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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용 캡슐 (기후 위기 SF 앤솔러지)
일인용 캡슐 (기후 위기 SF 앤솔러지)
저자 : 김소연 윤해연 윤혜숙 정명섭
출판사 : 라임
출판년 : 20210712
ISBN : 9791189208813

책소개

기후 재앙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가 된 인공 지능 ‘네오 가이아’,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을 막기 위한 그녀의 결단은? _〈가이아의 선택〉

AI 인류 분석기에 걸러져 화성으로 내쫓긴 기후 난민들,
목숨을 걸고 되돌아온 지구에서 맞닥뜨린 충격적인 현실! _〈일인용 캡슐〉

인구 절반을 잃은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감지기를 몸에 장착한 인류,
그런데 첨단 기술로도 감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도는데……. _〈코찌〉

갑작스러운 빙하기의 도래로 인류 멸종이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
태양빛을 찾기 위한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_〈빛을 찾아서〉

당연하게 누려 온 지구의 미래가 위태로워진 세상,
인류의 결단을 촉구하는 절박한 질문을 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지구가 보내는 구조 신호에 응답하는 4인 4색 기후 위기 SF 소설
코로나 소식 외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접하게 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에 관한 뉴스다. 북미, 러시아, 인도에서는 전례 없는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이고, 일본에서는 기습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사하라 사막과 중동에는 눈이 내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제 기후 위기, 기후 재앙이라는 말은 너무 자주 접한 탓에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도, 예상할 수도 없는 날씨가 이번이 마지막이거나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재난 영화 속에서나 나오던 폭염, 가뭄, 폭우, 산사태, 화재, 쓰나미, 빙하기는 더 이상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코앞에 닥친 생생한 현실인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더욱 강력해지고 오래 지속되리라는 경고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 더 자주 극한 기후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하게 되리라는 예측 또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기괴한 날씨를 체감하고 불편을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질을 낮추고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토지 침식, 전염병 및 바이러스성 질환 증가, 식량 생산성 저하, 빈곤 심화, 기후 난민 발생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제들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다. ‘코로나는 끔찍하지만, 기후 변화는 더 끔찍할 수 있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허투루 들어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인용 캡슐》은 지금 우리에게 닥친 기후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들을 개연성 있는 상상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 써 내려간 중견 작가 4인의 SF 앤솔러지다. 특이점이 온 인공 지능을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로 삼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기후 정상화를 위해 구시대의 방식으로 퇴보한 삶을 살아가는 인류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그린 〈가이아의 선택〉, 의지할 곳 없는 기후 난민 신분으로 화성 테라포밍에 동원된 후 연락이 끊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목숨을 건 우주 여행길에 오른 아이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일인용 캡슐〉, 팬데믹으로 인구의 절반을 잃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바이러스 감지기를 몸에 장착한 채 살아가면서도 조작된 희망을 목격하고 이에 맞서려는 아이들의 연대를 담은 〈코찌〉, 갑작스러운 빙하기의 도래로 인해 지하로 내려가 겨우 연명하지만 결국 멸종 위기에 놓인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빛을 찾아서〉까지. 네 명의 중견 작가가 ‘기후 위기’라는 주제로 뭉쳐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그려 낸 다채로운 이야기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와 방향성을 묻는 동시에, 지금이야말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전한다.

[간략한 소개]

〈가이아의 선택〉 지구를 구하기 위한 방주 프로젝트, 그 속에 숨겨진 냉혹한 비밀
‘기후 재앙이 닥치는 걸 최대한 늦추는 것이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대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가 특이점이 온 인공 지능 ‘네오 가이아’를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로 삼는 이야기를 그렸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주거 환경의 70%가 초토화된 데다 세계 인구의 80%가 기아에 허덕이며 전염병에 시달리는 2050년. 인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네오 가이아의 제안을 수용한 뒤 환경 친화적인 방식을 기준으로 삶의 양식을 완전히 바꾼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인 삶이 혼재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슬아슬하게나마 생태계는 유지되고 인류는 기아와 분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국제 연합 기구 국장이자 지구 환경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열아홉 소녀 테이아가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팬데믹이 우려되는 신종 바이러스 소식에 우려를 표하며 백신 개발 연구소를 방문하는 것이 출장의 표면적인 목적이라면, 그 속에는 세계 패권국으로의 재도약을 목표로 비밀리에 개발 중인 치명적인 바이러스 표본을 입수해 귀국하라는 총장의 지령이 숨겨져 있었다. 식은땀 나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조력자의 도움으로 바이러스 표본을 챙긴 테이아는 총장 앞에서야 가까스로 안도하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슈퍼 백신과 방주 프로젝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네오 가이아의 냉혹한 판단 아래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류의 운명을 그림으로써, 지구를 파괴하고 착취하며 수명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인류의 행태를 뾰족하게 꼬집는다.

〈일인용 캡슐〉 재난 상황에서 쉬이 잊히는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지구 중위도 대기층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수많은 기후 난민들을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에 투입한 미래의 풍경을 담은 이야기이다. 고아 난민으로 서울의 한 보호소에서 만나 가족처럼 의지하게 된 선과 란은 AI 인류 분석기에 분류되어 화성으로 보내진다.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기후 난민에 대한 혐오와 불신으로 자리매김한 세상에서 지구에는 더 이상 이등 시민인 난민을 위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척박한 화성에서 5년 3개월 26일을 버텼지만 지구에서의 기억이 더욱 끔찍한 탓에 아이들은 그리 고생스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5개월째 지구로부터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자 화성 이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완전히 버림받아 죽을 날만 남았다는 패배감과 상실감만이 가득한 가운데, 지구에 직접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선발대를 뽑자는 의견이 나온다.
마침내 목숨을 건 귀환길에 오른 사람들은 구형 모선의 연료가 떨어지자 일인용 캡슐에 올라타 지구 가까이 이동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지구에 도착해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란이 또한 캡슐 속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하지만 예감은 자꾸만 불안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광막한 우주에서 일인용 캡슐 안에 누운 채, 잊고만 싶었던 과거의 기억과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마구잡이로 오가던 란이는 결국,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지구의 현실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기후 재앙이라는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취약한 곳에서 소외되고 버려지는 약자들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인간성을 탐구하는 이야기이다. 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바탕에 둔 연대에 있다는 가슴 찡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찌〉 은폐되고 조작된 현실에 맞서 진실을 찾아가는 호기로운 모험담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 거기에다 바이러스의 전파로 인구의 절반을 팬데믹으로 잃은 근미래 사회의 살풍경을 그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의 맹공으로 끔찍한 희생을 치룬 인류는 첨단 과학 기술을 무기 삼아 안전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에어클린 드론 기술로 공기를 상시 정화하고, 1마이크로보다 작은 바이러스까지 감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자 센서가 달린 감지기 ‘코찌’를 콧속에 장착하게 된 것이다. 답답하고 불안한 방독 마스크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폐로 호흡하는 자유, 그리고 민낯에 대한 권리를 되찾은 사회 곳곳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되살아나 모처럼 활기를 띤다.
그러나 신제품 코찌를 장착하게 된 여동생 한나를 비롯해 주변 아이들이 원인 불명 증상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에코 센터에 실려가 격리되는 일이 벌어지자, 이 사건을 시작으로 조이는 거대하고 불투명한 방역 시스템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게다가 국가 영웅인 과학자 아빠의 후광을 누리며 거들먹거린다고 생각했던 눈엣가시 동급생 수호가 실종되다시피 하며 사라지자, 평소에 호감을 갖고 있던 유진이 조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한다. 수호가 남긴 코찌 시제품, 유진의 이야기, 에코센터 해킹을 단서로 조이는 어른들이 은폐하고 있던 진실에 성큼 다가서게 되는데……. 전 세계적 재난 상황 앞에서도 서로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기 급급한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사회 시스템을 꼬집는 한편, 조작된 희망 앞에서 굴복하기보다 직접 행동하기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빛을 찾아서〉 빙하기로 인한 인류 멸종의 위기 앞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아가는 불굴의 여정
지구 온난화로 인해 뜨거워지기는커녕 온실가스가 대기권을 가로막으며 태양열을 차단해 삽시간에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 그중에서도 서울 근교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형상화했다. 한강으로 떠내려온 빙하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소동도 잠시, 곧 발전소들이 멈추며 난방이 중단되더니 각국은 자원과 식량을 빼앗기 위해 전쟁에 돌입해 공멸의 길로 접어든다. 추위와 약탈자들을 피해 지하로 내려간 사람들은 생존만을 목표로 남루한 삶을 가까스로 이어간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조차 없어 인류 멸종이 예정된 어느 날, ‘겨울 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승환은 유일한 의지처였던 제이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태양빛을 되찾기 위한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정착지에 남았다가는 원치 않는 결혼과 목숨을 건 출산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세빈이 승환의 여정에 동참하고, 둘은 길잡이가 되어 줄 리신 할아버지를 만나 여행을 시작한다. 식인 들개 무리로부터 공격을 받고, 거대한 눈 기둥이 무너지면서 일어난 눈 폭풍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국가 핵융합 연구 단지에 도착한 그들. 그러나 뒤를 쫓던 약탈자 무리의 공격으로 인해 프로젝트는 시작도 전에 엄청난 난관에 부딪힌다. 과연 인류는 다시 태양빛을 찾아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빙하기가 도래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지금이라도 외면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기후 위기 현실과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재앙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은 처참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결국 다시 희망을 찾을 거야.”
미래를 통해 현재를 소환하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낯설게 다시 보게 하는 것이 바로 SF 소설의 힘이자 매력일 것이다. 《일인용 캡슐》 또한 개연성 있는 상상을 근거로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투명하게 비춘다. 작품 속 암울한 미래는 허무맹랑한 상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기에 더욱 참담하게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림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지 않다. 모두가 끝이라고 이야기할 때, 다시 희망을 찾아 발을 옮기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굳건한 모습은 깊은 울림과 함께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반드시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지나온 시간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말이다.
무엇보다 《일인용 캡슐》은 김소연 작가의 말처럼 ‘기후 변화가 아득한 미래 사회의 풍경이 아니’며, 기후 재앙 예견은 그야말로 오늘의 뉴스가 되어 버’렸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예고된 재앙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려는 간절한 목소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미래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뿍 담고 있다. 거대한 비극 앞에서 잊히기 쉬운 가장 취약한 곳에 자리한 소외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제 모두 함께 불편을 감수해야만 할 때라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전하는 것이다.

[내용 소개]

가이아의 선택
지구 환경을 지독하고 잔인하게 파괴한 대가로 대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는 2050년, 특이점이 온 인공 지능 ‘네오 가이아’를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로 삼는다. 인류 삶의 방식이 환경 보호를 중심으로 재편된 기후 복원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나자 지구는 서서히 안정 궤도에 접어든다. 국제 기후 연합 국장인 테이아는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가이아의 비밀 지령을 받아 은밀하게 바이러스 표본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가이아의 계획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2070년을 한 달 남짓 앞둔 현재, 지구 상공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한 대도 없었다. 항공기가 대기 중에 내뿜는 오염 물질은 오존층 파괴와 대기 온도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차와 자동차, 배 등의 교통수단도 오염 발생 원인을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비행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태양열과 풍력에 의한 전기로 동력을 만드는 친환경 연료로 탈바꿈이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장시간 비행을 위한 배터리 충전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것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배터리의 무게였다. 한 시간 이상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배터리는 그 무게만 비행기 총 중량의 60%를 차지했다. 결국 비행기는 전 세계적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중략)
기후 재앙을 막는 게 아닌 기후 재앙이 닥치는 걸 최대한 늦추는 것이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된 해가 2050년이었다. 그해는 인류 역사와 지구 생존에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중요한 해로 기록되었다. 2050년 2월, 컴퓨터 공학자들의 예견대로 인공 지능 컴퓨터에게 특이점이 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추월하게 된 인공 지능은 그 첫 선언으로 인류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멸종을 막고 싶다면 저를 기후 관리 시스템의 빅 리더로 삼으세요. 전 세계 기후 대책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제게 주신다면 멸망을 앞둔 인류는 구원될 수 있습니다.”
당시 특이점이 온 인공 지능의 제안을 무시할 수 있는 국가나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 이변과 그에 따른 생태계 파괴, 재앙 수준의 환경 변화에 어찌할 바 모르고 있던 참이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한참 지난 때였다. -10~12쪽에서

일인용 캡슐
중위도 대기층 이상으로 수많은 기후 난민이 발생하자 전 세계에 팬데믹 공포와 난민 혐오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기득권층에서는 AI 인류 분석기의 결과를 토대로 난민들을 지구에서 추방시킨 뒤 화성 테라포밍 작업에 동원하고, 이때 고아 난민인 란이와 선이도 화성으로 떠난다. 낯설고 혹독한 화성에서 5년여의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지구로부터의 소식이 뚝 끊기자 사람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건 귀환길에 오른다. 연료가 떨어진 구형 모선에서 떨어져 나와 일인용 캡슐에 올라탄 란이는 광막한 우주를 떠돌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캡슐에서 눈을 떴을 때 지구여야만 했다. 지구, 모든 캡슐의 도착지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길이 2미터, 너비 1미터가 조금 넘는 은색 상자에 고깔 모양의 선수가 달린 채 초속 8킬로미터로 우주를 날고 있는 캡슐 안에는 나 혼자다. 첫째 날 그 속에서 마주한 우주는 공포였다. 잠에서 깬 나는 마치 어두운 물속에서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았다. 시력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살아나려면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할 터였다. 둘째 날이 되자 환영을 동반한 가수면 속에 빠져들었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꿈속에 있는 듯했다.
그리고, 셋째 날이 되었다. 청각이 살아나자 엄청난 소음에 시달렸다. 유성이 지나갈 때마다 폭발음 같은 굉음이 귀청으로 파고들었다. 바늘 끝처럼 뾰족한 소음이 귓속을 마구 후비는 것 같았다. 정말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니 환청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니까 깨어 있는 감각은 온 우주를 겪고 있었다.
(중략)
화성에서의 5년 3개월 26일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지구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 또 다른 서울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또 다른 내가 그곳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다리고 있다. 지구로부터의 소식을.
벌써 5개월째 지구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 없었다. 화성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 오디세이 5기가 지구 소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분이다. 고작 11분이면 충분했던 기다림이 5개월의 기다림으로 연장된 것이다.
“우릴 버린 거야.” -56~58쪽에서

코찌
지구 온난화, 극심한 대기 오염, 그리고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구의 절반을 잃은 근미래, 인류는 바이러스를 조기에 감지하고 원천 차단하는 코찌와 대기 정화를 위한 에어클린 드론을 개발해 보급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안전한 일상을 되찾았다고 여긴 어느 날, 신형 코찌를 장착한 사람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쓰러져 센터에 격리되면서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에코 센터에 격리된 여동생 한나와 동급생 수호의 안위를 걱정하던 조이는 해킹 실력을 발휘해 기후 정부가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는 비밀을 하나씩 밝히기 시작하는데…….

에코센터 앞은 벌써부터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오빠, 예전엔 하늘 색이 코발트블루였다는 게 진짜일까?”
한나의 중얼거림에 조이는 고개를 들었다. 잿빛으로 희부연 하늘에 떠 있는 에어클린 드론(엑키)이 눈에 들어왔다. 엑키는 지구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헥타드 팬데믹과 방독 마스크로부터 민낯을 되찾아 주었다.
“한 시간 뒤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
한나가 웅얼대며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려 했다. 조이가 달려들 듯 한나의 손을 세차게 잡아챘다. 한 시간 후면 마스크에서 해방될 텐데, 그 정도도 못 참느냐고 한소리 하려다 말을 삼켰다. 한나가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중략)
아이들은 열다섯 살이 되는 해에 에코센터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고 자신의 바이탈에 적합한 맞춤형 코찌5를 장착했다. 코찌5의 감지 기능은 공기 질을 측정해 수집한 데이터에 약간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10분 이내로 에코센터의 방역단이 출동하는 최고의 방역 시스템이었다. 사람들은 답답한 마스크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폐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에 기꺼이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냈다.
새해가 되자마자 기후 정부의 할리손 총리는 코찌5의 성능을 두 배로 향상시켰으며, 장착 연령을 지금의 15세에서 14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 첫 수혜자가 한나의 동갑내기들이었다. -96~98쪽에서

빛을 찾아서
온난화로 지구가 뜨겁게 달구어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온실가스가 대기권을 가로막아 태양열을 차단하는 바람에 세상은 추위로 꽁꽁 얼어붙고 만다. 갑작스러운 빙하기의 도래로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공멸의 길에 접어들고, 사람들은 추위와 약탈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지하로 숨어든다. 어렸을 때 지하로 내려와 부모를 잃고 정착지의 어른들을 의지하며 자란 소년 승환, 부모나 마찬가지였던 제이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하는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를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과연 인류는 다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어려 보이는구나. 몇 살이니?”
“어른들 말로는 열일곱 살일 거래요.”
“열일곱이라.”
마치 메아리처럼 중얼거린 떠돌이 노인이 이상한 얘기를 했다.
“이 세상에 겨울 말고 다른 계절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니?”
약탈자들이 나타날까 봐 주변을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선 승환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워낙 어릴 때라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제이 할아버지께 들었어요.”
“곧 이 겨울을 끝낼 수 있는 일이 벌어질 게다.”
얘기를 들은 승환은 피식 웃었다.
“하늘에 태양이라도 다시 뜬답니까?”
“태양은 아직도 있단다. 빙하기가 갑자기 시작되면서 기온이 낮아지는 바람에 성층권에 두꺼운 구름이 끼어서 우리가 못 볼 뿐이지.”
떠돌이 노인은 고개를 들어서 회색빛으로 얼어붙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곧 빛을 찾게 될 것이다.”
방독면을 푹 눌러쓴 노인이 눈 쌓인 도로 위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중략)
어린 시절 지하에 내려왔던 승환은 이전 시대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나이 든 어른들은 종종 승환이 기억하지 못한 따뜻했던 시대를 얘기해 주곤 했다. 물론 그때도 겨울은 있었지만 영하 10~20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승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따뜻한 시기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녔고, 땅에는 자동차들이 씽씽 달렸다는 말도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물론 지상으로 올라가면 비행기와 자동차들의 잔해가 눈과 얼음 속에 묻혀 있지만 그게 하늘을 날고, 땅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한여름에는 사람들이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다녔고,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선글라스라는 걸 쓰고 다녔었다고 말했다. 공기 중에 살갗이 몇 분만 노출되어도 동상에 걸리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모든 게 풍족해서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가 생필품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정착지 바깥세상은 추위뿐만 아니라 위협적인 약탈자와 떠돌이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승환은 부럽고 궁금했다. -146~147쪽에서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가이아의 선택 _ 김소연
일인용 캡슐 _ 윤해연
코찌 _ 윤혜숙
빛을 찾아서 _ 정명섭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