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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구슬
파친코 구슬
저자 : 엘리자 수아 뒤사팽
출판사 : 북레시피
출판년 : 2018
ISBN : 9791188140404

책소개

데뷔작 『속초에서의 겨울』로 유럽 신인상을 휩쓴
한국계 프랑스 젊은 여성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두 번째 소설

‘낯섦의 본성’과 ‘균열된 정체성’을 탐색하는 모국으로 향하는 환상과 재현의 길 찾기!

텍스트의 낯섦,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되풀이되는, 극도로 불투명한 소설이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스위스 여성 클레르는 도쿄의 니포리에서 파친코를 운영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문한다. 그녀는 전쟁통에 떠난 이후로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그들을 데리고 한국을 여행할 계획을 품고 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보수중인 호텔에서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어린 계집아이 미에코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친다.

『파친코 구슬』의 이야기 뼈대는 첫 번째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처럼 극도로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는 동시에 불확실한 정체성, 정서적 관계의 어긋남과 같은 주제들을 강박적으로 되풀이한다. 하지만 『파친코 구슬』은 미학적 원칙 면에서 보면 정반대로, 극도로 불투명한 소설이다. 마치 세상과 현실, 일상의 자잘한 사건, 인간적인 접촉, 가족관계가 모호해짐으로써만 실재의 밀도를 얻는 것 같다. 그러므로 소설 속에서 세상의 발현들은 낯선 것들로 탈바꿈하기 위해 왜곡되고, 어긋나고, 변모하는 아주 미묘한 방식을 통해서만 구체화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정체성의 혼란, 그 과정을 지나는 고된 글쓰기 작업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창작지원금을 받아 뉴욕에 거주하는 동안, 3년 전 첫 번째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부터 쓰기 시작한 두 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을 탈고한다. 그사이 그녀는 배우로도 활동하며 로잔 대학교에서 문학 공부를 계속하는 가운데 이미 로베르트 발저 상, 레진 드포르주 상,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 등을 수상한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 프로모션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여전히 문화와 언어들이 뒤섞이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자문한다.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고국, 고향이라는 것은 혈연을 통해 이어지는가? 전기선과 고가전철의 선들이 엇갈리는 정글 같은 도쿄를 배경 삼아 그녀는 정체성의 혼란, 고국의 환상을 이야기하고 태어난 곳이 아니라 선택한 곳, 가고자 하는 곳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꿈꿔온 여행들, 때로는 불가능하지만 꼭 필요한 떠남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이 소설을 쓰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수십 번을 다시 시작하면서 일본인 등장인물들 속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끝에, 결국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을 가능한 한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스위스의 시선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니포리의 파친코와 시나가와의 보수중인 호텔, 소설의 주 무대인 이 두 곳은 사실 엘리자 수아가 상상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연극무대처럼 도쿄에 재현해놓은 익명의 장소들이다. 글쓰기에 대해 첨예한 의식을 가진 그녀는 디즈니랜드와 하이디 마을, 박물관의 동물 박제, 모노폴리 같은 장치들을 동원해 그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또 다른 나인 클레르의 목소리를 빌려 그녀는 50년 넘게 스위스에서 거주하면서도 한국문화를 지키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딸이 스위스 삶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자신의 엄마와 외톨이였던 어릴 적의 자신을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투사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언어와 장소, 각각의 벌어진 틈에서 야기되는 관계의 괴리, 소통의 단절
저자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이야기의 화자인 클레르에게 스위스 국적을 부여한다. 클레르는 조부모를 모시고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일본으로 간다. 그들은 50년 전 전쟁을 피해 한국을 떠났지만 그 후로 한 번도 돌아가본 적이 없다. 단어들 하나하나 공들여 고른 이 정제된 소설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어긋나 있다. 그 감정은 언어와 장소가 서로 맞지 않는 데서 오는 불편함 때문에 생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는 모국어로 표현을 하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괴리, 소통의 단절을 만들어내며 또한 클레르와 조부모 사이의 가족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말과 몸짓에 있어서 서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한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내 탓이 아냐, 난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한국말을 잊어버린 것도, 그리고 내가 프랑스말을 하는 것도 다 내 탓이 아냐. 내가 일본말을 배운 건 당신들을 위해서야.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의 언어들이니까. (p. 144)

“한국이 분단되었을 때, 우리 국적은 아직 하나인 한국 국적이었다. 사람들은 그걸 조선이라 불렀지. 한국이 둘로 나뉘자, 일본 정부는 우리에게 한국인 신분을 유지하게 허락해줬어. 하지만 남과 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지. 많은 사람들이 가족 때문에, 혹은 우리 전통과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북을 선택했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네 할머니와 나는 남을 선택했어. 서울에서 왔으니까. 그게 유일한 이유였어. 나머지는 아무것도 몰랐지. 우리는 정치적 이유, 냉전, 러시아, 미국, 이런 건 전혀 몰랐어.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겐 남과 북이 따로 있은 적이 없단다. 우리는 모두 조선의 사람들이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이지.” (p. 194)

낯선 감정에서 출발해 더 깊은 성찰에 이르게 하는 자각自覺의 소설
『파친코 구슬』에는 귀속, 단절, 혼혈, 언어들의 교차, 혈통, 유배, 여행, 소외, 소통의 부재 같은 명백한 주제들이 있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이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어와 정체성을 둘러싼 질문들, 그로 인한 실존적 불안 너머 이 소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언어와 이야기의 장애, 가끔은 무엇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모든 것을 낯선 질료로 변모시킨다. 말하거나 단정 짓지 않고, 하나의 형식을 빌려 그것의 잠재력, 그것의 낯섦 자체에서 출발해 그것이 명백하게 제기되었을 때보다 더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해 모순되고 낯선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클레르와 함께 불가능하고 견딜 수 없는 삶에 대한 감정을 탐색하면서, 또 그녀와 똑같은 실존적 방황들을 느끼면서 그녀가 경험한 것들을 읽는다. 저자는 언어를 통해 현실을 변모시키는 이러한 미학적 선택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낯선 감정을 촉발시킨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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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