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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센서스
저자 : 제시 볼
출판사 : 소소의책
출판년 : 2019
ISBN : 9791188941230

책소개

눈앞에 다가온 죽음,
그리고 떠나보내야 하는 단 하나뿐인 사랑!
2017년 그란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이자
현대 영미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작가로 주목받는 제시 볼의 장편소설

아내와 사별하고 시한부 인생 선고까지 받은 남자는 성인이 된 아들을 누가 돌봐줄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 그것은 인구조사원이 되어 알파벳 순서로 표시되는 북방의 오지로 향하는 길이다.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지는 아버지와 아들은 다양한 삶과 사연이 스며들어 있는 집들을 방문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광, ‘Z’와 가까워질수록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들……. 자유의지, 애도, 기억의 힘, 그리고 치열한 부성애를 치밀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 도사린 현실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작가의 통렬한 비판이 은유와 상징으로 펼쳐진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우리 그냥 훌쩍 떠나지 않을래?”
그렇게 말했던 아내가 죽자 떠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덮쳐왔다!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현실과 낯선 세계로의 여정

어느 날 아내가 죽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을 남겨두고서. 자신조차 죽음을 눈앞에 둔 남자는 아들과 함께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방편은 센서스, 즉 인구조사원이 되어 북쪽으로 향하는 것. 남자는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이 끔찍한 작업에, 커다란 사업에서 무한히 작은 한 부분일 뿐인 인구조사 작업에 왜 이끌렸을까? 각 회차별로 고유한 형태의 표식을 갈비뼈 위에 남기는 일이 아무리 좋은 취지로 보여도 실제 삶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대 미국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제시 볼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형을 반추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라는 기본적인 골격을 짜고 단어 안팎과 사이사이, 잘 배치된 디테일 속에서 아들이 된 형의 초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은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다양한 형상으로 슬프고도 강렬한 감정을 빚어낸다.
아들과 함께하는, 미지의 세계인 A에서 Z로 떠나는 인구조사라는 여정에서 남자는 가마우지에 관한 글을 쓰는 데 평생을 바친 무터의 문장을 빌려 자신의 감정과 삶의 내밀한 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가마우지의 깃털과 부리와 눈알, 인간에 길들여져 삼킬 수도 없는 커다란 물고기에 이끌리는 거역 못할 본능, 가마우지로 둔갑한 사탄, 가마우지에 대한 사랑 등. 그것은 곧 남자가 죽은 뒤에 혼자 살아가야 하는 아들에게 찾아올 가식적이고 위험한 세상이자 사소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하면 별것 아니지만 확실한 무게로 보답이 돌아오는 세상에 대한 갈망이다.
각양각색의 허울을 둘러쓰고 각자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 군상 속에서 떠오르는 지난 시절의 행복하고 단란했던 시간들, 처음에는 낯설어 보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삶임을 새삼 경험하게 되는 만남, 결코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으로 내달리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다가오는 작별의 순간은 가혹하면서도 슬프다. 죽음의 순간이 더욱 가까워지면서 부자의 여행은 애초의 계획도 변경된다. S와 T를 지나쳐 U에서 또다시 발작을 하는 바람에 발이 묶이고, 어느새 쇠락해가는 공장지대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이제부터는 숲속을 달려가야 한다. 남자가 나무 한 그루에 대한 노래를 부르자 아들도 따라 부른다. 그렇게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가끔씩 차를 세우고 음료나 먹을거리를 샀을 뿐, 아버지와 아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그건 괜찮아. 하지만 아빠와 같이 기차를 타면 더 좋겠어.”
일반적인 서사 기법을 뛰어넘는 대담한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 _‘옮긴이의 말’에서 발췌

이 소설은 일상적 언어­제시 볼 스스로 ‘상업화’된 언어라 부르는?와 기존의 문학 장르의 한계를 절감한 작가가 그 한계를 넘어서려 대담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무릅쓴 기록이다. 판타지와 추리소설의 장르를 빌려오고, 팬터마임과 광대놀음의 은유를 쓰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의 풍경을 소환한다. 단호한 직설, 명쾌한 설명, 깔끔한 시적 정의, 쉽게 설명되는 현상, 단순한 플롯은 결코 진실을 담을 수 없다는 듯, 인간과 풍경과 설정이 모두 짙은 안개 속을 헤매듯 불투명하다. 언제나 부분적으로 가려진 막막한 풍경,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방향감각이 비틀어진 플롯, 간유리 너머로 보듯 일그러지고 애매모호한 인간 군상들. 이 파편적이고 왜곡된 표현 그 자체가 침침하고 막막한 미로를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우리 삶의 경험에 호소한다. 우리도 만나는 사람들을, 살아가는 순간들을 과연 명료하게, 전적으로,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므로. 감정의 진실은 안개가 서서히 셔츠를 적시듯 배어난다. 이를테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광대학교 셰이프 학교의 교사들이 공감 능력을 가르치는 장면처럼. 물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땅바닥에서 팬터마임을 통해서, 오히려 조난당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현실의 감정적 본질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가르는 모든 것들을 찬란하게 뛰어넘는 표현은 모두 시가 된다.
?센서스?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을 지닌 형에 대한 사랑의 핵심, 감정적 본질은 막중한 보호자의 책임감, 궁극적으로 ‘혼자 남겨두고 영원히 떠나는’ 경험의 뼈저린 상상이다. 서서히 죽음으로 다가가면서 함께한 순간들, 함께 만난 사람들을 반추하는 서사다. 이야기의 핵심을 작가의 형 아브람의 현신인 ‘아들’과의 동행에 두면서, 동행하는 여정을 통해 타인과 세계에 손을 내미는 과정이,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인구조사로 표현된다. 말하자면 인구조사는 어찌 보면 인간과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피상적이고 산문적인 방식이다. 인간에 대한 정보를 사실의 총합으로 등치하는 편리한 행정적 관점의 소산이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하며 사실을 받아 적는 짧은 사이에도, 사람이란 숫자와 사실로 포착하고 담을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존재임이 통렬하게 드러난다. 누군가는 거부하고 누군가는 증오하며 누군가는 동정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준다. 찰나에 스치듯 일별하는 그 삶의 조각조각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인구조사가 갈비뼈에 표식을 남기듯이 스쳐간 모든 사람들이 삶에 자취를 남긴다.
구식의 우화부터 시작해서 판타지와 미스터리, 메타픽션과 조각소설을 아우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잊힌 존재를 위한 찬가이고, ‘아들’과 아들의 삶을 무겁게 짊어진 모든 ‘아버지’에게 뻗는 공감과 위로의 손길이고 여전히 문학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이 작품 ?센서스?는 구체적이고 범상치 않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물들은 동시에 두 개의 공간을 여행합니다. 첫 번째는 실제 세계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위 제가 언어의 사고팔기라고 부르는 현상이 텍스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언어의 상품화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책의 풍경은 가려져 있고 막연합니다. 대기업 자본에 통제되는 장소가 아닙니다. 따라서 플롯의 인물들은 알파벳으로 구성된 두 번째 세계를 횡단합니다. 아마 언어 자체를 횡단하는지도 모릅니다. A에서 Z까지 일련의 마을들이 이어집니다.
저의 형 아브람은 다운증후군이 있었습니다. 말하는 법은 배웠지만 언어는 형에게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삶을 헤쳐가는 형의 여정은 언어의 여정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형은 더욱 힘겹게 분투해야 했습니다.
형에 대해 기억하는 한 가지는 제가 집을 떠날 때마다 어김없이 싫어하던 모습입니다. 형은 매번 의심했습니다. 내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요. 그때마다 형은 내가 무슨 기나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형의 그런 행동을 기억하려 노력했고, 배우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을 보잘것없게 대접하며 모욕합니다. 우리 삶의 사건들이 깊은 여운으로 남고 심오한 중요성을 지니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어찌 되었건,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별 쓸데도 없는 물건을, 이를테면 우유 한 통이나 가지 같은 걸 사러 가게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그런 순간들이 가끔은 찾아올 텐데요. 죽음의 순간, 분절의 순간은 막상 닥칠 때까지는 숨겨져 미리 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분이 책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또 책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제게는 한 책을 읽고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세계는 터무니없이 소소한 순간들로 충만합니다. 우리는 섬광처럼 번득이는 의식으로 그 순간들을 드나듭니다. 우리는 코끼리나 당나귀나 호랑이보다는 물고기 떼와 더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찰나의 사고에 빛살이 닿을 때마다 은은히 빛을 발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이다음에 어떤 사람이 될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배울 때만 감을 잡을 뿐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책에서 발견하는 귀한 자질입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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