이 구약성경의 여호수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ㅂ)의 ‘파랑새’ 역시 실존의 새이지만 여기서는 프랑스의 희곡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1862-1949)의 희곡 「파랑새」(1906)에서 행운을 가져 온다는 새를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행운은 찾아오기를 막연히 기다린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노력하고 준비해야 찾아온 행운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김호길 시인의 홑시조를 관류하고 있는 주제의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의 삶의 역정과도 통하는 도전정신과 매사에 긍정적이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근면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네잎 클로버와 조수아 선인장 그리고 파랑새와 같은 자연을 제재로 하여 형상화하기도 한다.

〈4〉

김호길 시인은 비록 몸은 멀리 바하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염려가 많다. 특히 최근의 사태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산문으로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평소에도 현실을 풍자하는 태도를 보여준 시조나 자유시가 많았다. 몇 해 전에 필자는 미국 소수민 삶의 비극성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자유시 「호세 구티에레스」(《문학세계》2011)에 대하여 살펴본바 있다. 그러면 이번의 시집에 나타난 현실인식이 바탕이 된 작품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

(ㄱ)
꾀꼬리
너 혼자 뻐기지 말라,
까마귀도 한 평생 잘산다.
-「잘 났다 뻐기지 마라」 전문

(ㄴ)
시골에
주소만 옮기면
그 데모꾼 모두 농부여.
-「어떤 농부」 전문

(ㄷ)
남강에
숭어가 뛰니
강산 잡것들 다 뛰네.
-「진주 남강 숭어가 뛰니」 전문

(ㄹ)
누구나
다 시인이라네,
도도 모도 다 시인이여.
-「시인」 전문

(ㅁ)
태평양
난바다가 미쳤네,
한국호가 젤 걱정이네.
-「난바다」 전문

(ㅂ)
극좌냐
극우냐 그 질문
일평생 헷갈리는 화두로고.
-「무소속」 전문

현실에 대한 발언이 두드러진 여섯 편 역시 현실 인식이 직접 제목에 노출된 것이 세 편이며 자연을 객관적 상관물로 가져와 표현 것이 세 편이다. 순서대로 자연이 등장하는 것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ㄱ)「잘 났다 뻐기지 마라」와 (ㄷ)「진주 남강 숭어가 뛰니」 그리고 (ㅁ)「난바다」에서는 꾀꼬리와 까마귀, 숭어 그리고 태평양이 등장하고 있다. (ㄱ)에 등장하는 새 꾀꼬리와 까마귀는 고전시가나 가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비유하는 관념은 고전시가와는 전혀 다르다. 꾀꼬리는 겉으로는 잘난 체하지만 속으로는 텅 빈 것을 가리키고 까마귀는 그와 반대로 겉으로는 보잘 것 없지만 속으로는 꽉 찬 존재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내면에 들어 있는 참모습을 발견하기에 힘쓰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아울러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ㄷ)은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숭어를 제재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부화뇌동 하는 무리를 꾸짖는 속담의 진주 남강 시리즈이다. 이 작품 역시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ㅁ)의 경우는 태평양의 파고를 가져와 역시 격랑 속의 우리나라의 여러 현실을 우려한 것이다.
다음으로 (ㄴ)「어떤 농부」와 (ㄹ)「시인」 그리고 (ㅂ)「무소속」 등에서는 풍자의 대상이 직접 등장하고 있다. (ㄴ)의 경우는 상습적으로 데모하는 인사들이 일부러 농촌에 들어가 선량한 농민들을 선동하는 세태를 비판 한 작품이다. 특히 멕시코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김 시인의 입장에서는 정말 개탄스러운 현실일 것이다. (ㄹ)「시인」의 경우는 함량미달 시인을 양산하는 시단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행 ‘도도 모도 다 시인이여’라는 부분에서는 풍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인용 작품 (ㅂ)의 경우는 극좌와 극우로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 풍토와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은 양자와는 거리를 두고 있음을 ‘무소속’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준 것으로 이념에 대한 고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섯 편 말고도 많은 작품에 그의 현실인식과 풍자적 태도가 나타나 있다. 따라서 그의 도전정신과 긍정적 세계관과 함께 현실에 대한 풍자적 태도는 그의 홑시조를 관류하는 두 주제이다.

〈5〉

김호길 시인은 오늘도 바하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멕시코 원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한 국제영농을 하는 농부로 성장한 그의 정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다음과 같은 세 편에서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ㄱ)
비워야
숲의 숨소리 들리네,
인생도 그렇다네.
-「농부 13」 전문

(ㄴ)
감사가
넘치는 사막
이곳 농부로 온 것 참 잘된 일이네.
-「농부 16」 전문

(ㄷ)
세상에
가장 낮은 몸
때론 가장 높을 수 있네.
-「농부 30」 전문

이상의 세 작품에서 그는 ‘겸손’과 ‘비움’ 그리고 ‘감사’의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정신이 없었다면 그는 거친 사막에서 멕시코인들과 더불어 농사를 짓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이민 생활에서 체득한 소수민으로서의 삶의 자세와 특히 히스패닉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한 그의 코스모폴리탄적이고 글로벌한 세계관에서 이러한 성공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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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부

홑시조 / 15
희망에 대하여 / 16
믿고 싶다 / 17
잘 났다 뻐기지 말라 / 18
어떤 사유 / 19
네잎 클로버 / 20
매미처럼 살았는데 / 21
일출 / 22
어떤 농부 / 23
키다리 야자수 / 24
북극성 / 25
진주 남강 숭어가 뛰니 / 26
고향 / 27
전염병 / 28
시인 / 29
고백 / 30
땅콩을 볶으며 / 31
창피하다 / 32
소태맛 / 33
수세미 / 34

2부

인력권 / 37
촛불은하 / 38
현실은 / 39
불안한 미래 / 40
나도 있다 / 41
작위 / 42
현주소지 / 43
파리채를 들고 / 44
이별 / 45
달나라 시위법 / 46
나비 / 47
지구는 넓고 다 사람 사는 땅이네 / 48
어떤 경험 / 49
심연 / 50
에너지 솟는 시간 / 51
반달 / 52
큰 행복 / 53
난바다 / 54
그 사람 / 55
독수리 / 56

3부

발아래 구름을 깔고 / 59
네 눈 속에 / 60
행복 / 61
박쥐 / 62
조감도 / 63
카타리나 섬을 끼고 / 64
꿈속의 사막 / 65
흔적 / 66
발아 / 67
난세에 / 68
유성 / 69
용기조차 없다면 / 70
오아시스 / 71
혁명가는 / 72
세월 / 73
인두겁을 쓰고 / 74
난타전 / 75
매듭 풀기 / 76
살다 보니 / 77
살구 한 알 / 78

4부

조수아 선인장 / 81
까마귀 / 82
작은 행복 / 83
속삭임 / 84
별똥별 / 85
진실 / 86
미안한 착각 / 87
어머니 / 88
무소속 / 89
기러기 편대비행 / 90
악어의 눈물 / 91
한심하고 숨 막혀서 / 92
초가을 / 93
그린 위를 학처럼 / 94
까치집 / 95
프로도 잘하지만 / 96
고언 / 97
펠리칸 / 98
귀족골퍼 / 99
내 마음은 / 100

5부

너 / 103
생과 사 / 104
북극 기러기 / 105
기적처럼, 기린처럼 / 106
파랑새 / 107
양파는 / 108
영혼의 에센스 / 109
보름달 / 110
물방개처럼 / 111
사랑은 / 112
사는 동안 / 113
북소리 / 114
저 별 / 115
긴 사랑 / 116
위성처럼 / 117
그린 위를 걸으며 / 118
하루에 열 번은 / 119
생각 속의 핵 / 120
하늘나라 세월호 / 121
지금은 / 122

6부

신기루 / 125
새야 새야 파랑새야 / 126
몽돌처럼 / 127
현상 / 128
말하기는 쉽지만 / 129
가두리 속의 물고기는 / 130
철 지난 소식을 듣고 / 131
다람쥐 / 132
비비새 단상 / 133
아버지 / 134
이실직고 / 135
중력의 법칙 / 136
가문비나무 아래 / 137
콩 심은데 콩 나는데 / 138
농부 4 / 139
농부 5 / 140
농부 8 / 141
농부 13 / 142
농부 16 / 143
농부 30 / 144

■시집 해설 - 양왕용 시인 /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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