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형태는 뼈와 근육을 배우지 않아도 그릴 수 있지만, 제대로 알면 훨씬 잘 그리고 더 자유롭게 그려낼 수 있다.”

우리가 실제 대상을 그럴듯하게 그리고 싶다면 대상의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조직과 구성의 기본 원리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술심리학자인 루돌프 아른하임은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았다. 미술가는 맹수인 호랑이를 정확히 묘사해서 알아보게 할 수는 있지만 색채와 필치에서 사나운 느낌을 주지 못하면 박제된 호랑이처럼 보일 것이고, 대상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표현하지 않으면 색채와 필치에서 사나운 느낌이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체 역시 전체를 통찰하고 분석한 이후에야 요약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다.

인체를 대상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해부학 스케치를 할 수밖에 없고, 이 스케치에서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지를 스스로 묻게 된다. 해부학 스케치는 몸의 내부 구조가 어떤 바깥 형태를 만드는지, 움직임이나 중력 등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예술에서 해부학을 다루는 목적은 인체를 다양한 차원에서 인식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얻기 위함이다.

예술의 고장 이탈리아에서 인정받은 해부학 가이드

『아티스트를 위한 해부학 가이드』는 1994년에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된 뒤 무려 네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만큼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의학을 전공한 뒤 예술 분야까지 섭렵하며 수준 높은 해부학 지식을 쌓았고 그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여 이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부위별 세부 근육을 따로 그리고, 그 근육에 대해 모양, 구조, 연결된 근육, 이는곳, 닿는곳, 작용 등을 자세히 기술하여 공부하기에 매우 유익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부학의 역사와 의의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움직임이나 자세에 따른 형태의 주요 변화를 정리하여 작품에서 유의해서 표현할 부분을 기술하였다.

『아티스트를 위한 해부학 가이드』가 유익한 또 다른 이유는 해부학 지식에 대한 수준 높은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인체를 다루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해부학에 대한 흥미와 동기, 영감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