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믿을만한 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짧은 순간에 상대를 평가하고 내면의 성격까지 유추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는 ‘그러면 그렇지 생긴 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안 보았는데’ 등의 말을 합니다.
사람의 외모에는 차림새, 체형, 걸음걸이, 이런저런 행동과 뒷모습 등도 참고가 되지만 무엇보다 얼굴 모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오랫동안 교정치료를 하면서 사람의 얼굴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하다고 감탄합니다. 얼굴 모습은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다르고 같은 사람에게서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좁은 얼굴에 무려 20개의 근육(양쪽으로는 40개)이 있다고 하는데(참고로 같은 포유류인 개의 안면 근육은 11쌍이라고 합니다), 이 중 여러 개는 표정을 만드는 근육입니다. 이 근육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표정들을 나타내어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근거도 없이 사람의 얼굴에 대하여 ‘예쁘다’, ‘못났다’ 구분을 합니다. 그런데 이 판단의 기준은 의외로 다들 비슷한 경향, 즉 객관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걱턱이나 돌출입을 간절히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얼굴의 중간 아랫부분에 뚫린 입이라는 것도 참으로 묘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입으로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 먹고, 말하고, 숨을 쉬는 것만이 아니라 애정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입속에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치아가 있고, 아주 특이한 여러 근육들의 집합체인 혀가 있습니다. 사랑니(제 3대구치)까지 계산하면 위아래 모두 32개의 치아들은 상악궁과 하악궁에 아름다운 현수선의 모양으로 배열되어 윗니와 아랫니들이 조화롭게 맞물리고 있는데 워낙 수도 많고 모양도 다양하다 보니 조물주도 가끔 실수를 하여 상당수의 사람들은 꽤 심한 부정교합 상태이기도 합니다. 부정교합(不正交合, Malocclusion)은 치아들의 상태에 대한 것이고 턱뼈에 대한 용어로는 악안면변형증(顎顔面變形症, Facial deformity)이라는 말이 쓰이며,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면 조심스럽게 두개안면기형(頭蓋顔面畸形, Craniofacial anomaly)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두개안면기형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충격적인 영향을 줍니다. 치아, 구강. 턱뼈와 주위 근육을 포함하는 악구강계(stomatognathic system)는 호흡, 저작, 연하, 발음 등의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므로 중대한 기능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의복으로 가려지지 않는 얼굴의 모양이 비정상적이어서 정신·사회적인 문제도 일으킵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심리적 상태와 사회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