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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입 흰 귀 (유응오 소설집)
검은 입 흰 귀 (유응오 소설집)
저자 : 유응오
출판사 : 백조출판사
출판년 : 2023
ISBN : 9791191948080

책소개

유응오 소설가의 첫 소설집 『검은 입 흰 귀』가 출간되었다.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유응오 소설가는 2017년 장편소설 『하루코의 봄』을 출간하였다.
『검은 입 흰 귀』는 최근 한국 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묵직한 ‘서사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집이다. 유응오 소설가는 등단한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문체로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따뜻한 손길로 위무하는 이야기를 써왔다.
특히, 유응오의 문장은 함축적이면서도 상징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다. 이러한 탄력성 있는 문체로 인해 작품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단단하게 응축돼 있어 유응오의 문체는 소설적이라기보다는 시적詩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불교계에서 활동한 소설가답게 작품집에는 불교적인 주제와 제재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태초부터 자비가 충만했으니」는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인생사에서 진정한 자비가 무엇인지 묻고 있으며, 「금어록金魚錄」은 한 화승의 삶을 통해서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원융圓融하는 경계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인가? 둘인가?」는 천녀이혼倩女離魂 화두를 제재로 활용해 ‘갇힌 자의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으며, 「비로자나, 비로자나」는 해인사 쌍둥이 비로자나불을 제재로 ‘산 자와 죽은 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서 나누는 상생相生의 장을 연출하고 있다.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이 세상이 온통 비극이 미만해 있는 무간지옥인 것처럼 느껴진다. 「검은 입 흰 귀」는 유응오 소설가가 이 혼탁한 흙탕물에서 연꽃을 피워내고자 분투한 흔적의 산물이다. 사람들의 허다한 아픔을 보듬는 유응오 소설가의 위안의 말을 들음으로써 독자들의 가슴에도 ‘진흙 속의 연꽃’ 이 피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뒤통수를 내리쳤을 때는 어땠어? 감각이 없었지? 왜 그런지 알아? 정강이를 맞자마자 뒤통수를 내리쳤기 때문이야. 이게 도둑질의 기본이야. 상대의 혼을 빼놓는 것.”
- 「검은 입 흰 귀」 중에서

상대의 혼을 빼놓아야 하는 것은 도둑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소설가가 독자들의 뒤통수를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여러 장치들을 소설 속에 심어 놓고는 한다. 심상치 않은 등장인물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에 휩싸인다. 계단을 오르듯 천천히 고조되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야바위꾼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뒤통수를 어루만지게 된다.
「검은 입 흰 귀」에 실린 9편의 작품들은 세상의 끝에 몰린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있다. 거친 소재들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리다가도 시적인 문장에서 읽히는 서정과 탄력성에 넋을 놓게 된다.

나는 출산을 한 계집애에게는 가물치를 끓여 주고, 낙태를 한 계집애에게는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끓여 줬다. 미역국은 계절마다 끓이지만, 가물치를 끓여 준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언젠가는 딸년 둘이 낙태 수술을 해서 미역국을 한 솥 끓인 적이 있었다. 밥상을 받자 한 년은 수저를 들지 못하고 국그릇에 눈물을 떨어뜨렸지만, 다른 한 년은 허겁지겁 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제 신세가 처량해서 우는 년이나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고 살아야 한다고 밥을 먹는 년이나 배 아래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 「선홍빛 나무도마」 중에서

여자 포주를 화자로 삼은 「선홍빛 나무도마」는 군인들을 상대로 ‘딸년들’을 데리고 장사를 하는 일화를 담고 있다. 끈끈한 정으로 엮인 그들은 기구한 서로의 운명에 작은 위로가 되어 준다. 불안하지만 작은 희망을 보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녀들의 삶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응오 소설가의 첫 소설집 「검은 입 흰 귀」는 작은 인연에도 소홀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로가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세상에 지금 내 옆을 지키는 사람은 누구인지 살펴보게 된다. 무엇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만드는 문장들은 서사시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인간의 수다한 인연을 살펴서, 허다한 아픔을 보듬어서, 위안의 말을 들려주는 사람 중에서 우리는 유응오라는 소설가의 이름을 기억해야하는 이유이다. (이승하 문학평론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006 요요
032 태초부터 자비가 충만했으니
- 머시Mercy 1
044 신 반장의 쿠데타 진압 사건
- 머시Mercy 2
068 검은 입 흰 귀
120 선홍빛 나무도마
146 비로자나, 비로자나
178 금어록金魚錄
210 연화와운문양蓮花渦雲紋樣
240 하나인가? 둘인가?
- 倩女離魂

264 작가의 말
269 해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