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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왕 (철학에세이 고양이로 살아가기)
고양이 왕 (철학에세이 고양이로 살아가기)
저자 : 채희철
출판사 : 포이에시스
출판년 : 2023
ISBN : 9791197264191

책소개

“다르게 살기 그 자체가 생의 논리다. 혁명이건 예술이건 그것은 무슨 목적성을 갖는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생리다.”

“푸코는 누구와 어떻게 성교할 것인가의 문제가 정치와 권력의 핵심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누구와 무엇을 낳을 것인가의 문제가 정치와 권력의 핵심을 이뤘다고 생각해야 한다. 생명정치는 사회 재생산을 타깃으로 하는 정치다. 그러므로 대항 섹슈얼리티를 사회 재생산으로부터 단순히 분리시키는 것, 그것과 선을 긋는 것, 재생산의 맥락과 문맥으로부터 기호를 탈구시키는 것으로는 더이상 충분치 않다.”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것에 현재의 인간이 지닌 가능성 모두를 소진시켜야 한다. 인간의 죽음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지구의 생태적 회복의 중심 문제다.”


이 책은 한 편의 우화와 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고양이는 인간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는 다르게 살기를 적극 실천하는 주체성이다. 고양이 사회는 주류 사회인 인간 사회, 국가 사회 내에서 암암리에 지속되고 확대되고 번성하는 소수 민족, 마이너리티 사회다.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국가’라면, 고양이 사회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고양이 ‘왕’이다. 여기서 왕은 국가도 아니고 체계도 아니다. 고양이 왕은 생(生)의 논리의 극한이다. 생의 논리란 고양이의 DNA에 새겨진 기계적 코드와 그것이 환경과 충돌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조응, 대결, 변이의 논리를 말한다.

조르주 바타이유는 인간 삶을 지배하는 최고의 힘을 주권(Souveraineté)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주권은 더 큰 지식을 얻기 위해 지식을 버리는 상태인 비지(非知), 죽음도 불사하며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제의적 행위, 모든 힘과 의미가 소진되어 마침내 무의미, 비존재에 도달할 때까지 에너지의 전력 투구, 위반의 논리와 같은 것이다.

바타이유 자신은 물론, 그를 연구하는 많은 이는 그것을 죽음의 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생의 논리다. 삶을 지배하는 최고의 힘으로서의 주권은 생의 논리다. 생의 논리는 기계적이므로 비지이고, 불가항력적이다. 생의 논리는 유전자가 환경과의 대결에서 취하는 집단적 과정이므로 초개체적이며, 섹스와 감염을 통한 변이의 전파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위반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된다. 우리의 힘이 비존재의 에너지가 될 때까지. 비국가로서의 왕은 바로 이 주권으로서의 생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고양이 왕은 고양이들의 생의 논리, 주권을 상징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생의 논리다. 모든 지식은 생의 논리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생의 논리야말로 삶을 지배하는 최고권이 되어야 한다. 이 주권은 진화 외에 다른 것을 알지 못한다. 혁명은 진보를 겨냥하지 않고 진화를 겨냥하며, 혁명의 근본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국가 안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왕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인간, 그 이후의 생의 논리!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우선 ‘고양이 왕‘이라는 아주 매혹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이야기가 허구인지 사실인지 혹은 형이상학에 속하는지 헷갈린다. 그런 다음 이 책의 어조는 급격히 바뀌면서 앞선 ‘고양이 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설명한다. 주로 들뢰즈ㆍ가타리의 개념들에 기대고 있지만 조르주 바타이유, 빅터 터너, 찰스 샌더스 퍼스, 에두아르도 콘, 엘리자베스 삼소노프,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등의 사상가, 인류학자, 예술가들을 동원해 저자가 관찰한 고양이 사회를 설명한다. 그런 다음 책의 어조는 또 바뀌어 고양이 사회를 설명한 개념을 가지고 이번에는 현대 사회의 첨예하고 본질적인 쟁점이 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점증법적이다. 혹은 하나의 주제 악장과 두 개의 변주곡으로 이뤄진 소나타처럼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두 개로 요약될 수 있다. ‘생(삶)의 논리’와 ‘되기’다. 고양이 왕이 암시하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생의 논리는 인간적 삶의 논리 즉, 휴머니즘의 논리를 벗어난다. 저자는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 사회를 통해 생의 논리를 추적한다.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을 상대화시키고 인간을 넘어선 혹은, 인간의 죽음 이후에 도래할 생의 논리를 개념화한다. 인간 이후에 탄생할 새로운 야생-인간의 본능으로서 고양이들의 생의 논리를 사회 변화를 위한 것으로 전략화하는 저자의 의도는 최근 인문학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포스트 휴먼적 생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모두 형이상학적 개념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탈형이상학적이기도 하다. 특히 들뢰즈ㆍ가타리의 그 유명한 ‘되기’는 이 책에서 어떤 은유나 비유로도 쓰이지 않는다. 이 책은 ‘되기’를 철저하게 지구적 진화 혹은 행성 생명체의 진화적 맥락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혁명의 근본 문제는 돌연변이적 진화라고 주장한다. ‘되기’를 ‘진화’로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인간의 언어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상징 인류학과 기호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기호론을 통해 유전적 코드화에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으로써 섹스와 번식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섹스와 번식은 모두 물질의 지층에 침투하여 영향을 주고받아 코드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기호적 행위이자 실천이다.

저자는 인간의 소명은 ‘되기’=진화를 위해 즉, 인간 이후의 가능성을 위해 창의성과 가능성 모두를 소진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이야 말로 범지구적 차원의 생의 논리이자 혁명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고양이 사회를 통해 인간 너머의 삶을 위한 이종 섹스, 전염, 변이, 번식을 투시하고 예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구 소멸은 인간 이후를 향하는 지구라는 행성의 전적응 과정이다. 한편, 인공지능과 결합한 복합 생물체의 등장은 인간이 먹기만 하는 존재에서 드디어 먹히는 존재가 되는 인간의 죽음 시대에 도달하고 있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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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들어가는 말
생의 논리 ㆍ 7

1부 고양이 왕 _우화
등록된 고양이 ㆍ 19 /
공평 ㆍ 28 / 왕의 귀환 ㆍ 37

2부 나와 고양이 _개념들
초롬 ㆍ 43 / 밤비 ㆍ 54 / 삶-권력 ㆍ 70 /
안티 엘렉트라 ㆍ 77 / 태양 ㆍ 100
대지에의 욕망 ㆍ 104 / 지도 제작 ㆍ 112

3부 고양이 되기 _기호 행동
사냥 ㆍ 131 / 유머 ㆍ 134 / 타자 ㆍ 139 /
기호 행동 ㆍ 146 / 코드화, 유전자 전달 ㆍ 155 /
코드-섹스, 번식과 되기 ㆍ 163 /
낳는 행위의 문제 ㆍ 169 /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또한 ㆍ 183

나가는 말
먹는 존재, 먹히는 존재 ㆍ 193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